블룸버그의 해당 기사 [출처: 블룸버그 홈페이지 갈무리]
블룸버그의 해당 기사 [출처: 블룸버그 홈페이지 갈무리]

금융감독원이 블룸버그통신과 공매도 문제를 두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공매도가 국내 증시를 교란할 만큼 정말 만연했는지를 두고 정면 충돌하는 모양새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금으로부터 꼭 10개월 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공매도 완화 의지를 피력한 바 있어 공교롭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해 10월과 올초 홍콩에 소재한 외국계 투자은행 등 4곳의 불법 공매도를 적발했다. 주식을 사지 않고 공매도한 후 나중에 그 주식을 차입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교란했다는 점에 혐의를 두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10월 홍콩 투자은행 2곳에 이어, 지난 14일 외국 투자은행 2곳의 불법 공매도를 추가로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공매도 거래 상위 투자은행 10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한 곳이 종목 5개에 대해 540억원 상당의 공매도 주문을 냈는데, 종목을 차입하지 않은 무차입 공매도라고 혐의를 뒀다. 

다음 날인 지난 15일, 블룸버그통신은  「'만연하다고' 벌거벗겨진 공매도가 한국 거래량의 단 0.001%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Rampant' Naked Shorts Found in Just 0.001% of Korea Trade)」는 기사를 내고, 금감원을 비판했다.

추가로 적발된 투자은행 2곳의 공매도 규모가 지난해와 재작년 2022년에 거래된 국내 주식의 전체 거래대금 총액의 0.001%에 불과한 데 어떻게 만연하다고 볼 수 있냐는 것이 블름버그통신 기사의 골자다. 한마디로 감독당국을 비꼰 것이다.

지난 2년간 한국증시 거래대금 8723조4470억원 중 불법 공매도 1100억원이 얼마나 시장을 교란했겠느냐고 지적한 셈이다. (물론 블룸버그통신의 보도 배경에 구체적으로 어떤 취재원의 입김이 작용했는지는 좀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출처: 금융감독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출처: 금융감독원]

금감원은 블름버그통신의 이같은 보도가 나온 다음날, 즉 지난 16일 재차 보도참고자료를 냈다. "불법 공매도는 개별 종목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일부 종목의 경우 공매도 위반비율이 20%를 초과하는 등 종목별로 불법 공매도의 영향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며 블룸버그통신 기사 내용을 다시 한번 반박했다.

금감원 자료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당일 A 주식의 거래대금 중에서 불법 공매도 주문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어 A종목 주가 변동성을 키우고.,  결과적으로 A 종목 가격이 왜곡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작년 초, 블룸버그TV와 가진 연초 인터뷰에서 연내 공매도 규제 완화를 검토하겠다고 발언했다.

당시 이 원장은 우리 증시를 선진화시키기 위해서는 공매도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지난해 9월 독일 도이치은행 본사를 방문한 이복현 금감원장(오른쪽). 왼쪽은 람 나약 도이치은행 투자은행 부문 글로벌 공동 대표다. [출처: 금융감독원]
지난해 9월 독일 도이치은행 본사를 방문한 이복현 금감원장(오른쪽). 왼쪽은 람 나약 도이치은행 투자은행 부문 글로벌 공동 대표다. [출처: 금융감독원]

1년새 공매도에 대한 금융당국 수장의 돌변한 태도는 무엇 때문일까. 설상가상 최근 금감원은 이른바 (공매도시장)의 소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며 불법공매도 근절에 나서고 있다.

금융투자업계가 의아해하는 것은 말 못할 속내가 무엇이냐는 점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그동안 검사 출신 원장이 자칫 반시장적 행보를 보일까봐 우려해왔다. 이 원장은 지난 1999년 금감원 설립 이후 첫 검사 출신 원장이다. 

작년 말 금감원 상급 기관인 금융위가 올해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금융위는 지난해 11월 임시 회의를 통해 11월6일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모든 주식의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외국 공매도 세력 때문에 주가가 하락한다고 공매도를 금지해달라던 개미 투자자들은 금융위의 이같은 정책에 환호했다. 금융위 발표 직후  2차전지 주요 종목들은 당일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평균 25%씩 급등세를 보였다.  

장정훈 삼성증권 선임 애널리스트는 공매도 금지 정책 때문에 "(작년) 11월 한 달 주가 수익률을 비교해 보면 우리 시장이 27% 상승했다"며 "같은기간 중국은 거꾸로 3.8% 하락세를 기록하며 전월과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공매도와 불법공매도는 엄연히 구별돼야 할 사안이다. 아울러 감독기관과 증권사 등이 무차입 공매도 차단시스템을 구축할 때까지 투자자를 보호해야 할 명분도 분명하다. 시장 참여자들이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감독당국 수장의 일관된 시그널이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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