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히트펌프 장비. 사진=퓨처메인
 * 대형 히트펌프 장비. 사진=퓨처메인

미국 기후연합(U.S. Climate Alliance)으로 뭉친 25명의 초당파 주지사 연합이 각자 소속된 주의 히트펌프 설치를 2030년까지 2000만 개까지 늘리기로 합의했다고 CNBC 등 외신이 보도했다. 현 수준에 비해 무려 4배나 늘어나는 규모다. 주지사 연합은 이를 통해 냉난방 에너지원의 탄소 제로를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히트펌프는 냉매의 발열이나 응축열을 이용해 냉난방 겸용하는 장치다. 작동원리만 보면 음식점에 설치된 냉난방 겸용 에어컨과 같은데, 히트펌프는 빌딩 차원의 대규모 장비로 설치되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전기로 구동돼 화석연료를 연소키는 방식의 냉난방을 대체하는 탄소 저감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주지사 연합은 발표문에서 “배출가스 제로 건축 법규 및 표준을 지원하고 기존 주택과 기업의 개조를 가속할 것”이라면서 "이번 히트펌프 합의와 같이 앞으로도 신규 건물 및 노후 건물의 탈탄소화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정책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확약했다.

존슨 콘트롤, 슈나이더 일렉트릭, 지멘스 등 히트펌프 제조업체를 포함한 12개 이상의 민간 기업들도 주지사들의 약속을 지지하는 서한에 서명했다. 그들은 서한에서 “주정부의 건물 탈탄소화 전략에 동참함으로써 주정부 정책 실행을 지원할 것이다. 주정부는 민간의 협력을 통해 연구 및 모델 프로그램 설계에 대한 협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기후 변화를 추적하는 록키마운틴연구소(RMI)는 미국의 히트펌프를 4배로 늘리겠다는 주지사들의 약속은 당연히 적극 장려되어야 하며, 이는 주정부들이 국가 기후 목표를 달성하는 선두임을 알려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2000만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강력한 정책적 지원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RMI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는 약 480만 개의 히트펌프가 설치되어 있다. 이를 4배까지 늘리면 오는 2030년까지 기후 오염을 50~52% 줄이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청정에너지 목표를 달성하는 핵심 정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지사 연합에 따르면 건물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은 미국 전체 배출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RMI 전문가는 블로그 게시물에서 “주정부가 적시에, 공평한 방식으로 히트펌프 설치 목표를 달성하려면 건물 탈탄소화 보완정책을 추가 개발해야 한다”고 썼다. 또한 "즉각적으로 취해져야 할 조치는 주정부가 새로운 ‘인플레이션 감소법’ 지원 예산을 활용해 저소득층이 밀집한 빈민가 주택을 업그레이드하고 전기화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지사 연합은 히트펌프 사용을 확대하기 위해 인플레이션 감소법 및 인프라법에 포함된 각종 인센티브를 포함, 연방 인센티브의 사용을 극대화하겠다고 부연했다. 캐시 호철 뉴욕 주지사는 “이번 주지사 연합의 합의에는 숨겨진 의미가 크다. 주지사 연합이 포괄하는 25개 주는 미국에서 차지하는 국가 경제의 비중이 60%에 달한다. 연방 전체에 실질적이고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들 25개 주에 거주하는 인구는 미국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주지사 연합은 건물 탈탄소화로 인한 혜택의 최소 40%가 소외된 지역 사회로 돌아가도록 할 것이라면서, 청정에너지 전환을 지원하고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형평성을 최우선 정책 목표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NN 보도에 따르면 알리 자이디 백악관 국가기후보좌관이 성명을 통해 “건물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줄이겠다는 주지사들의 과감한 약속은 미국 전역에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히트펌프 사용을 확대하면 미국의 기후 회복력을 강화하고 미국 전역에서 다수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기대다. 12개 기업들도 “현재는 국가가 건물의 탈탄소화 달성을 실현해야 하는 중요한 순간이며 연방 정부의 지원 아래 주지사 연합과의 공조를 통해 기후 행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미 환경보호청(EPA)은 주와 지방정부가 히트펌프 확대를 통한 기후 행동 계획을 이행할 수 있도록 총 46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에너지 효율적인 히트펌프 수요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의 주택용 히트펌프 판매량은 처음으로 가스난로를 추월해 난방 시스템 판매량의 53%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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