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가 에스엠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았다. 다만 에스엠 최대주주인 이수만 프로듀서 지분을 인수할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에스엠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을 택했다.
카카오는 에스엠에 유상증자 참여와 전환사채 인수에 총 2170억원을 투자하고 지분 9.05%를 취득키로 했다고 7일 공시했다.
카카오는 유상증자 형태로 1119억원을 출자해 지분 4.91%를 보유한다. 1052억원 규모 전환사채 인수를 통해 나머지 지분을 취득하게 된다.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납입은 둘 다 3월6일 이뤄진다.
카카오는 이번 증자와 전환사채 인수로 에스엠의 2대주주 자리를 확보하게 된다.
에스엠 1대주주는 창업자인 이수만 프로듀서다. 이 프로듀서는 지분 18.78%를 보유하고 있다.
그간 카카오가 콘텐츠 확보 차원에서 에스엠 지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분 인수는 주로 이 프로듀서 지분 일부나 전부를 가져가는 방식이 유력했다.
하지만 카카오는 이번에 신주와 전환사채를 인수키로 했다. 이 프로듀서의 지분은 그대로다.
이 프로듀서는 최근 에스엠 경영진이 내놓은 'SM 3.0' 전략에 따라 역할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이 프로듀서의 지분은 경영권이 없는 단순한 지분 덩어리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시장에서는 카카오 측이 이 프로듀서의 지분을 추가로 인수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분쟁의 싹을 없애면서 동시에 에스엠과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서 필요한 수순일 수 있어서다.
특히 카카오와 에스엠의 투자 계약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끼여 있다. 카카오는 이번 투자로 스토리·뮤직·미디어 등 다양한 콘텐츠 분야에서 기획 및 제작·플랫폼·아티스트 사업을 진행 중인 카카오엔터와 글로벌 한류 및 K-POP 대표 아티스트를 보유한 에스엠의 시너지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카카오와 에스엠 간 협력보다는 카카오엔터와 에스엠 간 협력이 핵심이다. 실제 카카오엔터는 카카오 대신 신주와 전환사채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졌다. 카카오엔터가 투자 주체로 바뀔 수 있는 구조다.
그런 가운데 카카오엔터는 지난달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이끄는 사우디 국부펀드와 싱가포르투자청으로부터 총 1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1차로 지난달 9000억원을 받기로 한 바 있다. 이 프로듀서의 지분을 인수하기 위한 실탄도 넉넉하게 확보하고 있다.
이성수, 탁영준 에스엠 공동대표는 “카카오와의 이번 전략적 제휴를 통해 에스엠이 글로벌 선도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발전하기 위한 강력한 성장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 투자총괄대표는 "이번 투자와 협력을 통해 치열한 글로벌 음악 및 콘텐츠 시장 경쟁에 함께 대응하고, K-콘텐츠의 글로벌 메인스트림 공략에 양사가 서로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다각적인 협력을 통해 K-컬처의 글로벌 영향력 확장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