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 인권위원회가 호주 정부가 토레스 해협(Torres Strait)의 4개 섬에 사는 사람들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로 인해 발생한 피해를 배상하라고 명령했다고 네이처지가 전했다. 인권위원회는 최근 호주 정부가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부터 섬 주민들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고 판결, 기후 변화가 주민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정부 책임을 판결한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네이처지에 따르면 호주 북단의 토레스 해협 섬들은 이미 기후 변화의 피해를 심각하게 받고 있다. 해수면 상승, 해안 침식 및 잦은 홍수는 섬에 거주하는 주민 공동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인권법이 환경 문제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브리즈번 소재 퀸즐랜드 공과대학의 브리짓 루이스는 이번 피해 배상 명령 판결이 기후 변화 피해에 대한 보상을 모색하는 다른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이는 긍정적인 변화”라고 평가했다.
토레스 해협 섬 주민들의 사례는 ‘호주 정부가 기후 변화의 영향에 대처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그들의 인권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섬 주민들과 관련 단체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의 준수를 감시하는 유엔 인권위원회에 이 같은 불만을 공식 제기했다.
섬 주민들은 그들의 땅이 해수면 상승으로 위협받고 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들의 문화 역시 위험에 처해 있다고 한다. 소금물이 코코넛과 같은 전통적인 식량 공급원을 죽이고, 폭풍 해일이 묘지를 포함해 문화적으로 중요한 장소를 쓸어버리기 때문이다.
인권위원회는 “호주 정부가 주민들의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유지하고 그들의 문화와 전통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능력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정, 사생활,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적응 조치를 이행하지 못한 것은 주민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동시에 토레스 해협 섬 주민들은 그들이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결정했다. 예컨대 호주 정부는 그들이 요청한 방조제를 건설하지 않았다. 방조제만 건설했어도 섬이 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는 지적만으로 충분했다.
인권위원회는 그러나 호주 정부가 섬 주민들의 ‘존엄한 삶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거부했다. 위협이 충분히 높은 수준에 도달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몇몇 위원들은 이 판결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호주 정부는 판결에 대해 180일 이내에 대응해야 하는데,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인권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관계부처 장관들은 기후 변화에 대해 섬 주민들과 협력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유엔 인권위원회에 제출된 기후 피해 관련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결정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국제 전문가 그룹이 국제 조약을 위반했다고 판결했기 때문에 중요성은 크다. 호주 정부에게는 특히 큰 의미가 있다.
사람들이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권법을 활용하는 것은 비교적 새로운 전략이다. 2005년, 캐나다 북부 및 그린란드와 알래스카 일부 지역에 거주하는 이뉴잇족 그룹은 “미국이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부터 이뉴잇 종족을 보호하지 않음으로써 이들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면서 미주 인권위원회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성공적인 판결을 이끌어 내지는 못했지만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권법을 적용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촉발시켰다.
그런데 이번 토레스 섬 주민 케이스는 성공했다. 그 중요한 이유는 토레스 해협 섬 주민들이 경험하고 있는 기후 변화 영향이 이미 뚜렷했기 때문이다. 이는 호주가 그러한 영향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부각시켰다. 호주는 온실가스 배출이 매우 높은 나라다.
위원회는 환경 변화가 섬 주민들의 생활과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다른 곳으로 이주해 정착하는 방안은 적절하지 않았다. 그들의 섬과 바다에서 그들의 삶의 방식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인권법은 섬 국가들이 기후 변화로 위협받는 사례에 직면해 있다. 물론 작은 섬나라 주민들이 다른 국가와 정부들의 행동으로 인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옵션은 많지 않다. 예를 들어, 2019년 스웨덴의 기후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와 15명의 어린이들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5개국에 대해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 호소했다. 위원회는 국가가 영토 외부의 사람들에 대해 의무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결국 청원인이 개별 국가에서 법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했다고 지적하면서 진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또 태평양 남서부의 공화국인 바누아투(Vanuatu)는 국가 간의 분쟁을 심리하는 국제사법재판소에 자문 의견을 구하면서, 기후 변화의 영향에 대해 국가가 국제법에 따라 책임을 질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이러한 여러 사례를 종합하면 상황은 확실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 [스투/리포트] 미 서부 대화재, 산악지대 지하수도 위협…“서부에 스마트시티는 없다”
- [스투/포커스] 허리케인 홍수 지도가 보여주는 마이애미·뉴욕시·워싱턴DC의 기후 미래
- [화제] 바닷속에 해초 심는 ‘탄소 포획’ 실험…기후변화와 싸우는 덴마크
- 세계 최대 염수호 솔트레이크가 마른다…솔트레이크시티, ‘호수 없는 미래’ 직면
- 홍수 재난 급증 미국…도로 및 교량 침수 예측 조기경보시스템 구축 가속
- "낡은 운동복이 에비앙 생수병으로 재탄생"
- 환경보호에 46조 지출..GDP의 2.39%
- 유니클로 부당광고..공정위 뒷북제제 '빈축'
- '농슬라' 존 디어, CES 2023 기조연설 맡아
- 양곡관리법 찬성 61%〉반대 25%
- [스투/포커스] 기후 변화의 임계점 경보 시스템을 ‘수학’으로 개발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