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9월 22일은 ‘세계 차 없는 날(World Car Free Day)’이다. 유엔이 제정한 날로, 하루라도 차 없는 도시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다. 유럽에서 이 날은 ‘모빌리티위크’ 주간에 속한다. 복잡한 의미를 가지지만 결론은 ‘밝은 미래를 위해 당면한 자동차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도시에서의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함일 수도 있고, 기후 또는 친환경 대책일 수도 있다. 사람 중심의 도시 공간을 만들자는 것이며, 모든 차량을 악마화하기보다는 화석연료 엔진 차량을 거세하기 위함이다.
세계 인구는 머지않아 80억 명에 도달한다. 그렇다면 차량은 몇 대나 될까. 스페인에서 열리는 스마트시티엑스포월드콩그레스 본부는 모빌리티 시장을 추적하는 헤지스 앤 컴퍼니(Hedges & Company)의 데이터를 인용해 전 세계 차량이 현재 14억 4600만 대로 집계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물론 기하급수적인 인구와 차량의 증가가 비례하지는 않는다. 차량을 줄이고자 하는 명확한 목표와 과제가 있기 때문이다.
콩그레스 본부가 도시전문 미디어 ‘투모로우시티’에 실린 글을 인용, 홈페이지에 소개한 게시글에 따르면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은 금세기 스마트시티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다. 탄소 배출은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한다. 특히 기후 위기를 줄이기 위해 필수적이다. 자동차 부문에서의 탄소 배출은 전 부문 중에서도 첫 손가락에 꼽힌다. 중국과 인도는 특히 시급하다. 베이징과 상하이의 차량으로 인한 대기오염은 6개월 만에 4만 9000명의 사망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자동차로 인한 대기 오염의 대가는 생명을 앗아가고 질병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극도로 높은 사회적 비용을 수반한다. 헤지스 앤 컴퍼니는 이로 인해 총 230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고 추정한다.
차고에 주차시켜 놓고 운행을 줄여도 탄소 발생을 극적으로 줄인다. ‘세계 차 없는 날’도 근본적으로는 계도성 캠페인이지만 부분적으로는 탄소 저감 효과도 노린다. 유엔은 2015년 파리에서의 자동차 없는 날의 경우 탄소 배출이 40% 감소했다고 밝혔다.
도로와 주차장, 심지어 가정집 차고 등은 도시 구성의 핵심 요소였지만, 이들은 비인간화된 도시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공공 공간을 침해하고 도시 경관을 회색으로 바꾸는데 일조했다.
자전거로 출근하거나 걷기는 배출량을 줄일 뿐만 아니라 타인의 건강에도 유익한 영향을 미친다. 이용자 스스로의 건강에도 좋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거의 모든 회원국들이 마이크로모빌리티를 핵심 교통수단으로 편입시키는 이유다. 이보다 좋은 것이 걷기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구체적인 조치와 정책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세계 차 없는 날은 무의미해질 것임이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세계 차 없는 날’의 존재조차 모른다. 다시 말해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한국의 수도 서울만 해도 지난 22일 하루 동안 자동차 교통 상황이 개선됐다는 징후는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승용차 등 개인 교통수단의 사용을 막은 도시들이 유럽의 몇몇 상징적 사례로 등장했다. 네덜란드의 호르닝겐은 1970년대에 이런 조치를 취한 첫 번째 도시였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주민들은 1970년대에 도로로 변경됐던 역사적인 운하의 원상 복구를 ”잘 한 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가 도시 중심부를 보행로로 바꾸는 흥미로운 선례를 만들었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도로도 문화유산이었는데 이들을 변화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초기에는 반대가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는 성공했다. 이 프로젝트로 류블랴나는 유럽위원회로부터 성과를 인정받았고 2016년에는 유럽 그린캐피탈(European Green Capital)의 시상으로 이어졌다.
베를린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차 없는 도시를 만들자는 시민운동이 일어났다. 운동 주최측은 차 없는 도시를 관리하는 비용은 연간 500만 유로지만 이로 인한 사회적인 직간접 혜택은 4억 2500만 유로로 추산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의 자동차 판매 추세는 차를 줄이려는 도시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 MIT의 연구에 따르면, 유럽의 자동차 사용은 2050년까지 12% 감소할 것이며, 자동차가 여행의 44.4%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도 감소한다. 다만 북미는 여전히 세계에서 자가용 사용이 가장 많은 지역이 될 것이다. 증가폭은 아시아가 12%로 가장 크고, 아프리카가 7.2%로 그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MIT 연구는 자동차가 사라지려면 아직 멀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결국 모빌리티는 전기 또는 수소로의 전환이 해답이다. 자동차 사용은 줄어들지만 사라지지는 않는다. 따라서 사용은 줄이되 친환경 연료로 전환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특히 도시에서 자동차의 감소는 자연환경은 물론 사람들이 사는 방식도 크게 바꿀 것이다. 자동차 없는 도시를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 오히려 바람직한 일이기도 하다. 스마트시티 역시 자동차를 위한 도시 설계가 아니라 주민들의 삶의 질과 복지에 기반한 도시 계획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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