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아닌 빅테크 캐팩스가 AI 사이클 좌우
12월 FOMC 점도표가 빅테크 밸류 가를 변수…국내 반도체주 투자 1순위

|스마트투데이=강민주 기자| 연초 이후 가파르게 오른 코스피가 11월 들어 조정을 보이고 있다. AI 거품론에 더해 12월 미국 금리인하를 두고 설왕설래가 오가면서다. 올해 코스피 수익률이 전세계에서 손꼽을 정도로 높았던 조정 폭도 상당한 편이다. 

박석현(사진) 우리은행 WM사업부 부부장은 “올해 코스피가 많이 오른 만큼 가격 부담에 따른 1차적인 기술적 조정인 것은 맞다”지만 “이번 조정은 이전과 성격이 다르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 두 가지가 단순 해프닝으로 끝나면 기술적 조정에 그치겠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를 건드리면 추세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낙관론에 힘을 실으면서도 두 변수의 전개 과정을 꼭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AI 버블의 본질은 빅테크의 ‘캐팩스’

최근 AI 버블론이 점화되고 있다. AI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고평가, 투자 대비 낮은 수익성을 우려하는 시각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박 부부장은 “버블 여부는 시간이 지나야 판정 가능하다”면서도 “우려의 시각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AI 투자를 주도하는 기업들의 설비투자, 즉 자본지출(Capex, 캐팩스)이 필요 이상으로 과잉됐을 수도 있다”며 “투자를 과하게 진행한 뒤 그에 맞는 수익성이 따라오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AI는 앞으로의 핵심 산업이라는 점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이미 확보돼 있기 때문에 현 시점을 버블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며 “문제는 관련 산업에서 어떤 기업이 살아남을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점”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AI 투자 사이클의 ‘키 플레이어’는 엔비디아가 아니라는 게 그의 시각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메타플랫폼스, 오라클 등 5개 빅테크가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대규모 설비투자를 집행하고 그 결과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공급하는 엔비디아와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체(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2차 수혜를 얻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이들 빅테크 기업의 올해 캐팩스 예상액은 약 3700억달러(약 540조원)에 달한다. 작년보다 64% 증가한 규모다. 

박 부부장은 “해당 기업들의 내년 예상 캐팩스 증가율은 30%대 중반으로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증가율이 둔화됐다고 해도 30%대 중반이면 여전히 공격적인 투자”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빅테크 기업의 잉여현금흐름이 이미 투자금의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고 지적한다. 올해 가장 공격적인 AI 인프라 투자를 단행한 테크 기업으로 꼽히는 오라클은 최근 회계연도부터 현금흐름이 순유출로 전환됐다. 메타플랫폼스 역시 내년 잉여현금흐름이 수년 만의 저점 수준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부부장은 “현금흐름이 나빠지고 가산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회사채 발행 여건도 예전 같지 않다”며 “상대적으로 자본 여력이 취약한 기업은 투자 계획을 조정할 수밖에 없고 내년 캐팩스 증가율이 30%대에서 10~20%대로 내려앉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관련 주가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AI 관련주가 다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조건으로 실적 발표와 전망치를 꼽았다. “빅테크 기업이 계획한 수준의 투자 지출을 소화하고도 실적과 현금흐름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지가 관건”이라며 “반대로 투자 계획 조정이나 우려 섞인 발언이 나오면 AI 버블 논란은 다시 증폭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두 번째 리스크는 연준..점도표에 주목

최근 코스피는 물론 글로벌 증시 조정을 이끄는 두 번째 요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통화정책이다. 

그는 “연준이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으로 돌아섰다면 시장금리가 오르고 이는 곧 빅테크의 회사채 발행 여건과 밸류에이션에 동시에 부담을 준다”고 말했다.

오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둘러싸고 시장에서는 ‘동결vs인하’ 전망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최근에는 다시금 인하론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인하론에서 인하무산론으로 갔다가 다시 인하론으로 왔다. 

그는 “확률로 따지면 거의 5대5에 가깝지만 표결 구조를 감안하면 동결 쪽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린다”고 예측했다. 최근 지역 연은 총재들과 연준 이사들 발언이 전반적으로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쪽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박 부부장은 매파적 결정이 나온다면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은 외부 금리에 민감하기 때문에 분명히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버블론이 나오던 시기 금리가 인상되면서 거품이 본격 터졌던 것은 대공황 이래 반복되어온 사실이다. 

다만 박 부부장은 단순히 ‘동결이냐, 인하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년 이후 금리 경로를 드러낼 점도표(금리전망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12월에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내년 인하 횟수를 늘려 제시하면 증시에는 분명히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연준은 점도표를 통해 10월과 12월 두 차례 추가 금리인하가 있을 것이라는 취지로 밝혔다. 이런 발표가 금리동결론이 불거지기 전인 11월 초까지 증시 랠리에 든든한 뒷배가 됐다. 

◇AI가 잘 풀릴 거란 전제라면…역시 반도체가 1순위

하지만 시장이 급락세라고 판단한다면 주식 투자에 나설 이유가 확 줄어든다. 박 부부장은 아직 긍정론쪽이다. 

그는 AI 투자가 잘 풀리는 시나리오를 가정했을 때 가장 큰 수혜는 메모리 반도체가 된다고 봤다. 그는 “D램 등의 메모리 산업의 비중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이 사이클에 따라 투자 1순위는 국내 메모리 반도체가 될 것이고 관련 종목들로 구성된 ETF 수익률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 두 자릿수 중후반의 추가 수익률을 기대해볼 수 있는 구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미 내년 영업이익 전망을 기준으로 하면 상당 부분은 주가에 반영돼 있는 만큼 내년·내후년 실적 추정치가 추가로 상향 조정되는 것을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급등락을 반복하는 양자컴퓨팅·로봇 관련주와 ETF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을 주문한다. 

박 부부장은 “양자컴퓨팅과 로봇, 그 밖의 차세대 테마는 모두 AI 발전을 전제로 한 다음 단계 스토리"라며 "중심은 결국 AI 산업의 투자 신뢰가 회복되느냐의 문제고 AI 산업이 흔들리면 다음 단계 테마들의 변동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덧붙여 박 부부장은 서학개미들의 공격적인 해외 투자 행태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일부 고변동성 종목 중 한국 투자자 비중이 20%를 넘는 경우도 있다”며 특히나 “기본 체력이 부족한 종목에 투자가 집중되는 구조는 상당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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