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자료사진) /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자료사진) /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스마트투데이=이재수 기자| 서울 주요 지역에서 전세 매물이 급감하면서 전세와 월세 가격이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강남 일부 단지에서는 월세 보증금이 전세가를 추월하는 사례까지 등장하며,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이 늘고 있다.

2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아파트 전용 59㎡ B타입은 지난달 22일 보증금 9억 원, 월세 80만 원에 거래됐다. 같은 평형대의 전세는 이달 중순 기준 8억 원 중반에서 10억 원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어, 일부 거래에서는 사실상 월세 보증금이 전세 수준을 웃도는 상황이다.

이 같은 현상은 다른 지역에서도 관측된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59㎡는 지난 15일 보증금 9억 3000만 원, 월세 40만 원에 계약이 이뤄졌지만, 불과 며칠 전인 이달 초에는 같은 면적의 전세가 9억 1800만 원에 거래됐었다. 월세 계약의 보증금이 전세보다 더 높은 사례다.

마포구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최근 보증금 9억 원·월세 20만 원에 거래됐는데, 같은 시기 전세는 8억 5000만 원에 체결됐다.

기존에는 목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월세를 선택하는 수요가 많았지만, '전세 매물 급감→월세 수요 증가→월세 보증금 상승→전셋값 추월'이라는 악순환이 나타나면서 임차인들은 월세 보증금과 월세를 동시에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서울 시내 한 부동산에 월세·전세·매매 안내문들이 붙어있다. (자료사진) /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서울 시내 한 부동산에 월세·전세·매매 안내문들이 붙어있다. (자료사진) /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전세 매물 급감 → 월세 수요 증가’ 악순환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서울 전역을 대상으로 한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와 전세대출 규제 강화를 꼽는다. 허가제가 적용되는 지역에서는 전세를 놓기 어렵거나 까다로워 전세 매물이 빠르게 줄었고, 수급 불균형으로 기존 전세 수요가 월세로 이동하면서 월세 보증금까지 상승하는 구조가 생겼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겸임교수는 "전세 공급 부족으로 월세 수요가 늘면서 월세가 급등했다"며 "이제는 전셋값을 내면서 월세까지 부담하는 구조가 일반화하고 있다. 보유세 부담 증가도 이런 현상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대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시장 불균형은 더욱 심화됐다. 집주인들은 전세 가격을 크게 올리기보다 기존 전세를 유지하고 부족한 금액을 월세로 전환하는 반전세·혼합형 구조를 선호하고 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토지거래허가제와 보유세 전가가 맞물리면서 월세 상승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전세와 월세 구분이 희미해진 시장 구조가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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