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배려 대신 이기주의와 냉혹함을 전파한 그들
국가와 사회의 배려가 공짜가 아님을 기억하길

|스마트투데이=김종현 기자|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주어 차지하게 하시는 땅, 곧 네 소유가 된 땅에서 너는 네 이웃의 경계표를 옮기지 말지니라.”
성경 신명기 19장 14절 내용이다. 이웃의 삶의 터전을 침범하지 말고 재산상의 피해를 주는 행위를 금하라는 내용이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종교시설이다. 이들은 종교라는 이유로 수년 혹은 수십년간 재개발·재건축을 기다려 온 조합원들의 바람을 좌절시키며 이웃에 대한 배려와 소통이 아닌 ‘돈 앞의 냉혹함’과 ‘이기주의’를 전파했다.
대표적인 곳이 사랑제일교회가 있는 장위10구역이다. 장위10구역 재개발 조합은 2017년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본격적인 재개발 작업에 돌입하려 했지만, 교회 측이 563억 원의 보상금을 요구하며 진척을 보지 못했다. 명도소송에 이어 강제집행까지 이뤄졌지만 교회 신도들은 철거 용역들에 화염병을 던지고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맞섰다. 일부는 화염방사기까지 사용하며 물리적 위협을 가했다. 총만 들지 않았을 뿐 자신들의 이권을 챙기기 위한 전쟁터나 다름이 없었다.
지금도 장위10구역 조합원들은 사랑제일교회 얘기만 나오면 혀를 내두른다. 장위동 재개발지구 인근 A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500억 원 보상금을 주는 조건으로 합의가 이뤄졌을 때만 해도 사랑제일교회를 나쁘게 보는 조합원들은 많지 않았다”면서도 “여기에 더 많은 보상 조건을 요구한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부턴 종교가 아닌 본인들 욕심을 채우기 위해 한다는 얘기가 많아졌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성당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3구역 재건축 구역에 소재한 무악재성당은 “성당은 존치돼야 한다”며 재건축 사업 자체를 반대해왔다. 조합과의 소송도 불사했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소송과 협의를 반복했고, 재건축 공사도 자연스레 미뤄졌다. 올해 8월 29일이 되어서야 서대문구청의 중재로 가까스로 합의를 이뤄냈다. 재건축 아파트를 10년 이상 미뤄 받게 된 홍제3구역 조합원들도 불만을 가지긴 마찬가지다.
홍제3구역 인근 B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재건축은 삶을 위한 재산권이 걸린 문제”라며 “사업이 지연됐을 땐 조합원들의 불만이 극심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어느 누구든, 심지어 국가라도 종교시설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선과 배려를 누구보다 먼저 실천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직위, 출신 등 배경에 상관없이 누구든 따뜻하게 맞이함으로써 사회에 선과 배려의 정신을 전파하는 역할 때문에 독재 정권도 이들을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다. 함부로 건드렸다간 악인으로 낙인 찍혀 전체 사회구성원의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역할이 바뀌었다. 국가도 아닌 민간인이 자신의 재산권이 걸린 문제로 종교시설에 이해를 구하고 배려를 행하는 역지사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물론 종교시설도 재산권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보호를 넘어 이웃의 재산권에 피해를 끼치는 상황에 많은 사회구성원이 종교시설에 혐오감을 갖게 된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신께서는 이 상황을 과연 어떻게 보고 계실지, 그들도 한 번쯤 생각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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