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1구역] 2017년 불법홍보로 유죄 선고받은 현대건설
현대건설, 임직원 동원해 반포주공1단지 조합원 매수 나서
2017년과 2025년, 현대건설과 GS건설 서로 뒤바뀐 입장

|스마트투데이=김종현 기자| GS건설이 성수전략정비구역 1지구(이하 성수1지구)에서 불법홍보를 한다며 문제를 제기한 현대건설이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자신들의 불법홍보에 대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현대건설은 2017년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이하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준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1심 법원은 2024년 1월 23일 현대건설이 혐의가 있다고 보고 벌금 5000만 원을 선고했다. 올해 2월 5일 열린 2심 재판에서도 같은 판단이 나왔다. 그리고 지난 9월 4일, 대법원은 이 판결을 확정했다.
◆ GS건설 행위엔 ‘제재’ 요구…그런데 과거는 묻지 마라?
아이러니한 건 이 당시 경쟁 건설사가 GS건설이었다는 점이다. 2017년 GS건설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불법홍보를 했던 현대건설이 이번엔 GS건설이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최근 성수1지구 조합에 ‘GS건설이 조합원에 물품을 제공하는 등 불법홍보 행위를 저질렀다’며 입찰 배제를 포함한 강력한 제재를 요구했다. 지난 10일 성수1지구 조합에 보낸 입찰지침(시공자 선정계획서) 의견 회신에서 “불법홍보를 행한 GS건설에 대해 도시정비법 및 관련 고시 등에 따른 제재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이 주장한 GS건설의 불법홍보 행위는 △기존 입찰안내서에 GS건설 의도 반영 △대의원회 회의자료 임의 수정 △조합과 GS건설간 비밀 회동 △대의원회(9월 4일) 전 조합직원의 TM을 통한 부결 유도 △GS 직원의 조합원 개별 접촉 및 복숭아 선물 제공(부결 강요)이다.
이 같은 현대건설의 행위는 ‘내로남불’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현대건설은 입찰지침 의견 회신에서 ‘당사의 2017년 사건 대법원 판결(9/4)’과 관련하여 입찰 제한의 논란 소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입찰 공고상 ‘부정당 업체’ 제한 항목에 ‘당해 현장에 한함’ 문구를 삽입해 달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여기서 언급된 2017년 사건이 바로 반포주공1단지 수주 관련 도시정비법 위반이다. 경쟁업체의 홍보행위는 지적하면서 본인의 행위는 눈감아 달라는 문구로 읽힐 수밖에 없다.

◆ 2017년에 대체 어떤 일이?
현대건설은 2017년 7월 20일부터 9월 27일까지 조직적으로 직원들을 동원해 반포주공1단지 조합원에 금품을 뿌렸다. 법원이 인정한 금품수수 액수만 1억 3859만 원에 달한다.
1심 재판부는 “건설업자가 조합원을 상대로 금품, 향응 및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홍보활동을 하면 개별 건설업자를 지지하는 조합원 사이의 갈등이 야기되고 시장질서가 흐트러진다”며 “재건축사업에 있어 시공사가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시공자 선정의 투명성 및 공정성 제고를 위해 건설업자의 비리는 엄하게 처벌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현대건설 내부1팀 소속 홍보요원은 조합원에게 ‘현대건설을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해달라’고 부탁하며 98만 원 상당의 김치냉장고를 제공했다. 이외에도 다수 직원들이 1억 3859만 원 상당의 금품을 재건축조합원에 건넸다.
현대건설 건축사업본부 도시정비사업실장 A씨는 주택사업부 건축사업지원실 건축사업지원팀 소속 내부조직팀장 B씨와 도시정비사업실 도시정비사업2팀 소속 외부조직팀장 C씨에게 ‘조합원 금품 전달’ 미션을 지시했다. B씨와 C씨의 지시를 받은 홍보요원들은 개인 신용카드로 금과 액세서리, 명품가방 등의 금품을 구매해 조합원에 전달하고, 결제 내역을 임직원 D씨에게 알렸다.

D씨는 현장사무실 6층에서 별도 채용한 아르바이트생들을 통해 각 홍보요원들의 ‘미션’ 청구분을 각 금품이 제공된 일시, 품목, 금액, 제공한 홍보요원 및 제공받은 조합원의 이름 등을 기재한 지출일지, 신용카드 영수증을 취합·관리했다.
외부2팀 홍보과장으로 재직한 E씨는 팀장의 지시를 받아 200만 원 상당의 TV를 조합원에 제공하며 ‘부재자 투표 날 현대건설을 찍어달라’고 부탁했고, 이 시점부터 총 6회에 걸쳐 709만 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했다. 외주까지 동원하며 조합 매수에 나선 ‘조직적 범죄’인 셈이다.
◆ 1심 판단 후 현대건설은 어떻게 됐을까?
1심 판결은 2024년 1월 23일에 나왔다. 그런데 현대건설은 별다른 제재 없이 같은 해 3월 공사에 돌입했다. 정비사업법을 위반한 업체에 대해 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법이 제정되기 전에 저지른 행위다 보니 ‘시공자 선정 취소’라는 최악은 면할 수 있었다. 도시정비법은 2018년 건설사가 조합원에 금품 혹은 향응을 제공한 경우 해당 건설사를 입찰에서 배제시킬 수 있도록 개정됐다. 또 현대건설에 공사를 맡긴 조합도 1심 판결 이후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았다.
업계는 이번 성수1지구를 가운데 두고 벌어지는 공방전이 실제 재개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GS건설과 현대건설 양측 주장의 진위 여부는 확인되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지나친 공방으로 자칫 사업이 지연돼 조합원에 피해가 갈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