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투데이=이재수 기자| "이번 올림픽까지 8개월만 더할 걸 ㅠㅠ".

파리올림픽에서 효자종목으로 급부상한 사격의 메달사냥에 한화그룹 임직원들이 아쉬움을 삼키고 있다. 양궁(금3. 은1.동1)에 이어 사격은 가장 많은 메달을 우리에게 선물해 준 효자종목. 

양궁의 독보적 금메달 사냥 배후에 현대기아차가 있는 반면, 사격은 현재 대기업 후원사가 없다. 지난 20년간 200여억원을 투자했던 한화그룹이 작년 11월, 회장사 자리를 갑작스레 내려놓으면서 후원을 딱 끊은 탓이다. 

재계 사격광으로 통하던 한화그룹 총수 김승연 회장 인연으로 한화갤러리아는 지난 2001년 회사가 운영하는 사격게임단을 창단, 이듬해인 2002년부터 대한사격연맹 회장사 자리를 맡아왔다. 특히 2008년부터 한화회장배 전국사격대회를 매년 개최하는 등 우리 사회에 사격 저변 확대에  힘써왔다. 

한화그룹의 지원은 메달 사냥이란 결실로 이어졌다. 한화그룹이 회장사를 맡은 지난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진종오가 첫 메달(남자 50m 권총 은)을 목에 걸었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2년 런던 올림픽,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3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런던 올림픽에선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의 역대 최고 성적을 올리기도 했다.

한화가 사격연맹회장사로 있으면서 국제 사격 경기 규정에 맞춰 전자 표적으로 경기를 진행하는가 하면 겨울 전지훈련을 돕는 등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한화와 사격의 동반자 관계는 여기까지. 김 회장이 경영2선으로의 후퇴가 한화그룹의 사격 지원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지난 2017년 갤러리아 사격단이 전격 해체한데 이어 항저우아시안게임이 끝난 작년 11월, 한화갤러리아 대표 출신 김은수 전 대한사격연맹 회장이 물러나면서 한화그룹은 사격협회장 자리도 내놨다.

한화그룹은 당시 "새로운 기업이나 개인에게 기회를 열어줘 사격이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내려놨다”고 했고, 사격연맹도 “"이제까지 헌신한 한화그룹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후 한동안 공석이던 사격연맹 회장직은 올해 6월 초 신명주 명주병원장이 단독 출마해 선출됐다. 후원하는 대기업이 없지만 사격은 완벽한 세대교체와 함께 효자 종목으로 자리잡았다. 2000년대생 오예진(여자 10m 공기권총) 반효진(여자 10m 공기소총) 양지인(여자 25m 권총)이 잇따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재계에서는 사격이 파리 올림픽에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올리자 반년만 더 버텼으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운 소리가 이어진다. 대한양궁협회회장을 맡아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정의선 회장과 현대차그룹처럼 후원효과를 톡톡히 누렸을 것이라는 아쉬움이다. 

20년 넘게 200억원 이상을 쏟았지만 한화가 이번 올림픽을 통해 얻은 건, 단지 '키다리 아저씨'라는 '허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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