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자리에 새로운 여름이”…지구 온난화가 위협하는 일본의 문화 달력
한국과 일본, 11월에도 모기 극성

 * 11월 12일 도쿄의 은행나무는 여전히 푸르다. 사진=재팬타임스 via 크리스 러셀
 * 11월 12일 도쿄의 은행나무는 여전히 푸르다. 사진=재팬타임스 via 크리스 러셀

일본의 불꽃놀이 축제는 전통적으로 여름철에 열렸다. 여름철의 비교적 시원한 저녁은 지속적인 낮 더위로부터 잠시 휴식을 제공했다. 그러나 올해 이바라키현 이타코에서 열린 강변 불꽃 축제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4년의 공백기를 가진 후, 축제는 3000개의 불꽃놀이로 다시 돌아왔지만 참관객들은 여름옷 대신 재킷을 입고 자리에는 담요를 깔았다. 행사가 처음으로 10월 말에 열렸기 때문이다. 일본의 여름이 점점 불편해지고 있다고 재팬타임스가 전했다. 일본과 같은 4계절을 보내는 한국은 일본만큼은 아니지만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국의 봄과 가을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 

일본의 변화는 단지 불꽃놀이뿐만은 아니다. 모기는 11월에도 창궐한다. 전국적으로 단풍 행락객들은 잎에 밝은 빨간색이 나타나는 것을 보기 위해 이제 11월 말이나 심지어 12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기후 변화는 11월까지 지속되는 이상고온으로 이어져 일본의 가을을 뒤흔들고 있으며, 사람들의 삶의 리듬을 방해하고 있다.

일본기상청에 따르면 일본의 가을은 공식적으로 9월 초에 시작돼 11월 말까지 계속된다. 그러나 이런 추세라면 일본은 여름과 겨울 두 계절의 나라가 될지도 모른다고 과학자들은 경고한다. 사회적, 문화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예고한다. 특히 관광 사업자는 실존적 위협에 직면해 있다. 

전국 700곳의 명소에 단풍 예보를 제공하는 기상청에 따르면 삿포로의 올해 단풍 피크는 평년보다 16일 늦은 11월 13일에야 도착했다. 전국의 거의 모든 주요 도시에서 단풍 절정이 예년보다 2일에서 9일 정도 늦어졌다. 

가을 잎 착색은 기온 변화뿐만 아니라 일조 시간을 비롯한 다른 요인들에도 영향을 받으며, 그 과정은 지역별, 식물별로 다르다. 대부분의 식물상처럼 나뭇잎은 광합성에 필요한 엽록소를 함유하고 있다. 여름에는 엽록소 때문에 잎은 거의 녹색 일변도다. 가을에 날씨가 변하면서 엽록소는 광합성을 멈추고 분해된다. 그러면서 잎의 색이 변하기 시작하는데, 이때 안토시아닌이라는 또 다른 색소가 합성된다. 잎에 단풍색을 입히는 것은 안토시아닌이다.

환경 단체 그린피스는 최근 지난 반세기 동안 일본 3개 주요 도시의 단풍철과 은행의 단풍철이 최대 5주 늦춰졌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1953-69년 동안 두 종류의 나무의 단풍을 비교했을 때, 2010-19년 기간의 단풍 날짜가 훨씬 늦게 도착했다. 예를 들어 단풍나무의 경우 도쿄에서는 18일, 삿포로에서는 21일, 후쿠오카에서는 36일 후였다. 가을 단풍이 다른 곳보다 늦게 시작되는 요코하마의 일부 지역에서는 성수기가 이미 12월 중순이나 12월 하순으로 늦춰졌다. 

미에 대학의 기상학 교수 타치바나 요시히로는 일본이 봄과 가을이 짧은 두 계절의 나라로 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타치바나는 중위도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편서풍 전문가다. 북쪽의 극지방과 남쪽의 적도 사이의 온도차로 일어난 이 편서풍은 북극의 온난화로 인해 약해졌다. 일본은 이제 바람이 없는 고기압 지역에 갇혀 있다고 그는 말한다. 이것이 올해 고온이 9월과 그 이후까지 오래 지속된 이유라는 것이다. 

기온 상승이 일찍 시작되면서 봄도 줄어들고 있다. 이는 부분적으로 기후 변화로 인해 유라시아의 눈이 녹았기 때문이라고 타치바나 교스는 말한다. 따뜻한 공기는 다시 편서풍에 의해 운반돼 봄에서 여름으로의 전환을 가속한다. 

한국은 어떨까. 한국인들도 봄과 가을이 짧아졌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다. 사회 문화적으로 거대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이에 대비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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