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지원본부·본사 인원도 축소..구조조정 본격화

낭중지추(囊中之錐). '주머니 속에 숨겨 놓은 칼'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것일까? 정원주 중흥그룹 부회장의 입맛에 따라 대우건설에 찬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작년말 정기 인사에서 한차례 유보됐던 기존 임원 30명이 최근 전격 해임됐다. 조만간 이른바 밥값을 못하는 조직이 해체되는 등 조직과 인력의 대규모 구조조정 한파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주 2024년도 정기임원인사에서 30명의 기존 임원을 전격 해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대우건설은 임원인사와 대내외 소통 능력과 추진력, 업무 전문성을 갖춘 젊은 인재들을 두루 발탁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이를 두고 대우건설을 인수한 중흥그룹이 본격적인 자기색깔 입히기에 나선 것이라는 의견이 대체적이다.
중흥그룹은 지난해 2월 대우건설 주식 50.75%를 2조 670억원에 인수했다. 작년말 정기 인사는 기존 대우건설 인원을 주축으로 진행되는 등 이렇다할 특이점이 없었다.
M&A 이후 당연히 뒤따르는 구조조정 또는 물갈이 인사는 눈에 띄지 않았다.
실제 정원주 부회장이 대우건설 회장에 취임한 것도 인수 시점으로부터 꼬박 1년이 훌쩍 넘어선 올해 6월이다.
정 회장은 대우건설 취임이후 줄곧 베트남·필리핀·나이지리아·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 등 수많은 해외 정상급 관계자들을 예방하는 등 해외시장 개척과 거점시장 경쟁력 강화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이번 조직개편의 골자 역시 정원주 회장의 이같은 행보에 힘을 더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후문이 조직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당장 해외사업단을 CEO 직속 편제로 조정했다. 단장 직급도 기존 상무에서 전무로 한단계 격상했다.
정원주 회장이 직접 발로 뛰며 공을 들이고 있는 '세계속의 대우건설'이라는 명성 회복을 위해 전사적으로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공공지원단을 신설해 공공분야 및 대외업무를 일원화를 추진한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백정완 사장과 정원주 회장이 함께 소환대상에 오르면서 대관업무를 강화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다.
임원이 10명 이상 줄면서 인력과 조직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도 감지되고 있다. 새로운 조직편제에 따른 인원 감축이 불가피할 것이란 해석이 조직 내부에서 공공연하게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실제 ‘현장 중심 경영’의 기조 아래 경영지원본부를 실(室) 조직으로 축소하고, 기획업무 중심의 유사․중복기능을 통합했다. 주택건축사업의 한 축인 도시정비사업 조직은 본사업무 인력을 축소하고 영업인력은 각 지역 중심으로 전면 배치했다. 서울근무 인원이 지방근무를 하게 되면서 자발적인 인원감축도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해외건설 시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으로 해외사업단을 CEO 직속으로 편제해 해외영업을 강조하고 집중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퇴임 임원과 관련된 내용은 발표되지 않아 아직은 내부에서도 알지 못한다"며 최근 조직 개편에 따른 내부 술렁임이 자칫 확대해석될 것을 경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