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한 바람을 일으켜 잎을 제거하는 잎 제거기나 예초기를 비롯한 잔디 관리 장비는 종래 기후 변화라는 측면에서는 사람들의 특별한 관심을 받지 않았다. 개인 또는 가정용으로 사용되는 소형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잔디를 비롯해 정원을 관리하느라 사용하는 장비들이 막대한 대기 오염물질을 방출해 기후 변화의 주 원인 중 하나라는 새로운 보고서가 나왔다고 기후정의 솔루션을 모색하는 비영리 미디어 그리스트가 전했다.
환경보호국(EPA)의 2020년 국가 배출 목록(National Emissions Inventory)에서 사용 가능한 최신 데이터를 분석한 이 보고서는 잔디 관리 장비가 한 해 동안 무려 6만 8000톤 이상의 스모그를 형성하는 아산화질소를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략 3000만 대의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것과 맞먹는 양이다. 잔디 관리 장비는 또한 로스앤젤레스시 전체의 총 배출량보다 많은 30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구 온난화에 치명적인 두 가지 오염물질을 동시에 대량으로 배출하고 있는 것이다.
분석 보고서를 발표한 비영리 환경 단체 콜로라도PIRG의 청정 공기 분석가인 키스턴 샤츠는 "잔디 및 정원 관리 장비에 사용되는 소형 엔진의 경우 실제로 사람들이 생각해 온 상식과 다르다"라면서 "장비에서 배출되는 유해 물질은 실제로 많은 대기 오염과 건강 문제를 일으키고 기후 변화에 불균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기로 바뀐 잔디 관리,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하는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잔디 장비는 앞서 말한 두 가지 가스 배출 외에도 포름알데히드나 벤젠과 같은 기타 대기 독성 물질도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도 장비가 방출하는 가장 우려되는 오염 물질은 PM2.5로 알려진 초미세먼지다.
미세먼지의 기준은 PM10으로 먼지 입자의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인 오염물질을 말한다. PM2.5는 지름 2.5마이크로미터 이하로 학술적으로는 에어로졸이라고 부른다. 사람의 머리카락 굵기는 50~70마이크로미터다. 미세먼지도 머리카락 굵기보다 가는데 초미세먼지라면 언급할 필요도 없을 정도다.
초미세먼지는 암, 생식 질환, 정신 건강 문제부터 조기 사망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에 화석연료로 구동되는 잔디 관리 장비가 2만 1800톤의 PM2.5 초미세먼지를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동안 2억 3400만 대의 일반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같은 오염 물질과 맞먹는 양이다.
이런 엄청난 결과는 잔디 장비의 엔진이 승용차와는 전혀 다른 유형이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잔디 장비 엔진의 연소 주기는 2행정 또는 4행정으로, 승용차의 엔진에 비해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며, 특히 2행정 엔진의 경우 윤활유와 가솔린을 혼합하여 작동하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된다. 샤츠는 “잔디 장비의 비효율적인 엔진 기술은 자동차나 트럭보다 오염을 더 많이 유발한다. 정원을 가꾸는 장비 모두가 충격적인 양의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유해물질 배출량은 주마다 크게 달랐다. 잔디 장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부문에서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가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으며, PM2.5 초미세먼지 배출에서는 플로리다와 텍사스가 최상위를 차지했다.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 주가 PM2.5 배출에서도 높은 순위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전체 50개 주에서 29위로 낮았다.
전국적으로 2행정 엔진이 잔디 장비에서 배출되는 PM2.5 초미세먼지의 82%를 차지하지만 캘리포니아에서는 41%에 불과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오래 전부터 소형 엔진에 대한 규제를 시행해 왔었다고 한다. 캘리포니아는 1990년대 중반부터 소형 엔진 배기가스 배출 기준을 지속적으로 선도해 왔다.
잔디 장비를 포함한 소형 오프로드 엔진에 대한 주 전역의 금지 조치가 내년에 발효될 예정이다. 다른 주정부도 캘리포니아의 선례를 따라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많은 주와 지자체는 배터리로 작동되는 잔디 장비에 대해서도 리베이트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