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순 키움증권 대표이사 사장.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이사 사장. 

황현순 키움증권 사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전무후무한 하한가 행진을 기록한 영풍제지 사태에 책임을 지고서다. 

키움증권은 황 사장이 대규모 미수채권 발생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기 위해 이사회에 대표이사직 사임 의사를 전달했다고 9일 밝혔다.

키움증권은 오는 16일 개최되는 이사회에서 황현순 대표의 사임 의사에 따른 후속 절차를 논의할 예정이다.

영풍제지가 지난달 중순 주가조작에 휘말리면서 매매거래가 중단될 당시 키움증권은 4943억원에 달하는 미수금이 발생했다. 올 상반기 순이익을 넘어서는 금액이었다. 

키움증권은 반대매매를 통해 미수금을 회수해야 했는데 영풍제지가 매매거래가 재개된 지난달 26일 이후 무려 엿새 동안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키움증권이 회수한 금액은 600억원 초반에 그쳤다. 

엿새 연속 하한가는 가격제한폭이 상하 30%로 확대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키움증권은 이로 인해  4333억원의 미수금이 확정됐다. 

미수금 발생보다 더 컸던 것은 키움증권의 리스크 관리 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것이었다. 

주가조작 혐의를 받는 일당들은 키움증권에 개설된 계좌들을 이용했는데 특히 키움증권이 영풍제지에 대해 신용거래를 허용해준 덕분에 레버리지까지 쓸 수 있었다. 반면 주요 증권사들은 일찌감치 신용거래를 막아서 키움증권과 같은 손실을 피해갔다. 

키움증권 김익래 전 회장은 올해 4월 라덕연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 다우데이터 주식을 대거 팔아치운 사실이 드러나 라덕연 일당과의 내통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대국민 사과를 하고 회장직에서도 물러나야 했다. 

영풍제지 사태는 그런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키움증권의 부실한 리스크 관리 능력을 드러낸 것이었다. 키움증권은 이후 부랴부랴 신용 관리에 들어갔다. 

황 대표는 2000년 키움증권의 전신인 키움닷컴증권 창립 때 합류한 '개국공신'이다. 1967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장기신용은행과 한국IBM을 거쳐 키움증권에 입사했다. 

키움증권에서 리테일총괄본부장과 전략기획본부장, 그룹전략경영실장 등을 맡으며 키움증권의 급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1월 대표이사에 취임했고,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3년 임기로 재선임됐다. 23년간의 증권맨 생활을 이렇게 끝마치게 됐다. 

한편 라덕연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6호 초대형 IB'가 확실시되던 키움증권의 또다른 도약도 연이은 사태로 멀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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