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곰이 활동하기 시작하는 올 봄부터 지금까지 일본에서는 곰들의 도시 출몰이 급증하면서 기록적인 수의 사람들이 곰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4월 초부터 10월 말 사이 곰이 사람을 공격하는 사건이 180건이나 발생해 5명이 사망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올해가 두 달이나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래 최고치였던 2020년의 158건에 비하면 엄청나게 증가한 수치다.
일본 정부는 시골 지역의 거주민이나 농부, 산을 찾는 등산객, 어부 등 곰이 서식하거나 출현할 수 있는 지역의 거주민들에게 주의를 기울일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당국은 곰의 출몰이 크게 늘어난 것이 기후 변화에 따른 곰 생태계의 파괴 때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지난해부터 올해에 걸쳐 산간 지역에서는 견과류, 딸기 및 야생 과일의 생육이 더뎌지고 수확량이 적었다. 여기에 기록적으로 더운 가을 날씨로 인해 산간 곰의 동면이 지연되고 있다. 당국은 모든 요소들을 고려할 때 향후 몇 주 안에 곰의 출몰 및 공격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최근 일본 북부 홋카이도에서 등산객 3명이 등산하다가 1.7m 길이 불곰의 공격을 받았다. 두 명은 다리와 몸통에 중상을 입었고 세 번째 남자는 사냥용 칼로 곰과 맞서 싸웠다. 지난 10월 초에는 일본 북동부 아키타현과 이와테현 교외 지역에서 같은 날 연쇄 곰 공격이 발생해 6명이 부상을 입었다. 곰은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13세 소녀를 물었고, 나중에는 기타아키타시의 병원 밖에 있는 여성도 공격했다. 그녀는 심각한 출혈과 함께 다리와 가슴의 뼈가 부러져 치료를 받았다.
이와테현에서는 버섯을 따는 남녀가 곰의 공격을 받았고, 여성은 심한 부상으로 결국 사망했다. 또 곰 한 마리가 현의 지역 병원에 들어가 현지 공무원에 의해 포획되기 전까지 대 혼란을 일으켰다.
일본 정부는 도쿄에서 환경성과 농림성 관계자들이 긴급회의를 열고 곰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에 야생동물 전문가를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동경정보대학 문화인류학 교수 케빈 쇼트는 전문가들이 단기적인 해결책보다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도추라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역 생태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곰이 겨울잠을 준비하면서 산에서 자체 해결하는 먹이가 올해 극도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홋카이도에서는 강을 따라 올라오는 연어 잔치가 매년 가을마다 벌어진다. 곰이 가장 많은 에너지를 축적하는 순간이다. 그런데 올해는 예년보다 높은 해수 온도로 인해 연어들이 늦가을 후반에야 상류 산란지로 돌아오는 여정을 시작했다. 곰들이 때를 놓쳤다.
쇼트 교수는 “일본 북부 도호쿠 지역에서 2주를 보내는 동안 너도밤나무 열매를 한 개도 본 적이 없다”면서 “참나무, 밤, 너도밤나무는 해마다 많고 적은 수확을 반복하지만 올해는 아무것도 생산하지 못한 특별한 해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곰들에게는 큰 문제다. 곰들은 동면에 들어가기 전 체중을 늘리는 데, 이 때 지방과 단백질로 가득 찬 견과류에 상당부분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체 조달 식량이 크게 부족해지면서 곰들은 결국 산간 마을로 진출하는 길을 택했다. 최근에는 점점 더 교외나 대규모 도시 지역으로 진출해 지역 주민들을 공격하고 있다.
일본 전역의 여러 지역사회가 곰을 막기 위한 조치를 도입했다. 나가노현 가루이자와 마을의 비영리 단체는 곰을 사냥하는 데 사용되는 핀란드 품종 카렐리안 곰개 한 무리를 들여왔다. 이 개들은 곰을 사냥하지는 않는다. 다만 마을 근처에서 곰의 냄새를 맡을 때마다 공격적으로 짖는다. 홋카이도 타키카와 마을 주민들은 적외선 센서를 사용해 곰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한 쌍의 대형 로봇 늑대를 도입했다. 곰이 인식되면 2m 길이의 로봇 늑대가 머리를 공격적으로 흔들며 녹음된 포효 소리를 내짖는다.
그러나 기후 변화에 더해 사람의 서식지까지 이들 동물의 자연환경 지대로 더욱 확산되고 있어 대결은 앞으로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