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인권단체‧변호사연합, 국제형사재판소에 ‘환경 범죄 기소’ 요구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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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홍수, 기상이변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폭력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전쟁은 또한 자연 생태계를 황폐화시키고, 자원에 대한 접근을 위태롭게 하며, 민간인을 병들게 하는 유독한 유산을 남겼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비영리기관 ICN(인사이드클라이미트뉴스)에 따르면, 인권단체와 변호사연합은 최근 헤이그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카림 칸 검사에게 기후 변화와 ICC 소관 범죄 간의 연관성 평가를 시작할 것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발송했다. 서한은 여러 가지 사례를 인용하면서 환경 파괴를 초래하는 범죄에 대한 기소를 우선할 것을 촉구했다.

서한에 따르면 차드호 유역에서는 가뭄과 극심한 기후로 인해 농업에 의존하는 사회가 위태로운 경제 상황에 놓이게 되었고, 이로 인해 젊은이들이 보코하람과 같은 무장 단체에 흡수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러시아의 카호프카 댐 파괴로 홍수가 발생해 하류 지역 주민들이 퇴거했고, 대량의 어류가 죽었으며, 주민들이 물을 얻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40년 동안 계속된 전쟁으로 인해 국가의 지형이 파괴되고 토지권, 수자원 및 기타 천연자원에 대한 갈등이 촉발됐다. 군사 작전으로 인한 환경 오염은 전쟁으로 피폐해진 민간인들을 병들게 했다.

네덜란드 소재 기후 자문위원회의 리처드 로저스 이사는 “기후 변화와 생태 파괴는 국제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합당한 법적 고려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칸 검사 측은 공개서한에 대한 직접적인 답변은 거부했지만, 서면 성명을 통해 환경 범죄에 대한 새로운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ICC는 1998년 로마 규정에 따라 120개 국가가 찬성해 결성된 것으로 집단살해죄, 비인도적 범죄, 전쟁 및 침략 범죄 등을 처벌 대상으로 한다. 여기에 환경 범죄도 포함하는 것에 대해 대부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ICC 검사는 캄보디아와 브라질의 환경 피해와 관련된 반인도적 범죄 혐의를 조사해 달라는 요청을 최소 5건 받았다. 로마 규정은 환경파괴를 반인류범죄로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법학자들은 ICC가 반인륜범죄와 환경파괴와 관련된 전쟁 범죄를 기소할 권한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앞으로는 기후 파괴 증거를 증거를 수집하는 행위가 재판소 운영에 새로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공개서한에서도 서명자들은 이 임무가 검찰의 기존 권한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수단인권허브(Sudan Human Rights Hub)와 기후카운슬(Climate Counsel)이 주도한 이번 공개서한은 “현재 지구상의 거의 모든 지정학적 위기는 어떤 식으로든 환경 분쟁으로 얼룩져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ICC가 기후에 대한 특별 고문을 임명하고 법원의 범죄 목록에 ‘생태 살해’를 추가하는 등 5가지 권고 사항을 제시했다. 공개서한은 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007년 세계 최초의 기후 변화 분쟁으로 규정한 수단 다르푸르 지역의 오랜 폭력 사태도 사례로 제시했다. 

2019년 독재 정권이 축출된 이후, 수단은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올해 4월, 국군과 준군사조직 사이에 전투가 벌어졌다. 6개월 동안 내전으로 인해 수백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약 9000명이 사망했다. 수단 분쟁의 가장 큰 원인은 권력 투쟁이었지만, 수단 인권 단체들은 가뭄, 사막화, 기온 상승, 물 부족 등 기후 영향이 폭력의 근본 원인이자 증폭 요인이라고 말했다.

수단은 기후 변화에 가장 취약한 세계 5개 국가 중 하나다. 1960년대 후반부터 40년 동안 서부 수단의 강수량은 30% 감소했고, 사하라 사막은 연간 약 1.6km씩 확장됐다. 이미 세계에서 가장 더운 나라 중 하나인 수단의 기온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이로 인해 농업에 적합한 토지가 줄어들고 자원 경쟁이 심화되었다. 사막화로 인해 토지를 잃은 농부들은 소규모 금 채굴로 눈을 돌렸는데, 이는 수은 및 시안화물에 중독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가문 지역의 여성들은 깨끗한 물을 얻기 위해 더 먼 거리를 이동했고, 성폭행 등의 위험에 노출됐다. 

인권 변호사이자 수단인권허브 소장인 모네임 아담은 수단 민간인뿐 아니라 전 세계 지역 사회에서 “분쟁과 환경적 잔학 행위의 기후적 요인이 현실화됐다”고 강조했다. 아담은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지역 사회는 환경 범죄에 단독으로 대처할 수 없기 때문에 ICC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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