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한 나라 영국 강까지 마른다…런던 물 위기도시 9위 올라

저명한 하천 지킴이 운동가 피어갤 샤키(Feargal Sharkey)가 과학 미디어 뉴사이언티스트 라이브에 출연, 영국 수도 런던이 식수가 고갈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세계 도시 순위 9위에 올랐다고 경고했다.
샤키는 방송에서 “런던 인근의 영국 강들이 말라붙고 있다. 런던은 물 안보가 위협받는 가시권에 있다. 이는 영국이 강에 대한 투자 부족과 전략적 사고의 부족으로 인한 것이다. 이에따라 런던은 케이프타운, 상파울루, 자카르타, 멕시코시티 등 식수 공급을 위협받는 최상위 도시에 이름을 올렸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BBC는 식수 부족 우려 도시로 방갈로르, 베이징, 카이로, 모스크바, 이스탄불, 도쿄 등을 상위권에 오른 도시로 보도했는데, 명단의 도시들이 대폭 바뀌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 그러나 사태가 심각해지면 수자원을 관리하는 기관이나 민영화된 회사가 아닌 소비자가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샤키는 "영국의 국가 인프라 위원회가 런던의 지속적인 물 공급을 보장하면서 가동하려면 200억 파운드의 투자가 더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영국의 수로는 마르고 있을뿐 아니라 상태도 좋지 않다. 영국의 전체 하천 중 단 14%만이 생태적으로 건강하다는 진단이다. 나머지는 생활 하수, 농업 유출수, 과도한 추출, 개조된 제방 및 댐과 같은 장벽으로 인해 황폐화되었다. 생태학적으로 좋은 건강이란 ‘다양한 식물, 곤충, 벌레, 물고기, 야생 동물, 새, 비버, 수달 등 생물 종 다양성과 함께 하천의 건강에 의존하는 모든 것이 건강한 상태’를 의미한다. 이런 기준을 적용하면 영국의 어떤 하천도 화학적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
인간 하수 유출은 중요한 문제인데 영국에서는 추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모니터링 시스템은 하수관이 열리는 빈도와 기간은 기록하지만, 실제 하수가 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양은 측정하거나 기록하지 않는다. 샤키는 방송에서 하수량을 기록한 단 두 개의 모니터링 스테이션 중 하나(런던 트위크넘)에서 2021년 단 이틀 만에 수백만 리터의 미처리 하수가 템스강에 버려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영국 하천의 열악한 상태는 법적인 문제라는 주장이다. 2002년 유럽 수자원 기본 지침(European Water Framework Directive)이 발효돼 당시 영국도 포함됐던 EU 회원국은 2027년까지 모든 담수 수역이 양호한 생태학적 상태를 유지하도록 의무화됐다. 영국이 브렉시트(EU 탈퇴)했다고 해서 이 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일부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추정치는 영국의 강 중 6%만이 EU 지침 마감일까지 요구 사항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샤키는 “영국의 민영화된 물 산업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절한 보수를 받았지만 깨끗하고 안전한 물 시스템을 운영하는 법적 의무를 실행하기보다는 주주와 경영진에게 보상하는 쪽을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이로 인해 상황은 더욱 악화됐고, 영국 물 산업은 하수 유출 및 기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결과적으로 주민들에게 약 960억 파운드의 비용을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하천은 특히 백악질 암석의 대수층에서 분출하는 백악(분필과 같은 백색 연토질 석회암)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영국 남부에는 전 세계 백악류 하천의 85%가 집중돼 있는데, 이 독특한 하천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물 회사들은 백악류 하천의 물이 매우 깨끗하기 때문에, 여기에서 물을 추출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러나 백악류 하천은 영국판 아마존 열대우림으로,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복제할 수 없는 생태계와 환경의 보고다. 그런 하천을 완전히 파괴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결국 영국 하천의 문제는 두 가지의 복합적인 요인이 합쳐서 발생하고 있다. 하나는 기후 변화에 따른 유럽 전역의 가뭄과 이에 따른 하천 수위 저하, 여기에 정부의 하천 난개발 방관 및 관리 소홀이 더해졌다. 하천에 대한 관리가 신속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세계 최대 스마트시티 중 선두로 손꼽히는 런던 주민들이 급수차 앞에 줄 서서 기다리는 사태가 도래할 지도 모른다. 위험 순위로 따지면 런던은 인도보다 위에 놓여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