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의 주도 퍼스에 세계 최고층 목조 타워가 들어선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퍼스 시정부는 매스팀버(mass timber: 대형 목재를 사용한 건축)를 사용해 건설하는 191.2m 높이의 ‘하이브리드 타워’ 건축 및 녹색 조명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대도시가 밀집한 동부가 아닌 서호주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 건물이 들어서는 것.
여의도 63빌딩 높이 249m의 대략 4/5 수준의 큰 키를 자랑한다. 하지만 100% 순수 목재로만 짓는 것은 아니다. 건축구조학상 필요 건축자재의 절반 가량만 목재가 활용된다.
퍼스의 메트로이너사우스(Metro Inner-South) 공동개발평가패널(JDAP)은 현재 최고층 목조 건물보다 거의 두 배나 높은 초고층 목조 빌딩 ‘C6’를 건설하겠다는 그랑지 디벨롭먼트(Grange Development)의 제안을 승인했다. 호주뿐 아니라 세계 최고층 목조 건축물이 된다. 현재 세계 최고층 목조 빌딩으로 기록된 곳은 미국 위스콘신 주 밀워키에 소재한 25층짜리 86m 높이의 어센트 타워다.
그렇다고 190m에 달하는 높이를 나무만으로 지탱할 수는 없다. 구조역학이나 건자재 제조 기술이 아직은 그 정도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그랑지는 제안된 타워의 42%가 목재로 건설될 것이며 기둥과 코어는 철근 콘크리트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어센트 타워 역시 목재-콘크리트 하이브리드 건물이다.
C6 타워는 사우스 퍼스의 찰스스트리트에 위치하게 된다. 현재 호주 시드니에도 어센트 타워보다 높은 목재-콘크리트 하이브리드 건물 아틀라시안 헤드쿼터(Atlassian Headquarters)가 지어지고 있는데, C6는 이보다 더 높다.
C6 타워는 적층 목재 빔과 강철 외골격을 결합하여 빌딩 전체를 지지하게 된다. 그랑지에 따르면 50층짜리 타워에는 200개 이상의 아파트가 들어설 것이며 서호주 최초의 탄소 제로 실현 주거용 건물이 될 예정이다. 한국의 주상복합 빌딩과 같은 개념이다.
건축을 책임지고 있는 그랑지의 제임스 디블은 성명에서 "C6 타워 건설 제안은 단순했다. 기후에 민감한 시기인 만큼 탄소 발생의 주범으로 꼽히는 건축 부문에서 넷제로를 실현하자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기후 중립적인 건설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도 천명했다. 그랑지에 따르면 C6 타워는 600그루의 나무에서 수확한 목재 7400입방미터를 사용할 예정이다.
디블은 퍼스 시청에 제출된 제안서에서 "우리는 더 이상 콘크리트 중심의 건물을 지을 수 없다. C6 타워 건설 계획은 기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축 환경에서 탄소를 상쇄하기 위한 것이며 하이브리드 건설 방법을 활용하는 새로운 변화의 청사진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주택 위기와 산업계에서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기후 위기 모두에 대해 진정으로 관심을 갖고 실천해야할 시점이며, C6가 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랑지의 C6 타워 건설 계획에는 목재 사용 외에도 옥상 정원, 도시 농장, 테슬라 모델3 전기차 80대를 충전할 수 있는 충전포트 등 친환경 기능도 대거 포함된다. 빌딩 거의 전체를 녹색으로 꾸민다는 계획이다.
뉴사우스웨일스 대학 건축환경학부 필립 올드필드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C6 프로젝트가 환경적으로 건설 부문의 강력한 자격증명의 표준이 될 것이라고 호평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일반적으로 강철과 콘크리트 믹스로 고층 건물을 지었다. 그런데 시멘트는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8%를 차지한다. 콘크리트와 강철을 목재와 같은 바이오 소재로 대체함으로써 건물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올드필드 교수는 "그랑지가 주장하는 넷제로 수준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탄소 제로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못한다. 탄소 제로가 되려면 건물이 다른 재료에 의해 방출된 탄소 보다 목재에 더 많은 탄소를 저장해야 한다"며 "가능할 수도 있지만 이는 일시적일 것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 분야에서 목재 사용을 늘리는 것은 긍정적이며, 목조 건축이 트렌드로 정착할 것에 대해서는 낙관적 의견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