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데메이어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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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이자 뛰어난 교육 환경으로 유명세를 띄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가 덴마크이다. 덴마크 고등학교에서 챗GPT 등 생성AI를 숙제에서 적극 활용할 것을 권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주요국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의 창의력에 방해된다며 챗GPT 사용을 억제하고 있는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이 점에서 일각에서는 교육선진국 덴마크가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오픈AI가 생성 AI(인공지능) 챗GPT를 발표한 후, 생성 AI는 전 세계에 신드롬을 일으켰다. 올해 벤처캐피탈 신규 투자의 절대 비중을 생성 AI 스타트업이 가져갔다. 경제와 산업은 물론 생활과 유통을 비롯한 사회 전반으로 적용이 확산되고 있다. 

이제 생성 AI는 대세로 떠올랐다. 그러나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확산됐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거의 모든 빅테크들과 한국의 네이버 등 거대 포털들이 생성 AI를 적용한 검색엔진을 선보였으나 미확인 정보와 불필요한 정보의 나열로 인한 역대급 데이터 홍수로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생성 AI의 적용을 둘러싸고 블록버스터 영화의 메카인 할리우드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연예계와 시나리오 작가 파업이 벌어졌다. 이미 박사 학위 등의 논문에서 보고하지 않고 생성 AI를 이용해 제재를 받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더 심각한 것은 교육계였다. 창의성을 길러야 할 시기에 생성 AI에 의존함으로써 교육 효과를 떨어뜨린다는 경고가 잇따랐다. 생성 AI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과 노력 모두를 무산시키는 부정적인 존재로 부각됐다. 그래서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교육 기관에서의 생성 AI 사용을 일정 부분 규제했던 것이다. 
  
그런데 덴마크가 이런 추세에 역행하는 조치를 취해 주목받고 있다. 덴마크가 5개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챗GPT와 같은 생성 AI 도구를 교실에서 금지하는 대신, 적절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2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유럽 각지의 소식을 알리는 포털 더메이어EU가 전했다. 

덴마크 교사들의 주도로 이루어진 이 프로젝트와 접근 방식은 몇 분 만에 긴 에세이와 리포트를 작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생성 AI 기술의 갑작스러운 부상에 잔뜩 겁먹은 전 세계 교육 기관의 공통적인 반응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그런 점에서 덴마크 고등학교 교사들의 과감한 실험은 화제가 되면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프로젝트 시작 전의 덴마크 역시 생성 AI의 무차별적 확산에 무방비였다. 모든 학교의 대다수 학생들이 숙제를 직접 해결하는 힘든 과정을 피하고, 아무것도 배우지 않고도 생성 AI의 힘을 빌어 숙제를 해결해 제출하기 시작했다. 프로젝트를 시행하기 전부터 예상됐던 결과이기도 했다. 

그러자 덴마크 중부의 호르센 짐나지엄의 영어 교사들은 고민 끝에 이 같은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 다소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기로 결정했다. 계속해서 발전하는 생성 AI 기술에 맞서 싸우는 것이 무익하고 무의미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어쩔 수 없는 변화를 그대로 받아들이되, 대신 학생들이 변화에 더 잘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호르센 짐나지엄은 챗GPT의 사용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금지 일변도의 정책은 주변에 오히려 매력과 신비감을 조성하는 역효과만 있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대신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공개적으로 생성 AI에 대해 이야기하고, 생성 AI 도구를 학습 협력자로 만드는 방식으로 스마트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프로젝트를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예를 들어, 영어 수업에서 학생들은 먼저 단편 소설을 읽고 스스로 분석한 다음, AI 챗봇을 사용하는 과제를 받았다. 학생의 분석과 생성 AI의 분석 두 가지 모두를 병행해 숙제에 반영한 것이다. 이는 인간의 두뇌에 비해 생성 AI가 갖는 능력과 한계를 보여주는 효과도 발휘했다. 교육 결과는 더 좋았고 학생들에게 유익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학교 교사들은 유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학교 교육 시스템의 주요 목표가 학생들의 부정행위를 탐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잘못이며 생성 AI 도구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AI를 능가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을 하기 보다는 AI와 더불어 공존하는 방법을 알도록 교육해야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 세계 교육계가 궁극적으로 생성 AI 도구 태풍에 어떻게 대응하고 적응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덴마크에서의 실험은 확실히 고려해야 할 모델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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