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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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끼 식사를 만들기 위한 재료마저 부족하다. 쌀, 식용유, 양파와 같은 필수 식품이 부족한 전 세계 가정에서 이런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는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식량 생산에 대한 엘니뇨의 위협,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 증가 등의 복합적인 영향으로부터 자국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식량 수출에 제한을 가했기 때문이라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는 필수 품목인 양파를 구하기가 어렵다. 이웃 탄자니아의 수출 제한으로 인해 양파 가격이 3배나 뛰었다. 대용품인 파 가격도 대폭 올랐다. 식용유와 옥수수 가루 등 다른 필수품 가격도 마찬가지다. 하루에 한 번 한 끼만 요리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게다가 케냐는 수십 년 만에 최악의 가뭄으로 인해 현지 농업 생산량이 감소했다. 

케냐 사람들은 탄자니아산 적양파를 선호했다. 저렴하고 신선도가 오래 지속되기 때문이다. UN 식량농업기구(FAO) 보고서에 따르면, 케냐는 자국내에서 소비되는 양파의 절반을 탄자니아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국제 식량정책연구소(International Food Policy Research Institute)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19개국에서 41개의 식품 수출 제한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인도는 올해 초 쌀의 선적을 일부 금지했으며, 이로 인해 전 세계 수출량의 약 5분의 1이 부족하게 되었다. 세계 5위의 쌀 공급국인 이웃 국가인 미얀마도 대응 조치로 곡물 수출을 일부 중단했다. 

인도는 또 기후 변화로 인해 강우량이 불규칙해지면서 농업에 큰 피해를 입어 양파 수출을 제한했다. 이로 인해 이웃 방글라데시의 양파 가격이 치솟았다.

스페인도 가뭄으로 인해 올리브 오일 생산에 큰 타격을 입었다. 유럽의 구매자들이 튀르키예로 눈을 돌리면서 지중해 국가의 올리브유 가격이 급등했다. 튀르키예는 오일 수출을 제한했다. 모로코도 지난 2월 양파, 감자, 토마토 수출을 중단했다.

식품 가격이 폭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쌀과 밀 같은 필수품의 가격은 2007~2008년에 두 배 이상 올랐다. 그러나 당시 세계적으로 충분한 식량 재고가 있었고, 부족분을 수년 동안 보충했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완충력은 줄어들었다. 게다가 기후 변화로 식량 공급이 급감해 수요 초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가격 급등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 식량 가격이 세 가지 요인, 즉 엘니뇨의 진행 방식과 지속 시간, 악천후로 인한 농작물 피해와 추가 수출 제한 여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벌이는 전쟁의 미래 등의 상호 작용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전쟁 중인 국가들은 모두 밀, 보리, 해바라기유 및 기타 식품을 공급하는 주요 글로벌 공급원이다. 특히 식량 가격이 상승하고 사람들이 굶주리는 개발도상국에 공급된다.

엘니뇨는 전 세계의 기상 패턴을 변화시키는 자연 현상으로, 가뭄부터 홍수까지 극단적인 날씨를 초래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가 엘니뇨를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초기 징후는 걱정스럽다.

인도는 100년 만에 가장 건조한 8월을 겪었고, 태국은 전 세계 설탕 공급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가뭄에 직면해 있다. 두 나라는 브라질 다음으로 설탕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다. 인도의 강수량 감소로 인해 올해 쌀 농사도 망친 수준이다. 10월의 추수와 함께 쌀 수출 제한이 풀리고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중개업자들의 희망도 무너졌다.

가장 큰 위험에 처한 국가는 식량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나라들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필리핀은 식량의 14%를 수입하는데, 올해 폭풍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부족을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8월 쌀값은 전년 동월 대비 8.7% 급등했고, 7월의 4.2%보다 두 배 이상 올랐다.

기후 위험은 쌀에만 국한되지 않고 가축을 포함해 안정적인 강우가 필요한 모든 부문에 적용된다. 야채, 과일나무, 닭은 모두 열 스트레스에 직면해 있다. 이로 인해 식량 공급은 더욱 제한되고,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이 해결되지 않으면 가축 사료와 비료에 대한 추가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지난 7월 선박이 흑해를 통해 우크라이나 곡물을 안전하게 운송할 수 있도록 보장한 전시 협정에서 탈퇴했다. 이는 세계 식량 안보에 엄청난 타격을 주었고, 전쟁으로 피폐해진 국가의 수출을 위해 유럽을 통과하는 비싼 경로만 남겼다. 세계적으로 식량 안보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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