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개 지점장 명령휴가 뒤 특별감사' 은행권 내부통제 자체점검 모범사례 선정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우리은행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내부통제와 관련해 모범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들었다. 

지난해 700억원대 횡령사고가 발생하면서 안팎의 우려를 자아냈던 우리은행이 올 3월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취임 후 '외양간을 확실히 고치는' 은행으로 거듭난 모양새다. 

금융감독원은 12일 금융 사고 예방을 위한 은행권 내부통제 점검결과를 내놨다. 

금감원은 지난 8월 은행장 간담회 때 사고예방 대책 및 내부통제 전반에 대해 자체점검을 실시해줄 것을 요청했고, 각 은행은 이에 따랐다. 최종적으로 횡령액수가 2988억원이라는 드러난 경남은행 PF 담당 직원의 횡령사고가 발생한 후였다. 

금감원은 "1개월간에 걸친 은행들의 자체점검 결과, 현재까지 추가 사고징후 등 특이사항은 없었다"며 "내부통제의 실제 운영상 여러 가지 미흡한 점이 발견돼 이에 대한 개선계획을 마련해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전산시스템 구축 지연, 명령휴가 대상자 누락 등 시스템 일부 미비, 직무분리 관리시스템 운영 불완전, 내부고발제도 활성화를 위한 보상 방안 미비 등이 미흡한 점으로 꼽혔다. 

금감원은 그러면서 은행들이 제출한 내부통제 자체점검 사례 가운데 모범이 될 만한 사례 2가지를 꼽고, 이를 타은행에도 실시하도록 요청키로 했다. 

'영업점장 불시 명령휴가 실시 후 특별감사 실시'와 '각종 영업과정에서 실시한 프로모션 관련 내부통제 검검'이 그렇다. 우리은행이 영업점장 불시 명령휴가 뒤 특별감사를 실시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말 김희곤 국회의원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명령휴가 대상 직원 비중이 82%로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았다. 두번째로 많았던 신한은행(52.8%)에 비해서도 압도적 차이였다.  

명령휴가제는 사고위험 직무 수행 직원 등에 대해 불시에 휴가를 명령하고 부정행위가 있었는지 들여다보는 내부통제 제도다. 대상 직원 비중이 높을 수록 관리가 잘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미 우리은행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명령휴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던 셈이었다. 

그런 가운데 우리은행은 지난달 12일 전국 32개 지점장에게 명령휴가를 발령한 뒤 내부통제지점장들을 보내 특별감사를 진행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7월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내부통제지점장 제도를 마련했는데 이들이 실제 일선 영업점에 투입된 것이었다. 해당 지점장들은 말 그대로 예상치 못하게 책상이 털렸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점장 특별 명령휴가를 시작으로 수시로 지점을 선정해 명령휴가를 내리고 내부통제지점장들이 감사를 진행하는 내부통제시스템이 본격 가동된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경영자인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내부통제 강화 의지가 반영된 것이었다. 

임종룡 회장은 올 3월 취임 당시부터 빈틈 없는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을 강조했다. 지난해 4월 우리은행 기업개선부 소속 차장급 직원이 약 712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발각된 것을 잊지 않은 것이었다. 최근 경남은행 직원의 횡령 행각이 발각되기 전까지 해당 횡령액수는 은행권 역대 최대였다. 

우리금융지주는 임 회장의 의지에 맞춰 지난 7월 내부통제 체계 개편, 임직원 인식 제고, 역량 강화 등을 주축으로 한 내부통제 개선 방안을 내놨다. 승진 조건에 내부통제 업무 경력을 필수 항목에 놓고 내부자 신고 외부 접수 채널을 도입해 신고자에게 최고 10억원까지 포상금을 지급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내부통제지점장 제도도 이때 마련됐다. 

전재화 우리금융 준법감시인(상무)는 당시 "영업 현장에서 과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내부통제는 우리금융그룹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양보할 수 없는 필수불가결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은행 임직원의 횡령사고가 지속*되는 것은 일부 임직원의 준법의식 취약도 원인이지만 근본적으로는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은행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지 못한 데 주로 기인한다"고 은행권의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를 재차 촉구했다. 

그러면서 "우리은행의 영업점장 불시 명령휴가 실시 후 특별감사 실시 등 실효성이 큰 모범사례는 여타 은행에 대해서도 추가 점검을 요청토록 하는 등 은행권의 사고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시스템이 더욱 고도화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유도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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