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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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재 상거래는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민간이 주역이다. 1900년대 초반 잠시 공산주의 국가 통제체제 시기를 제외하고, 현재 국가가 유통망을 좌지우지하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북한 정도가 유일하게 꼽힐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요즘 상황이 달라지는 조짐을 보인다. 식료품 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다 보니 국가 통제는 아니지만 정부가 개입해 물가 하락 효과를 유발하고자 하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비축 물자를 시중에 공급함으로서 가격을 낮추는 ‘조정작업’은 하지만, 직접 개입하는 형태의 국영 슈퍼마켓은 없다. 

그런데 미국에서 이런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대도시로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시카고 이야기다. 시카고 시정부가 식량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시가 소유하고 운영하는 자체 식료품점을 열 것을 적극 검토하고 나섰다. 실제 운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시티투데이가 전했다. 

소규모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주민들에게 서비스하는 개념으로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경우는 있었다. 그러나 시카고의 경우 온전히 상거래 목적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에서 주요 도시로는 최초가 된다. 시카고 시정부는 이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위해 비영리 경제안보 프로젝트와 협력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긍정적인 평가가 앞선다고 한다.
 
브랜든 존슨 시카고 시장은 시티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시카고 주민들은 접근하기에 편리하고 가격이 저렴하며 건강한 식료품을 구매할 권리가 있다. 시정부는 특히 시카고 남부와 서부 지역의 많은 주민들이 식료품점에 접근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시 직영 식료품점 개점 검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더 좋고, 더 강하고, 더 안전한 미래를 위해서는 청소년과 지역 사회가 성장할 수 있도록 필요한 도구와 자원에 접근해야 한다. 시정부는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혁신적이고 범정부적인 접근 방식을 발전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파트너들과 함께 시카고 시정부 소유 식료품점을 개점한다는 구상이며, 절차는 예상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정부가 추진하는 식료품점은 공공서비스의 성격도 지닌다. 거주민이 적어 수익을 내기 어려운 소규모 동네, 저소득 지역 등이 개점 후보지가 된다. 식료품 가격 안정의 효과와 동시에 지역·인종·소득 불평등 해소에도 기여한다. 

미국 농무부의 시카고 주민 조사에 따르면 시카고 웨스트 잉글우드 주민의 63%, 이스트 가필드파크 주민의 52%가 가장 가까운 식료품점에서 800m 이상 떨어진 곳에 살고 있다.

고소득 지역인 웨스트 타운의 경우 유사한 조건의 주민은 1% 미만에 불과하다. 이들 역시 승용차로 이동하기 때문에 거리 불평등을 느끼지 못한다. 또한 흑인 주민의 37%와 라틴계 주민의 29%가 식량 불안 상태를 겪고 있으며, 이는 전체 주민 평균 19%에 비해 크게 높다.

지난 2년 동안 시카고 남부와 서부에 있는 최소 6개의 식료품점이 문을 닫았고, 일부 소매업체에서는 해당 매장이 수익성이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도시 서비스가 반드시 수익성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오히려 주민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 안보 프로젝트의 수석 고문인 아미야 파와는 “시카고는 시 소유의 식료품점과 시장을 통해 식료품점에 대한 공공 옵션을 모색함으로써 시민에 대한 역할을 재구상하고 있다”며 “시 운영 식료품점은 도서관이나 우편 서비스의 운영 방식과 다르지 않은 공공 옵션이 될 것이며 지역 사회에 경제적 복지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우선 운영 지역은 남부 및 서부 지역이다. 

시정부는 나아가 부적절한 식품 소매 행위의 근절과 함께, 일자리 창출을 통해 지역 주민들을 고용하고 상업 활동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는 방침이다. 시정부는 식료품점을 운영할 경우 적자를 감수하고 보조금을 활용해 경영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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