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회장, 상반기 보수만 16억대 수령...작년 이익 줄어도 8억대 인센티브 챙겨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국내 행동주의운동의 대표격인 KCGI측이 현대엘리베이터에 지배구조 개선을 촉구했다. 특히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일명 강성부 펀드 'KCGI' 자회사인 KCGI자산운용(옛 메리츠자산운용)은 23일 목대균 CIO 명의로 현대엘리베이터에 5가지 요구 사항을 담은 주주서한을 발송하고 주주제안 내용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KCGI자산운용은 8월 현재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KCGI자산운용은 "현대엘리베이터의 투자매력을 높게 평가하며 향후 글로벌 엘리베이터 제조업체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믿고 있다"며 그러나 "현대엘리베이터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가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수 있는 파생상품계약 체결을 의결하는 것을 막지 못하는 등 견제와 감시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점에 깊이 실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올 3월30일 현재 현대엘리베이터가 2006년과 2014년 사이 체결한 파생상품계약을 통해 최고경영진이 회사에 배상해야 하는 금액은 1700억원에 달한다고 KCGI운용은 부연했다. 실제 대법원 판결에 따라 현정은 회장은 자신의 사재를 털어 회사에 해당금원을 배상했다. 

KCGI운용은 "현대엘리베이터의 이사회가 경영진에 대한 감사 및 견제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5가지 요구 사항을 내걸었다. 

대주주 현정은 회장과 이사회의 분리를 통한 투명하고 합리적인 지배구조 확립, 이사회 내 보상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의 사외이사 변경 및 자회사 최고경영자 추천위원회 설치, 구조적이고 구체적인 수익성 개선방안 마련, 진정한 의미의 독립적 감사 선임, 주주와 임직원 간 이해관계 일치를 위한 장기 주식 보상 등 성과평가 구조 확립을 요구했다. 

특히 첫번째 지배구조 확립과 관련, "현재 이사회 의장이자 사내이사인 현정은 회장의 사내이사로서의 적격성을 재검토해주시길 촉구한다"며 사실상 퇴진을 요구했다. 

KCGI운용은 "대법원은 현 회장의 이해관계충돌과 선관의무 위반을 근거로 1700억 손해배상을 인정했으며, 이외에도 별건의 주주대표소송과 ISD소송이 진행중"이라며 "손해배상액중 상당부분을 계열회사 지분으로 납입한 부분도 별건의 소송결과에 따라 추가적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일련의 소송 당사자가, 회사의 상근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유지하는 것은 심각한 이해관계충돌의 우려가 있으며, 이에 대한 적격성 여부를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법령상 결격사유 이외에도, 과도한 겸임, 과도한 임원보수의 적정성, 주주 권익 침해의 이력 등의 결격사유에 대해서도 회사의 입장을 공개해달라"고 요구했다. 

현정은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 외에 현대무벡스의 이사회의장과 사내이사, 현대아산의 사내이사를 겸임하고 있고, 지난 3년간 현대엘리베이터 이사회 참석율이 50%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들어 과도한 겸임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3년간 현대엘리베이터와 계열사로부터 120억이 넘는 보수를 수령했다는 점을 과도한 보수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현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에서 상반기에만 16억3200만원의 보수를 챙겨간 것으로 나타났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현 회장의 기본연봉은 16억원이다. 여기에 작년 경영성과 인센티브를 명복으로 지난4월 8억3200만원의 상여금을 수령했다. 지난해 현대엘리베이터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익은 430억원과 782억원으로 각각 직전년도 대비 66%와 30.4% 감소했다. 

KCGI운용은 이번 주주서한이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위한 주주제안"이라고 강변하면서 2대주주로서 최근 보유 주식을 줄여가고 있는 독일 쉰들러홀딩스와의 연계 가능성도 언급했다. 

KCGI운용은 "구체적 실행방안을 위해 최대주주, 2대주주, 소액주주간의 활발한 의견 교환을 기대한다"며 "현대엘리베이터로부터 의미 있는 답변을 받지 못할 경우 추가적인 활동 전개를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같은 주주서한 발송 소식에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오전 10시24분 현재 전일보다 5.76% 상승한 4만96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전일에 이어 이틀째 급등세다. 52주 신고가도 경신했다. 시장에서는 분쟁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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