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기성 소화조로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후대응·전기 및 비료 생산 ‘일거양득’

*혐기성 소화조로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모습. 사진=바이오에너지데브코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음식물쓰레기를 보면 누구나 호흡을 멈춘 채 인상을 찌푸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냄새나는 음식쓰레기도 돈이 된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대다수 사람들이 식료품점 쓰레기 수거통을 보면서 단순히 '쓰레기'를 생각하지만 달러(돈)를 머릿속에 그리는 이들도 있다. 식료품 폐기물 재처리를 통해 순환(사이클링) 경제의 선두에 서있는 이들이다.

MIT테크톨로지리뷰가 최근 이같은 소식을 전했다.  미국에는 최근  ‘혐기성 소화’라고 불리는 과정을 통해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시설이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혐기성 소화는 생분해성 유기물질들이 무산소 상태에서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과정을 말한다. 여기에서 약간의 지식을 가진 사람들은 의문을 품게 된다. 유기물질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면 당연히 메탄 등 탄소가 발생하고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느냐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생성되는 메탄가스는 다시 장치를 이용해서 바이오차 등으로 고체화되고 이는 토질 개량이냐 비료 등으로 활용된다. 결론적으로 말해 걱정할 일이 없다.  

리뷰 보도에 따르면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전문 스타트업 다이버트(Divert)가 이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 에너지 인프라 회사 엔브리지(Enbridge)로부터 10억 달러의 자금 지원을 받게 됐다고 발표했다. 다이버트는 엔브리지와 협력, 미국 전역에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시설을 건설할 방침이다. 다이버트의 공동 설립자인 라이언 비긴은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30년까지 미국에서 발생하는 총 음식물 쓰레기의 5%를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이버트는 현재 미국 전역의 5000개 이상의 소매점과 함께 음식 쓰레기를 수집하고 혐기성 소화를 사용하여 처리하고 있다. 회사는 현재 미국에서 10개의 소화기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매년 미국에서만 약 6000만 톤의 음식 쓰레기가 발생하며, 이는 전체 음식 공급망의 약 30%에 달한다. 세계적으로는 총 10억 톤에 육박한다. 낭비된 음식은 일반적으로 쓰레기 매립지로 보내지며, 이곳에서 부패하면서 강력한 온실 가스인 메탄을 생산한다. 많은 매립지는 생성된 메탄 가스를 포획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포획하는 메탄가스는 배출되는 총량의 약 60% 정도다. 

음식 쓰레기를 올바른 방법으로 처리하면 메탄 배출을 막는 것 외에도, 에너지와 비료 등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혐기성 소화는 전 세계 폐수 처리 공장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 기술은 이제 농장의 거름과 버려진 음식과 같은 다른 쓰레기를 처리하는데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독일은 혐기성 소화조 제조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오늘날 독일은 약 1만 개의 혐기성 소화조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에는 2000개가 조금 넘는다. 이 가운데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 사용되는 장비는 수백 개에 불과하다.

혐기성 소화 방식의 음식 쓰레기 처리 작동 원리는 일반적인 프로세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식료품점이나 식품 유통업자들로부터 음식 쓰레기를 수거하면, 회사는 이를 액화시켜 ‘쓰레기 슬러리’로 바꾼다. 고무 밴드, 스티커, 플라스틱 포장 등은 제거되고, 슬러리는 프로세스를 통해 가공된다. 가공의 주인공은 빵에 들어가는 이스트 등 발효균과 유사한 미생물 집단이다. 그들은 음식물 쓰레기를 상상 이상의 속도로 엄청난 양을 먹어치우고, 배설 혼합물은 바이오가스와 함께 토양에 첨가돼 토질을 개선하고 비료로 쓸 수 있는 소화성 고체물질로 변형시킨다. 대표적인 것이 바이오차다. 

혐기성 소화조를 만들고 운영하는 회사인 바이오에너지데브코(Bioenergy DevCo)의 CEO 숀 크렐로프는 "우리는 미생물 농부들이다"라고 정의한다. 온도와 산성의 조건이 적절하도록 유지해 미생물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유지한다. 미생물들은 너무 짠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퇴비화는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더 친숙한 과정일 수도 있다. 퇴비화는 또 미생물을 사용하고 영양분이 풍부한 고체 물질을 생산한다. 가장 큰 차이점은 퇴비화는 산소가 있는 곳에서 일어난다는 것이고, 따라서 미생물들은 대부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서 쓰레기를 흙으로 분해한다. 숲 생태계에서 나무의 탄생과 죽음의 과정과도 같다. 

퇴비 더미가 충분히 섞이지 않으면 미생물에 산소가 부족해진다. 그러면 자연적으로 혐기성 활동을 시작하면서 메탄을 형성한다. 대기에 종종 개방되는 퇴비화 시설에는 나쁜 소식이다. 메탄은 대기 중에 짧게 머무르지만 온실 가스 효과는 이산화탄소보다 80배 더 강력하다.

혐기성 소화 방식의 회사들은 그러나 그 과정에서 메탄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시설이 밀폐돼 있기 때문에 미생물이 생산한 메탄과 이산화탄소의 혼합물을 포획해 바이오메탄으로 정제함으로써 천연가스 대체재로 활용할 수 있다. 일부 생산자는 이 바이오메탄을 현장에서 사용해 발전함으로써 전력을 자체 공급한다. 또는 전력 회사에 전기를 판다. 

혐기성 소화조를 건설하는 데는 최소 수천만 달러의 비용이 든다. 특정 처리 작업 환경에 맞춰지기 때문에 새로운 설비를 설계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린다. 예컨대 아이스크림 공장용 처리 시설은 유통기한이 지난 냉동 피자 등 식료품점 폐기물이나 식당의 음식 폐기물 처리 시설과 다르다. 

미국에서는 현재 혐기성 소화조로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1만 1000개 이상의 추가 사이트가 있다고 한다. 모든 시설이 지어지면 3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미국 바이오가스 위원회는 그 수를 1만 5000개 사이트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를 모두 건설하는 데는 약 450억 달러가 필요하다. 

혐기성 소화조는 음식물 쓰레기의 중요한 목적지가 됨으로써 한 사람의 식탁의 음식 찌꺼기를 다른 사람의 에너지로 바꾸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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