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산업 시대’ 가고 청정에너지가 지배하는 ‘신산업 시대’ 왔다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이른바 '굴뚝산업 시대'가 저물고, 태양광과 풍력 등 이른바 청정에너지가 주된 에너지원이 되는 신산업 시대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마치 산업혁명에 빗댈 수 있는 신산업시대에서는 미국과 중국 이른바 G2 가운데 누가 더 유리한 고지에 서게될까?
중국이 전기차 시장에서 미국을 압도하고, 청정에너지와 관련한 광물자원 확보에서도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미래 신산업사회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앞지를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0년대 말까지 매년 수천억 달러의 가치를 창출해 내는 ‘깨끗한 제조기술의 새로운 시대’로 이동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보고서는 한 마디로 화석연료로 대표되던 ‘굴뚝산업’ 시대가 가고 청정 에너지로 가동되는 ‘신산업’ 시대가 도래했다는 내용이다.
IEA는 이런 제조업의 시작을 ‘새로운 산업 시대의 시작’이라고 정의했다. 이 보고서는 에너지 기술 관점에서 바라본 2023년의 변화를 상세히 조망하고 있으며, 재생 에너지를 동력으로 하는 산업 시대의 개막을 알리고 있다. 보고서는 동시에 풍력 터빈, 열펌프, 전기 자동차용 배터리, 태양 전지판 및 수소용 전기 집전기 등 청정 에너지 제조 기술에 대해 심층 조망하고 있다.
보고서 요약글에서 IEA는 ‘대량 생산되는 청정 에너지 기술 세계 시장’ 규모가 2030년까지 현재 수준보다 3배 이상 증가한 연간 약 65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IEA 예측에는 물론 변수가 있기는 하다. 에너지 및 기후 대응과 관련된 전 세계 각국의 공약이 100% 이행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 점에서 정치적 의지와 재정적인 뒷받침이 이루어져야 한다.
IEA는 "청정에너지 제조업 일자리는 현재의 600만 개에서 2030년까지 거의 1400만 개로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며 "에너지 전환이 진행됨에 따라 향후 수십 년 동안 산업과 고용이 더욱 급격하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IEA는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분쟁 등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코로나19 대유행이 최근 몇 년간 급격한 변동을 초래한 공급망 문제와 관련된 역풍은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지역별로는 중국이 여전히 청정 에너지 기술 개발 및 청정 제조업으로의 이전과 무역 모두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IEA는 예측하고 있다. 배터리, 태양 전지판, 풍력, 열펌프, 전기분해기와 같은 대량 생산 기술 모두에서 중국이 우세하리라는 것이다. 물론 미국과 유럽연합이 중국의 독주를 막는 대응세력이 될 것이며 이들 간의 긴장 관계가 시장을 더욱 성장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전력 생산과 함께 신산업 시대를 이끌 기둥 중 하나인 배터리 역시 몇몇 소수의 국가들이 지배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배터리 제조에 사용되는 광물에 한정하면 그런 우려는 더욱 높아진다. 광물이 소수 국가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콩고민주공화국은 전 세계 코발트 생산량의 70%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호주, 칠레, 중국 등 3개국은 전 세계 리튬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배터리 완제품은 중국과 한국이 주도한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제조를 미국으로 되돌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변수이기는 하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해당 보고서와 관련해 "지구가 더 다양한 청정 기술 공급망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러시아 가스에 대한 유럽의 의존에서 보았듯이, 한 회사 또는 국가가 단일한 무역에 너무 많이 의존하면 큰 대가를 치를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가스 공급 제한으로 큰 교훈을 얻은 유럽은 이제 에너지 자립 실천을 위해 과감한 투자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 10월 비롤 총장은 청정 에너지 투자의 주요 동력은 기후 변화와 함께 에너지 안보의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소법을 통해 청정 에너지 투자를 크게 늘리고,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 중국 등도 이와 유사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비롤은 이들의 정책 패키지들을 분석해 보면 청정에너지 투자가 50% 이상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현재는 총 1조 3000억 달러 정도가 재생에너지 부문에 투자될 것이지만 이 금액은 2조 달러까지 올라간다는 것이다.
비롤은 게시글에서 화석연료는 속도는 빠르지 않겠지만 천천히 청정에너지, 전기차, 태양광과 풍력터빈, 수소, 원자력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확언했다. 그리고 장기적 과제로 인식되는 기후 변화 이슈보다는 전쟁과 분쟁으로 인한 당장의 에너지 안보가 에너지 전환을 촉진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에너지 안보 ▲기후 변화에의 대응 ▲산업 정책 등 세 가지가 결합해 신산업 시대를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