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심 벗어나 산업금융 전환…규모보다 실행력이 성패 가른다
기업대출 ‘위주’ 구조에선 한계…투자 중심 전환이 관건

|스마트투데이=강민주 기자| 정부가 주문한 ‘생산적 금융’ 기조에 맞춰 KB금융지주가 향후 5년간 110조 원 규모의 자금을 산업·포용금융에 투입한다. 생산적 금융은 부동산 중심 금융자원에서 벗어나 첨단산업과 중소기업으로의 자금 흐름 전환을 목표로 한다.
각 금융지주들은 생산적금융 계획을 잇달아 발표했지만 자금 선별 기준·리스크 관리·성과 평가 등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아 자금 투입 규모보다 실행력이 향후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 KB금융, 110조 생산적 금융 청사진 제시
KB금융은 2030년까지 생산적 금융 93조 원, 포용 금융 17조 원 등 총 110조 원을 공급하겠다고 9일 밝혔다. 생산적 금융에는 국민성장펀드 참여(10조 원), 그룹 자체 투자(15조 원) 그리고 68조 원 규모의 전략산업 중심 기업대출이 포함된다.
KB금융은 “자본의 흐름을 생산적 영역으로 전환하는 것이 금융의 본질적 역할”이라며 “AI·반도체·신재생에너지·데이터 인프라 등의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KB금융은 지난 9월 그룹 차원의 ‘생산적 금융 협의회’를 출범시키고 세부 추진 계획을 진행해왔다.
현재 KB금융은 산업 중심 자금 지원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그룹 내부의 영업·심사·리스크 관리 구조를 전면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부동산금융 영업조직은 축소하는 대신 기업·인프라금융 중심으로 확대하는 포트폴리오 조정도 진행 중이다. 이는 금융당국이 강조한 부동산 담보 중심 금융의 구조 개혁에 대한 기조와 맞닿아 있다.
◆ 110조는 숫자…진짜 관건은 질적 성과
다만 KB금융의 계획이 초기 단계인 만큼 구체적인 자금 배분 기준·성과평가 방식은 향후 과제로 남는다. 금융당국이 “형식적 실적 집계와 양적 성과에만 집착하는 무늬만 생산적 금융에 그쳐선 안된다”고 강조하며 형식적 실적 경쟁을 경계한 것도 이 때문이다. 110조 원은 거대한 규모지만 단순한 기업대출 확대로는 산업 생산성을 높이기 어렵다. 산업별 선별 기준과 질적 평가 체계가 없다면 경제 성장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금융당국의 우려 아래 KB금융은 최근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금융주선(총 3조 3000억 원 규모)을 실행계획으로 발표하며 생산적 금융 추진에 시동을 걸었다. 이외에도 계열사인 KB증권은 증권사 최초로 정부 상생결제시스템 참여를 결정했고, KB자산운용도 첨단전략산업 투자전문팀을 신설했다.
◆ 기업대출로 성과 내기엔 한계…투자 늘려야
KB금융의 생산적 금융 공급 예산에는 그룹 자체 투자 15조 원과 전략산업 중심 기업대출 68조 원이 포함돼 있다. 기업대출이 압도적으로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대출 중심의 생산적 금융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고 지속 가능한 산업금융으로 안착하려면 투자 중심의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대출 위주 공급은 연체율 상승 등 부실 위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KB금융의 110조 원 계획은 생산적 금융 시대를 여는 출발점이지만 아직은 청사진 단계에 가깝다. 규모의 약속은 이미 제시됐지만 연체율 증가 우려도 있는 만큼 실질적 산업 변화로의 금융 생산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