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2025.10.1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14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2025.10.1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스마트투데이=이은형 기자 | 재계에서 임직원에게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상여를 지급하는 제도가 확산하면서 논란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고 뉴스1이 전했다.

보상 체계가 익숙하지 않은 탓에 제도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급기야 보상을 줄이기 위한 '꼼수'라는 오해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했다.

현금처럼 바로 손에 쥘 수 없기 때문에 '혹시 못 받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나타내는 이들도 나온단다. 

임직원에게 주가 상승률에 따라 약정된 자사주를 지급하는 '성과연동 주식보상'(PSU)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양대 노조 반발에 직면했고,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RSU)을 도입한 기업들은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제도를 활용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 상승률 따라 자사주 지급…양대 노조 반대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PSU 도입을 전사에 공지한 후 가입 노조원 수 1, 2위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과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삼성전자 초기업노조)의 반발에 직면했다.

PSU는 향후 3년간 주가 상승 폭에 따라 임직원에게 자사주를 지급하는 제도다. CL 1~2(사원) 직원은 200주, CL 3~4(간부) 직원은 300주씩을 지급 약정하고, 3년 뒤 주가 상승 폭에 따라 지급 주식 수량을 확정해 2028년부터 3년간 균등 분할 지급한다. 기준주가 3년 뒤 20% 이상일 때부터 주식이 지급되고, 100% 이상 오르면 약정된 수량의 두 배를 지급한다.

이를 두고 노조 측은 삼성전자가 기존에 매입한 10조원 규모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PSU 재원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측이 10조 원 중 8조 4000억 원은 소각, 나머지 1조 6000억 원은 임직원 보상용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지만, 노조는 PSU 지출에 따른 '초과이익성과급'(OPI) 감소 가능성 등을 이유로 계속 반대하고 있다.

전삼노는 집행부 차원에서 PSU 약정을 거부하기로 했고,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에게 PSU 관련 설명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 오는 24일까지 서면 답변을 달라고 요구했다.

노조 측에서는 OPI 지급 기준 개선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PSU로 논점이 분산되는 사태를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OPI는 세후 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법인세·투자금 등)을 차감한 경제적부가가치(EVA)에 근거해 산출하는데, EVA는 경영상 비밀로 대외 공개되지 않는다. 노조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같이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재원으로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삼노와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경쟁적으로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데는 내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앞두고 대표교섭노조 지위를 확보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대표교섭노조인 전삼노는 가입 노조원이 2만 8000명으로 가장 많지만,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최근 두 달간 사측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세를 급격히 불려 이날 기준 2만 1000명을 돌파했다.

한화가 시작한 RSU 확산…"경영권 승계 활용" 지적

삼성전자는 PSU와 별개로 임직원이 OPI 일부를 주식으로 받도록 개편했다. 임원들은 △상무 50% 이상 △부사장 70% 이상 △사장 80% 이상 △등기임원 100% 등 직급에 따라 OPI 일부 또는 전체를 자사주로 받는다.

자사주 지급 수량을 주가와 연동해 주가가 약정 체결 당시와 같거나 오르면 약정 수량대로 자사주를 받지만, 주가가 하락하면 하락률만큼 수량이 줄도록 했다. 내년부터는 직원들도 OPI 중 일부를 주식으로 선택해 받을 수 있다. OPI 중 일부를 주식 보상으로 선택한 직원은 1년간 보유하는 조건으로 주식 보상금액의 15%를 주식으로 추가 지급받게 된다.

성과급으로 자사주를 지급하는 방식은 국내에서 한화그룹이 선도했다. 한화그룹은 2020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제도를 시행했다. RSU는 일정 기간과 조건을 충족하면 주식을 지급하는 장기성과보상제도로, 한화는 5년에서 최대 10년간 이연해 지급한다.

RSU는 임직원이 회사의 장기 성과와 주가 상승에 기여하도록 유도하고, 핵심 인력의 경쟁사 이직을 막는 데도 유리하다. 현금 대신 자사주를 활용하거나 신주를 발행해 기업 입장에서 현금 유출 부담을 줄일 수도 있다.

반면 스톡옵션과 달리 대주주에 대한 부여를 명시적으로 규제하는 법규가 미비해 총수 일가가 현금 지출 없이 지분을 확보하는 편법적인 승계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보상 재원을 신주 발행으로 충당할 경우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이유로 RSU 시행 당시부터 언론 등에서는 비판이 제기됐고, 지난해부터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시대상기업집단이 총수 일가와 임원에게 RSU를 지급하는 약정을 맺을 경우 이를 공시하도록 의무화했다.

올해 총수·친족·임원 등에게 성과 보상 목적으로 주식 지급 약정을 체결한 대기업은 13곳으로 총 353건의 약정이 있었다. 대표적인 그룹은 한화를 비롯해 두산(000150), 아모레퍼시픽(090430), 크래프톤(259960), 유진, 대신 등이다.

LS그룹의 경우 지난 2023년 주요 계열사에 RSU를 도입했지만, 시행 1년 만에 이를 철회했다. RSU가 오너 일가 승계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비판을 의식한 결과다.

다만 미국 빅테크들은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RSU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만큼, 국내 시장 상황에 맞게 RSU 지급 요건을 구체화하는 등 적절한 규정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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