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0.1%’ 걷어내자…ETF 선두 바뀌어
9조 굴려도 남는 건 5억…‘수익성 함정’ 빠진 업계

사진=미래에셋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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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투데이=이태윤 기자| ETF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ETF 사업은 자산운용사의 핵심 먹거리로 급부상했다. 자신들의 ETF 브랜드를 더 알리고 동시에 운용 규모를 키우기 위해 자산운용사들은 총보수, 이른바 수수료를 낮게 가져가기 시작했다. 특히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치열한 총보수 인하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물론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다른 자산운용사들 역시 지속적인 보수 인하를 통해 투자자들을 자신들의 ETF로 끌어들이고 있다.

총보수 경쟁은 투자자들에게는 좋은 소식이다. 지급해야 할 보수가 낮아지는 만큼 수익률은 더 좋아지기 때문. 하지만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양날의 검이다. 당장의 외형 성장은 이룰 수 있지만, 장기적인 수익성은 나빠지게 된다.

표=스마트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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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의 1위 삼성자산운용…총보수 낮은 ETF 뺀다면?

현재 ETF 시장의 독보적인 1위는 삼성자산운용이다. 9월 11일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ETF 순자산 기준 점유율은 38.12%에 달한다. 이는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33.01%보다 5.11% 포인트 앞서는 수치다. 순자산으로 계산된 격차는 12조 1473억 원에 달한다. 그 뒤를 KB자산운용(7.94%)과 한국투자신탁운용(7.79%)이 잇고 있다. 5위인 신한자산운용의 점유율은 4.14%다.

그렇다면 총보수가 낮은 ETF를 제외했을 경우, 자산운용사들의 순자산 점유율은 어떻게 바뀔까? 총보수 0.1% 미만인 ETF를 제외하면, 순위는 크게 바뀐다. 1위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다. 순자산 점유율은 39.27%에 이른다. 삼성자산운용이 2위로, 점유율은 36.14%로 나타났다. 3위였던 KB자산운용은 5위로 내려앉았다. 그리고 4위와 5위였던 한국투자신탁운용과 신한자산운용은 각각 3위와 4위로 올라왔다.

이는 삼성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의 ETF 라인업 가운데 수수료가 낮은 상품의 순자산 비중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자산운용의 11일 기준 ETF 순자산총액은 90조 6098억 원이다. 그런데 이 가운데 총보수 0.1% 미만 ETF가 차지하는 비중이 53.32%에 이른다.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전체 ETF 순자산 중 저수익 ETF의 비중이 41.41%로 나타났다. 10% 포인트 이상의 차이가 나는 셈이다.

KB자산운용의 경우, 전체 ETF 순자산에서 총보수 0.1% 미만 ETF의 순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74.66%에 달한다. 이는 KB자산운용이 ‘업계 최저 수준 보수 전략’을 펼치기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수익성 극악인 ETF는?

총보수 0.1% 미만 ETF 시장의 수익성을 살펴보면, 운용사 간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드러난다. 현재 시장에서 가장 낮은 총보수는 0.004% 수준으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S&P500’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 1, 2위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일부 주력 상품에 낮은 수준의 보수율을 적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S&P500’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S&P500’는 총보수가 각각 0.0062%, 0.0068%다. 이 ETF들의 순자산 규모는 11일 기준 ‘KODEX 미국S&P500’가 5조 1586억 원, ‘TIGER 미국S&P500’가 9조 2653억 원이다. 여기에 총보수율을 적용시키면 연간 총보수로 얻는 수익이 각각 3억 원, 5억 원이다. 규모에 비해 크지 않은 수익인 셈이다.

한 자산운용업체 관계자는 “두 회사는 ETF 전 종목으로 연간 벌어들이는 수익이 1000억 원이 넘기 때문에, 몇몇 종목에서 낮은 수익을 얻는 것이 그들의 재무 건전성에는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총보수 1% 미만의 미끼상품형 상품이 늘수록 ETF 라인업이 두텁지 못한 후발 자산운용사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이런 형상은 빠르게 성장하는 ETF 시장에 경쟁 저하라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금융감독원 역시 과열된 보수 인하 및 마케팅 경쟁에 우려를 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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