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이은형 기자 | 2년 가까이 지연되고 있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자 윤곽이 다음 달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고 뉴스1이 26일 보도했다.
사업 수주에 사활을 걸고 있는 '특수선 양강'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사업자 선정이 지연되면서 장기전을 치르고 있다.
사업이 계속 지연되면서 전력 공백, 기술 노후화 등의 잡음마저 이어지고 있어 이번에는 지난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방위사업청은 9월 분과위원회를 열어 KDDX 상세설계 및 건조 방식을 확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달 28일 열릴 분과위에 관련 안건이 상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으나 해당 분과위에는 KDDX 관련 안건이 상정되지 않았다.
9월로 선정 방식 타임라인을 잡은 이유는 연내 사업자 선정 및 계약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다. 현재 방위사업청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KDDX 선도함 건조 사업 진행 방향에 대한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약 7조 8000억 원을 투입해 6000톤급 '한국형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선체와 이지스 체계를 모두 국산 기술로 건조하는 첫 국산 구축함 사업이다.
사업은 개념설계와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단계로 진행된다. 개념설계는 2012년 당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2020년 HD현대중공업(329180)이 각각 수행했다.
현재 핵심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042660) 중 어느 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수주하느냐에 있다. 최종 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맡은 사업자가 KDDX 건조 경험을 인정받기 때문에 경쟁 업체가 후속함을 건조하더라도 추후 해외 수주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해당 단계의 사업자 선정 방식을 두고 양 업체는 충돌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수의계약을, 한화오션은 경쟁입찰을 각각 주장하고 있다. 수의계약으로 진행할 경우 통상 함정 개발의 연속성과 전문성 확보를 위해 기본설계를 맡았던 HD현대중공업이 상세설계도 따낼 가능성이 높다.
반면 경쟁입찰로 진행할 경우 한화오션은 입찰 기회를 얻을 뿐 아니라, HD현대중공업에 비해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게 된다. HD현대중공업이 직원들의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으로 올해 11월까지 국가사업 입찰에서 1.8점 감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수의계약' vs '경쟁입찰' 구도 속 "마스가 위해 공동 건조·개발 필요" 주장도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치열한 수주전을 벌이는 이유는 향후 해양방산 수출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각국 해군이 함정 보유를 확대하고 있는 데다 미국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사업 기회도 부상하면서 양사의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최근엔 국방위 소속 의원 시절부터 수의계약에 반대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경쟁입찰로 굳어지지 않겠느냐는 관측과, 기존 관행대로 수의계약 형태로 결론이 날 것이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한미 조선 협력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위해 KDDX 공동 건조·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잦은 지연이 국내 해양방산업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신뢰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방안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박진호 전 국방부 정책자문위원은 미 싱크탱크 기관지 '퍼시픽포럼' 기고에서 "마스가 제안 성공 여부는 공동 설계 및 공동 생산에 달려 있다"며 "KDDX의 공동 설계 및 공동 생산을 어렵게 만드는 도전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동 설계로 진행할 경우 기술적으로 통합하기 어렵고 의사결정 지연으로 사업이 더욱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함정이라는 복잡한 체계를 경쟁 업체와 같이 설계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된다"며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