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이벤트 몰아주기에 부정적인 시선 있어”
미래에셋증권의 절세계좌의 존재감 커…”강력한 마케팅 통로 막혀있다”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미래에셋증권이 자사 고객들을 위한 ETF 이벤트를 열면서 계열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과만 집중적으로 협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이 같은 미래에셋증권의 방식이 일종의 ‘계열사 밀어주기’가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2024년 1월 1일부터 2025년 8월 14일까지 총 8건의 ETF 이벤트를 열었다. 이 가운데 6건의 이벤트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만 대상으로 진행됐다. 최근 2건의 이벤트는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더해 한국투자신탁운용, KB자산운용, 하나자산운용의 ETF도 포함됐다.

A 자산운용사의 고위 임원은 “최근 업계에서 ETF 이벤트 몰아주기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생기기 시작하다 보니 미래에셋증권이 타 자산운용사의 ETF도 이벤트에 포함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이 경우에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는 잘 팔리는 것으로 넣고, 타사의 것은 구색 맞추기로 쓰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2025년 7월 21일부터 2025년 9월 30일까지 진행되는 미래에셋증권의 <한국/중국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ETF, 펀드로 완성하세요> 이벤트의 마케팅 대상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KB자산운용의 ETF 각 2개씩이 포함돼 있다. 중국 투자 ETF인 TIGER 차이나항셍테크, ACE 차이나항셍테크, RISE 차이나항셍테크는 모두 동일한 테마이다. 하지만 한국 투자 ETF는 TIGER 코리아배당다우존스, ACE 주주환원가치액티브, RISE 코리아금융고배당으로 테마가 모두 다르다. 이들 세 ETF의 순자산(8월 13일 기준)은 각각 4576억 원, 830억 원, 1133억 원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코리아배당다우존스가 가장 인기가 많은 상품에 해당한다.

지난 5월 19일에 시작돼 6월 30일에 종료된 < 글로벌 투자하는 연금 TIGER ETF / 1Q ETF 순매수 이벤트>도 앞선 사례와 유사하다. 이 이벤트의 대상 ETF는 19개인데, 이 중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ETF가 15개나 된다. 하나자산운용의 1Q ETF는 단 4개다. 사실상 미래에셋자산운용 이벤트에 하나자산운용이 살짝 끼어 있는 구조다.

“매력적인 마케팅 창구가 막혀있다”

미래에셋증권의 계열사 중심의 ETF 이벤트는 다른 자산운용사에게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미래에셋증권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인연금 및 퇴직연금 계좌에서의 보유 자산 규모가 압도적이기 때문. 많은 투자자들은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이들 계좌를 활용해 국내에 상장된 ETF에 투자하고 있다. 즉, 자산운용사들이 자신들의 ETF를 마케팅하기에 최적의 증권사가 미래에셋증권이란 의미다.

B 자산운용사의 마케팅 담당 팀장은 “국내 투자자들은 절세 계좌를 통해 우선적으로 국내 ETF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의 절세 계좌 부문에 있어서의 점유율은 압도적이기 때문에,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이들과의 협업을 원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미래에셋자산운용이라는 매력적인 마케팅 창구는 아예 막혀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벤트에 참여하는 자산운용사가 마케팅의 대가를 지불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들은 1건의 ETF 이벤트에 대해 대략 500만 원에서 1000만 원 정도를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벤트의 형식과 종류 등에 따라서 이 비용에는 변동이 생긴다. 이들 비용 대부분은 고객에게 전달되는 사은품 등 혜택에 사용된다.

대개 이런 이벤트는 증권사의 제안을 통해 이뤄진다. B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TF 이벤트는 사실상 증권사가 결정하는 대로 진행된다”며 “ETF 점유율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상대방 계열 증권사의 ETF 이벤트에는 아예 발도 못 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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