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 2~3% 약세..밸류업 모멘텀 힘 잃어
밸류업지수 편입에도 17일 KB금융·하나금융 하락 마감
외국인, KB금융 주식만 9거래일간 4470억원 순매도
정치 불확실성에 고환율·저금리 악재

[출처: 각 사]
[출처: 각 사]

|스마트투데이=김국헌 기자| 17일 외국인의 '셀 코리아'에 밸류업 모범생인 은행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기껏 기업가치를 제고(밸류업)했더니, 정치 불확실성이 올해 은행주 랠리에 찬물을 끼얹고 밸류다운 시킨 꼴이 됐다. 미국 트럼프 2기에 탄핵발 환율 변동성까지 더해지면서 투자심리와 은행 실적지표가 동시에 직격탄을 맞았다.

하루 전 코리아 밸류업 지수 편입이 발표된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는 이날 오전장 상승세에서 약세로 돌아섰다. 밸류업 호재가 맥을 못 추면서 KB금융은 17일 전장 대비 0.2% 내린 8만4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은행업종에서 대표적인 환율 민감주인 하나금융도 1.0% 하락한 5만8300원으로 마감했다.

특히 KB금융 피해가 극심했다. 78%에 달했던 외국인 비중은 76%대로 떨어졌다. 지난 4일부터 16일까지 한국거래소의 투자자별 거래 집계를 보면, 비상계엄 이후 9거래일 중 지난 12일 다 하루만 빼고 외국인이 KB금융을 순매도했다. 누적 순매도 규모만 4470억원에 육박한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하나금융 순매도 규모도 736억원에 이른다.

다른 은행주 낙폭을 보면, 이는 비교적 선방한 축에 든다. 우리금융은 2.7% 떨어졌고, 신한지주도 1.7% 하락했다.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는 2.9% 약세로 마감했다.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DGB금융은 무려 4% 넘는 하락률을 기록했다. 지방은행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의 지주회사 JB금융은 3% 넘게 빠졌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지주회사 BNK금융은 2.9% 떨어졌다.

[출처: 현대차증권]
[출처: 현대차증권]

4대 은행 지주회사가 밸류업 지수에 들어가게 됐지만, 은행주는 이날 밸류다운을 면치 못했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바클레이즈 등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들이 한국의 불확실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신은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지난 16일 탄핵 정국 금융시장 분석 보고서에서 "계엄 선포 이후 낙폭 상위 업종의 주요 공통점은 정부 정책의 지속성 여부가 중요한 업종이었다"며 "반대로 말하면 정치 리스크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는 업종"이라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예로 유틸리티(사회기반 인프라)와 금융주를 들었다.현대차증권은 "은행, 보험, 상사·자본재, 증권, 통신서비스 등 정부 주도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 수혜가 예상된 대표적인 밸류업 프로그램 업종"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투심보다 고환율·저금리가 밸류업 발목

문제는 투자심리보다 환율과 금리다. 시간이 가면 투자심리는 회복할 가능성이 높지만, 고환율과 저금리가 은행 실적에 실질적인 타격을 입힌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한국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까지 더해지면서 환율은 은행 4분기 실적의 중대 변수가 됐다.

김은갑 키움증권 연구원은 17일 은행업 보고서에서 "최근 정치적 이슈에 의해 은행주 재무제표에 바로 영향을 미칠 만한 변화는 환율상승"이라며 "12월 말까지 시간이 남았지만 현재까지의 변화로도 4분기 자본비율을 소폭 하락시킬 영향력이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그는 "4분기 변동 이후 환율 변화가 자본비율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력은 점차 감소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출처: 유진투자증권]
[출처: 유진투자증권]

은행의 환율 민감도는 반도체 업종이나 유틸리티 업종만큼은 아니지만, 적지 않은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외화환산손실도 커지고, 위험가중자산(RWA)도 증가해 건전성 지표인 자본비율이 하락한다. 원/달러 환율은 17일 주간거래 종가에서 1438.9원까지 뛰어 1440원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은행권이 경기대응완충자본과 스트레스 완충자본 적립을 완화해달라고 금융당국에 요청해, 금융당국이 연말 도입하기로 한 추가 자본 적립을 유예할 가능성이 커졌다. 

경기하방 위험으로 한국은행이 내년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도 은행 수익성에 적신호다. 현대차증권은 기준금리 인하 전망을 내년 상반기 2회, 하반기 1회로 예측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12일 은행업 보고서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내년 마진은 하락할 수밖에 없고, 가계대출 규제가 정국 혼란으로 완화된 여지가 거의 없어 내년 이자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물론 여의도 증권가에서 낙관론이 빠지진 않았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6일 '3~4개월 뒤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요?' 보고서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불안과 달리 탄핵 이후 한국 금융시장은 향후 변화할 한국의 정책을 선제적으로 반영할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 신정부 출범 가능성에 따른 정부 지출 확대, 빠른 정치 회복 탄력성, 자본시장 안정화 등에 주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스마트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