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투데이=김세형 기자| 삼성그룹 노동조합이 이재용 회장에 위기 극복을 위한 공문을 보냈다. 노조는 특히 생성형 AI 서비스 챗GPT의 사용 금지 해제를 첫번째 요구 사항으로 내걸었다. 우물안 개구리에 갇힐 수 있는 대표적 사례로 제시한 모양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초기업노조는 지난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현호 사업지원TF장 부회장에게 "삼성그룹의 위기는 삼성 직원만의 위기가 아닌 대한민국 재계 전반에 영향이 갈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라며 혁신적 시도를 제안하는 공문을 보냈다.

초기업노조는 지난 1월 출범했다. 삼성전자 DX노조, 삼성화재 리본노조,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 삼성전기 존중지부 등 5개 노조가 연대했다. 조합원 수는 1만9800명으로 파업을 진행한 삼성전자 DS 중심의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2만8400명)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초기업노조는 혁신적인 시도의 첫 번째 제안으로 챗GPT 사용 제한을 전면 해제해 줄 것을 요구했다. 

삼성전자가 처음부터 챗GPT의 사용을 막았던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 3월 DS 부문에서는 직원들이 소프트웨어 소스코드의 오류를 확인하고 회의 내용을 요약하는 등의 업무를 위해 챗GPT에 소스코드, 회의 내용 등을 입력해 문제가 됐다. 보안 이슈가 발생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사내 네트워크에서 챗GPT 등을 비롯한 외부 생성형 인공지능(AI) 툴 사용을 막았다. 

삼성전자는 이어 삼성리서치에서 개발한 자체 생성형 AI 모델 '삼성 가우스'를 사내에 도입했다. 노조는 가우스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모양새다. 과거 삼성전자는 문서편집 프로그램 훈민정음을 자체 개발한 뒤 내부적으로 사용하다 결국 MS워드로 전환한 바 있다. 

초기업노조는 "보안과 관련된 이슈는 (챗GPT의) 엔터프라이즈 버전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줄어드는 근무시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등이 중요한 시대에서 우리는 남들과 똑같은 8시간을 보내면 안 되고 효율적으로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인공지능(AI)을 받아들이고 사용할 수 있도록 제안을 해제해달라"고 했다.

노조는 두번째로는 인사 제도 및 성과 보장 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 작업을 이른 시일 내 시작할 것을 요구했다. 

초기업노조는 "조직문화의 혁신은 인사 제도 혁신 없이 이뤄질 수 없다"며 “현재 인사 제도에서 보신주의 리더는 넘쳐나고 잘못된 평가는 누적돼 직원들의 사기는 점차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기본급을 높이고 초과이익성과급(OPI)이 진정한 성과급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연봉 구조를 개선해달라"며 "양도 제한 조건부 주식(RSU) 같은 새로운 보상 제도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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