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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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투데이=이은형 기자 | 고려아연에 '승자의 저주' 암운이 짙어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선공을 날린 영풍과 MBK파트너스나 이에 맞서 자사주 카드를 꺼내든 최윤범 회장측 모두 조 단위의 차입금을 투입하면서 누가 이기더라도 고려아연의 미래성장동력 투자 여력이 훼손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뉴스1에 따르면 최윤범 회장 측은 4일 예고했던 자사주 공개매수에 돌입하면서 최소 매입수량 조건을 없앴다.

고려아연은 처음엔 '공개매수 응모 주식 수가 121만 5283주(5.87%)에 미달하는 경우 응모 주식을 취득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걸었지만 이날 오전 공개매수신고서를 제출하면서는 이를 삭제했다. 응모가 저조할 경우 공개매수가 실패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면서 참여 유인을 높인 것이다.

당초 고려아연은 공개매수 가격도 주당 83만원으로 기존의 MBK·영풍 측(75만 원)보다 높게 책정했고 최대 매입수량 조건도 15.5%(베인캐피탈 포함 시 18%)로 MBK·영풍 측(14.61%)보다 많게 잡았다. 

MBK파트너스의 75만원 공개매수 마지막날이었던 이날 고려아연의 강공에 드디어 주가가 반응했다. 지난 2일 자사주 공개매수 카드를 꺼내들었을 때도 75만원에 한참 미치지 못했던 주가가 드디어 75만원 위로 올라섰다. 

이에 MBK·영풍 측은 이날 오후 즉각 반격에 나섰다. 공개매수 가격을 고려아연 측과 동일한 주당 83만 원으로 책정하고 기존에 설정했던 6.98%의 최소 매입수량 조건도 삭제했다. 가격을 두 차례 인상하며 최 회장 측과 조건을 동일하게 맞춘 것이다.

추가 확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수천억원을 더하는 것은 큰 일도 아니다. 

당장 최윤범 회장 측은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 영풍정밀 대항 공개매수 가격을 올릴지 여부를 7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MBK·영풍 측이 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을 2만 5000원에서 최 회장 측과 같은 3만 원으로 또 한번 인상하면서 추가 대응의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MBK가 당초 제시한 매수 가격은 2만 원이었다.

영풍정밀은 최 씨 일가의 지분이 영풍 장 씨 일가보다 많고 최윤범 회장의 작은아버지 최창규 회장이 경영을 맡고 있어, 고려아연과 함께 MBK·영풍 측의 공개매수 타깃이 되고 있다. 특히 영풍정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1.85%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최 회장 측은 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과 함께 수량도 늘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수량이 25%로 MBK·영풍 측(43.43%)에 밀려, 주주 입장에선 MBK 측 청약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양측이 확전 양상을 보이면서 누가 경영권을 확보하든 고려아연이 '승자의 저주'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는 더욱 짙어졌다. 양측 모두 경쟁적으로 공개매수 가격을 올리면서 당초 50만 원대였던 주가보다 50% 이상 비싼 가격으로 고려아연 주식을 대거 사들이겠다는 계획인데, 이 경우 쏟아붓는 자금이 천정부지로 치솟게 된다.

이를 위해 급하게 자금을 끌어오느라 높은 금리까지 지불해야 하는 만큼 향후 누가 회사를 경영하더라도 미래 사업을 위한 투자 여력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MBK는 이날 공개매수 가격을 높이면서 고려아연에 대한 투입 금액을 기존 2조2612억원에서 2조5024억원으로 높였다. NH투자증권으로부터 고정 금리 5.7%, 9개월 만기 조건으로 차입금을 1조5785억원으로 확대했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에 자기자금 1조5000억여원에 차입금 1조1600억여 원을 더한 2조7000억원 가량을 투입한다. 고려아연은 하나은행과 스탠다차타드은행으로부터 최소고정금리 5.5%, 최초 변동금리 4.67%에 1조1600억원을 차입했다. MBK파트너스측은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로 부채비율이 치솟게 된다며 배임 주장을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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