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오른쪽)이 24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손태승 전 회장 부당대출 사태 이후 처음으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 4번째)과 대면했다. [출처: 삼성전자]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오른쪽)이 24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손태승 전 회장 부당대출 사태 이후 처음으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 4번째)과 대면했다. [출처: 삼성전자]

|스마트투데이=김국헌 기자| 금융감독원이 지난 8월 11일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검사 결과를 발표한 후 처음으로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한 달여 만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어색하게 대면했다.

임종룡 회장은 24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중소기업 기후위기 대응 등의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식에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과 5대 금융지주 회장 중에서 가장 먼저 도착했다.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한 임 회장은 이날 은행회관 3층 외빈 대기실에서 기자들 없이 이복현 원장과 짧은 만남을 가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이 굳은 표정의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왼쪽)을 응시하고 있다. [출처: 스마트투데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이 굳은 표정의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왼쪽)을 응시하고 있다. [출처: 스마트투데이]

임종룡 회장은 이날 협약식에서 상기된 얼굴로 이복현 원장과 마주 앉았다. 2조원을 출연한 삼성전자와 5대 금융지주에 이복현 원장이 감사의 말을 건네자, 임 회장은 “이번 업무협약은 중소기업의 저탄소 전환에 마중물 역할을 하리라고 생각한다”며 “우리금융은 중소기업의 기후위기 대응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고 화답했다.

임종룡 회장은 협약식 직후에 이복현 원장과 악수를 나누기도 했지만, 굳은 미소로 서로를 마주 봤다. 이복현 원장과 한종희 부회장이 먼저 자리를 떠나자, 금융지주 회장들이 임 회장에게 모여들어 위로와 격려의 스킨십을 나누기도 했다.

◇ 수차례 직격한 이복현..두 차례 사과한 임종룡

전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을 보고하지 않은 문제로 금감원과 우리금융그룹은 이견을 보였다. 우리금융이 금감원에 보고할 큰 문제가 아니라고 인식한 반면, 금감원은 심각한 문제란 인식이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임종룡 현 우리금융지주 회장 [출처: 우리금융그룹]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임종룡 현 우리금융지주 회장 [출처: 우리금융그룹]

이복현 원장은 지난 8월 말 금감원 임원회의와 KBS 일요진단 라이브와 인터뷰에서 "우리금융이 보이는 행태를 볼 때 더는 신뢰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연이어 직격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우리금융지주가 아무리 늦게 보더라도 올해 3월 이전에 보고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법상 보고해야 하는 내용이 제때 보고가 안 된 건 명확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그는 "새로운 지주 회장, 은행장 체재가 1년 넘게 지속됐는데 이러한 수습 방식은 과거의 구태를 반복하는 게 아닌가"라고 문제인식을 드러냈다.

이복현 원장은 이달 초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에서 열린 가계대출 실수요자 현장간담회에서도 "친인척 부당대출 건에 대응하는 우리은행의 방식을 보면 끼리끼리, 나눠먹기 문화가 팽배했다"며 "조직의 개혁 의지가 없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법률적 제재든 비법률적 제재든 최근의 매니지먼트(경영진의) 책임이 있지 않냐"며 "리스크 요인으로 우리금융지주·은행에 정기검사를 앞당겨 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에 임종룡 회장은 두 차례에 걸쳐 사과하고, 금감원 조사와 검찰 수사를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편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금융그룹과 우리은행의 경영진 거취는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판단할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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