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19일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를 선언한 이후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추석 연휴 기간 각고의 노력을 통해 지난 12일 공격을 선언한 MBK파트너스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다음은 전문이다. 

<고려아연과 계열사, 협력사 임직원에게 드리는 글>

사랑하고 존경하는 고려아연과 계열사, 그리고 협력사 임직원 여러분,

고려아연 회장 최윤범입니다. 여러분들이 이미 다 알고 계시듯 지난 금요일부터 사모펀드 MBK와 영풍이 손잡고 고려아연 주식의 공개매수를 시작했습니다. 회장으로서 그 누구보다도 우리 임직원들에게 이 상황을 정확히 설명 드리고, 우리의 계획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 말씀드리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돼 이렇게 서한을 보냅니다.

지금의 상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난 금요일 시작한 MBK 의 공개매수는 다음 달 4 일까지 진행됩니다. 고려아연 주식 약 14%를 매입하기 위한 것으로 이들이 공개매수에 성공할 경우 MBK는 50%에 육박하는 고려아연 주식 의결권을 획득하게 됩니다.

이는 영풍 등의 기존 대주주들이 MBK에게 그들의 의결권과 향후 경영에 대한 권리, 그리고 고려아연의 가치 상승으로 미래에 얻을 수 있는 추가적인 이익 등을 고스란히 넘겼기 때문입니다.

고려아연 임직원들의 입장에선 급박하고 복잡한 상황이지만 실제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점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지난 8 월 1 일 우리는 함께 모여 고려아연의 창립 50 주년을 기념하였고, 동시에 미래 50 년을 바라보며 우리 모든 구성원의 뜻을 모아 함께 만든 미션과 핵심가치를

발표했습니다. 우리의 미션은 다음과 같습니다:

“다양한 원료 및 에너지원을 가장 안전하고, 가장 친환경적이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세상이 필요한 형태의 소재와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미션을 달성하기위한 필수적인 전제 조건은 본 미션을 (1) 가장 안전하고, (2) 가장 친환경적이고, (3) 가장 효율적으로 달성한다는 것이며, 이는 중요도에 따라서 나열된 것입니다. 즉, 안전과 환경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그 아무리 효율이 좋고 돈을 많이 벌어도 우리의 미션은 실패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자신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우리의 미션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누가 고려아연을 경영해야 하는가입니다. 무엇이 특정 대주주에게 더 이득이 되는지, 회장이라는 직함을 누가 달게 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과연 MBK 가 고려아연을 경영하면 우리의 미션을 자신들의 미션으로 여기고 이를 성실하게 또 유능하게 수행해 나갈 수 있을까요? 저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저와 고려아연 최고 경영진은 저들이 고려아연을 인수하여 아무 문제없이 운영하고 경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에 경악했습니다. 물론 이들은 아마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유명한 기업을 거친 이른바 초특급 엘리트로 구성된 집단일 것입니다.

하지만 고려아연에서 잠깐만이라도 일해본 적이 있다면, 아니 대한민국 산업의 현장 어디에서라도 잠깐 일해본 적이 있다면, 우리 회사가 멋진 이력서의 문구와 숫자 놀음으로 돌아가는 회사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아실 겁니다. 

아마도 저들은 우리 온산제련소가, 우리 호주 선메탈 제련소가, 미국의 페달포인트 재활용 공장들이 스위치를 켜기만 하면 전기와 연료로, 또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돌아가는 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습니다.

고려아연은 세계 곳곳에서 자기의 본분을 다하고, 매일매일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고, 끊임없이 회사의 미래를 생각하는 우리 임직원들의 열정과 혼신의 힘으로 돌아가는 회사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분명합니다. 우리는 온 힘을 다하여 MBK 의 공개매수를 저지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싸움에서 반드시 이길 것입니다. 저들은 아주 오랫동안 이 공개매수를 비밀리에 준비한 뒤 아주 교묘한 트릭 등으로 무장하고 추석연휴 바로 전 금요일에 이 일을 감행했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도록 회심의 일격을 가한 것이라 믿고 웃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그들에게 아주 치명적인 실수였습니다.

추석연휴가 시작한 금요일 밤부터 대한민국은 멈춰 버렸지만 우리의 공장은, 저를 비롯한 고려아연 경영진 전원은, 쉬지 않고 일했습니다. 오히려 온전히 집중하여 그들의 허점과 실수를 파악하고 대항하여 이기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은 추석연휴였지만, 그 밖에

세계는 모두 일을 하고 있어 외국 회사들과 소통하는 데에도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지난 며칠간 밤낮으로 많은 고마운 분들의 도움과 격려를 받아 계획을 짜낸 저는 이 싸움에서 우리가 이길 것으로 확신 합니다. 물론 MBK 라는 거대자본과의 싸움은 절대 쉽지 않을 것이고, 저들의 탐욕도 결코 쉽게 멈춰지지 않을 것입니다. 저들은 온갖 비방과 의혹으로 고려아연과

저를 공격할 것이며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막대한 돈의 힘으로 우리를 굴복시키려 할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 우리 절대로 흔들리지 맙시다. 서로를 의지하고 각자 지혜를 짜내 우리 앞에 자신만만하게 서 있는 골리앗의 정수리를 향해, 우리의 모든 것을 담아, 돌을 던져 쓰러뜨리고 승리 합시다. 더 자세한 계획을 여러분께 말씀드리지 못함을 이해해 주시길 바라고, 부족하고

허물이 많은 저를 믿고 기다려 주시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무엇보다도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입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고려아연과 계열사, 협력사 임직원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고려아연 회장

최윤범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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