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투데이=김준혁 기자| 최근 소형·저가 전기차의 시장 공세가 거세다. 이미 판매 중인 전기차 역시 적극적 할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기존 전기차의 상당수가 크고 비쌌던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런 현상에는 전기차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조사들이 선뜻 꺼내지 못하는 '속내'가 있다.

◇ 전기차 '캐즘'..작년까지 매년 60% 늘다, 올 1분기 68%'↓'
전기차 시장이 '캐즘'(Chasm : 일시적 수요 침체)에 빠져 있다. 전기차 같은 첨단 제품이 초기 시장에서 소수의 혁신적 성향을 가진 소비자들(얼리 어답터)의 선택을 받은 뒤, 일반 사용자(소비자)들로 널리 사용하는 단계에 이르기 직전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되거나 후퇴되는 현상을 뜻한다.
최근 몇 년 동안 가파르게 성장한 전기차 시장이 지난해부터 침체기에 빠졌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60% 가까운 고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약 68% 감소하는 등 그야말로 천당에서 지옥으로 추락하고 있다. 최근 이 같은 수요 둔화로 자동차 관련 업계는 올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약 20%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캐즘을 극복하기 위해 자동차 제조사들은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작고 저렴한 전기차를 출시해 일반 소비자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것이다.
◇현대차 소형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2천만 원이면 '마이 카'

대표적인 예가 현대자동차의 소형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이다. 해당 차종은 현대차의 경차 캐스퍼를 기반으로 49kWh 용량의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와 최고출력 115마력짜리 전륜 전기모터를 조합한다. 소형 전기차임에도 주행 거리 또한 최대 315km에 이를 정도로 넉넉하다.
결정적으로 캐스퍼 일렉트릭의 가격은 2,000만 원 초중반대에 불과하다. 최고 사양인 캐스퍼 일렉트릭 인스퍼레이션 모델의 공식 판매 가격은 3,150만 원이다. 하지만 정부 및 지자체 보조금을 모두 더할 경우, 가격이 크게 낮아진다. 저렴한 가격 외에도 캐스퍼 일렉트릭은 국내에서 보기 힘든 SUV 형태의 소형 전기차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경차 혜택으로 만나는 기아의 경형 전기차 레이 EV

그에 앞서 지난해 하반기에는 국내 유일의 경형 전기차 기아 레이 EV가 출시된 바 있다. 레이 EV는 박스형 전기차로 국내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레이의 전기차 버전이다. 35.2kWh 용량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76마력 사양의 전륜 전기모터를 사용한다.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는 205km에 불과하지만 도심형 경차라는 콘셉트를 고려하면 납득할 만한 수준이다.
무엇보다 레이 EV는 저렴한 가격으로 큰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6,000대 이상 판매된 레이 EV의 가장 비결은 단연 저렴한 가격이다. 레이 EV의 가격은 2,700만 원대로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국고 및 지자체 보조금을 더할 경우 2,000만 원대 초반대 구매가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경차의 특성상 취등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때문에 레이 EV는 도심형 친환경 자동차를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정확히 충족하며 저가 전기차 시장의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
◇기아의 전기차 대중화 전략 모델 EV3..전기차 대중화 선언

기아의 전기차 보급 전략은 최근 출시한 EV3에서 또 다른 분기점을 맞고 있다. EV3는 기아가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전략적으로 개발한 모델이다.
그에 따라 기존에 선보인 현대자동차그룹의 전용 전기차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배터리 용량이 58.3kWh로 작은 EV3 스탠다드 모델의 경우, 공식 판매 가격이 4,000만 원 초중반대에 불과하다. 배터리 용량이 81.4kWh로 좀 더 큰 EV3 롱레인지 모델의 가격도 4,000만 원 중반대~5,000만 원대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각종 보조금을 더할 경우 EV3의 가격은 최대 3,000만 원 초중반대까지 낮아진다.
EV3는 단순히 가격만 저렴한 게 아니다. 우선, 204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하는 전륜 전기모터로 경쾌한 주행 감각을 전달한다. 또한, EV3 스탠다드 모델 기준으로 최대 350km의 주행거리를 확보했으며 EV3 롱레인지는 최대 501km를 달릴 수 있다. 여기에 차량 내외부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V2L, 기아 AI 어시스턴트,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등 편의사양도 빠짐없이 적용했다.
◇1천만 원 이상의 가격 인하 단행한 푸조 e-208 & e-2008

수입차 브랜드 중에서는 푸조의 승부수가 눈에 띈다. 7월 중순, 푸조가 국내에서 판매 중인 전기차인 e-208과 e-2008의 판매 가격을 각각 1,310만 원과 1,400만 원까지 낮추는 가격 조정을 단행한 것이다. 그에 따라 푸조 e-208의 공식 판매 가격은 3,890만~4,190만 원까지 낮아졌다. 푸조 e-2008의 가격 또한 3,990만 원으로 형성됐다. 이렇게 낮아진 가격에 국고 및 지자체 보조금이 더해지면 3,000만 원 초중반대 가격으로 수입 전기차를 구매하는 게 가능하다.
◇지프 브랜드 최초의 저가형 전기차 어벤저

지난 7월 말에는 또 다른 저가형 전기차가 시장에 합류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SUV 전문 브랜드 지프 최초의 전기차인 어벤저다. 어벤저는 54kWh NCM 배터리와 156마력짜리 전륜 전기 모터를 사용하는 소형 전기차다. 1회 충전 후 주행거리는 292km이며, 2023 유럽 올해의 차에 선정될 만큼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 결정적으로 지프 어벤저의 가격은 5,290만~5,640만 원에 불과하다. 아직 보조금이 책정되지 않았지만, 향후 4,000만 원 중후반대 가격으로 구입이 가능할 것으로 지프는 기대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처럼 최근 자동차 업계는 일시적 침체기에 빠진 전기차 시장을 부활시키기 위해 여러 저가형 전기차를 앞다퉈 출시중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해당 차종들이 전기차 시장을 완벽히 부흥시킬 지는 알 수 없다”며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 매력적인 선택지가 많아졌다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