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가처분 소송 첫 심문…고려아연, 유예기간 요구에 영풍 "7년 필요"
제련 50년 업력 영풍, 자체 처리시설 미비 의문…온산선 폐지 여론 촉각

경북 봉화군 영풍 석포제련소 전경.
경북 봉화군 영풍 석포제련소 전경.

|스마트투데이=김세형 기자| 영풍이 고려아연의 '황산 취급대행' 계약 중단에 대해 신청한 가처분 소송이 시작됐다. 

앞서 고려아연은 황산 저장탱크 노후화 등으로 더 이상 영풍의 황산을 대신 취급해 줄 수 없다며 계약 중단을 선언했고, 영풍은 이에 반발하며 7년의 유예기간을 요구하는 등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어 영풍은 지난달 고려아연의 계약 갱신 거절에 대해 '불공정거래행위 예방청구 소송'을 제기한 뒤 지난 2일 그 후속 절차로 거래거절 금지 가처분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지난 19일 열린 첫 가처분 심문을 시작으로 양측은 법정 공방에 돌입하게 됐다.

이번 심문은 결과에 따라 양측의 경영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울산 울주군 온산선 폐선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관심을 받고 있다.

◇고려아연 "시설 노후화, 대행 불가" vs 영풍 "대안 없어, 경영 타격"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영풍이 제기한 고려아연의 황산취급대행 계약 중단에 대한 가처분 심문이 지난 19일 처음으로 열렸다. 내달 23일 심문을 종결하고 9월쯤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황산은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물질로 별도 탱크에 저장 관리해야 한다. 영풍은 고려아연과 계약을 맺고 20년 넘게 자사의 석포제련소에서 발생한 황산을 고려아연의 온산제련소로 보내 관리를 맡겼다. 하지만 지난 4월 고려아연이 저장 시설 노후화 등으로 현실적으로 계약 갱신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영풍이 이에 반발하면서 법적 공방으로 이어지게 됐다. 

고려아연 측은 ▲황산관리 시설 노후화에 따른 일부 시설의 폐기 ▲위험, 유해 화학물질 추가 관리에 따른 안전상 문제와 법적 리스크 ▲자체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데 따른 사용 공간 부족 등을 이유로 들며 계약 갱신 중단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영풍은 이에 맞서 일방적인 거래 중단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유예기간을 제시해달라고 하자 영풍 측은 자체 설비를 구축하려면 7년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이 석포제련소를 통해 제련업을 50년 넘게 영위해 왔는데도 그간 자체적으로 황산을 저장·관리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지 않았던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고려아연의 황산탱크가 설치 30년이 넘어 노후화가 심각하다는 점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2년간 5기를 철거했고 올해도 4기에 대해 철거를 검토하고 있으며 사업장 내 탱크를 철거하고 외부 업체에 황산 저장을 맡겨 안전 공간을 확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주주인 영풍이 그간 지속해 온 '위험의 외주화'를 멈춰야 한다는 게 고려아연 측의 주장이다.

반면 영풍 측은 고려아연에 황산을 보내지 못하면 대안이 없다고 주장했다. 동해항보다 먼 수출항까지 트럭 운송을 하는 방안이 있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장 회사 경영에 타격을 입게 되는 만큼 대안을 마련할 때까지 고려아연이 지속해서 황산을 받아줘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울산 울주군 '온산선 폐선' 여부에 영향 '촉각'

한편 이번 소송은 울산 온산선 폐선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해당 지역 주민들 역시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온산선은 울산 울주군의 남창역과 온산역을 잇는 8.6㎞의 단선 철로다. 1970년대 후반 온산국가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입주 기업들의 핵심적인 수송망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영풍과 S-OIL이 각각 황산과 유류를 수송하는 용도로만 사용되고 있다.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발생한 황산은 온산선을 타고 고려아연의 온산제련소로 옮겨진다. 주민들과 환경 단체들은 황산이 위험물질이라는 점에서 온산선 인근 주민들의 삶이 위협받고 있고, 인근 개발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호소해왔다. 

이런 이유로 고려아연이 영풍의 황산을 더 이상 취급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해당 지역 주민과 환경 단체들의 기대감이 커진 바 있다.

이런 여론에 이 지역에서 지난 총선 재선에 성공한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은 지난 8일 국회사무실에서 국토교통부 철도국장과 실무자를 만나 온산선 폐선과 KTX-이음의 남창역 정차, 울산~경남~부산 광역철도 건설을 강력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풍 측이 법정 공방에 나서자 다시 비판 여론이 비등하는 분위기다. 

법원이 영풍 측의 손을 들어줄 경우 폐선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지역 관계자는 "S-OIL이나 영풍 등 특정 기업의 물류 운송용으로만 이용되고 있는데, 그에 대한 위험 부담 등 리스크는 지역 주민들이 고스란히 지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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