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은 살기 좋은 도시로 항상 상위권에 속하는 곳이다. 태평양에 연한 해양성 기후로 온화한 날씨도 그렇지만, 올림픽 국립공원의 만년 빙하와 인근에 펼쳐진 세계적인 포도밭 등 자연조건도 빼어나다. 보잉과 스타벅스가 위치한 비즈니스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시애틀은 지금으로부터 1100년 전 심각한 지진을 겪었다. 그리고 시애틀과 지근거리에서 시내를 굽어보는 거대한 레이니어 산(레이니어 국립공원)은 꼭데기에 화산 폭발의 흔적을 곳곳에 남겼다. 지금도 화산활동이 활발하다.
시애틀 근처의 두 단층은 1100년 전 파열되었다. 다시 말해 충돌하면서 대 지진이 일어났다. 그런 지진이 재발할 가능성이 최근 과학계에서 제기됐다. 큰 지진이 다시 발생할 것으로 가정하고 과학자들이 모델링에 기반해 예측한 결과, 전문가들이 과거 예상한 것보다 30배 이상 거대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명됐다고 뉴사이언티스트가 전했다.
지진 가능성을 연구한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브라이언 블랙 교수 팀은 시애틀 인근 퓨젓사운드(Puget Sound) 주변을 연구 대상지로 삼았다. 과거의 지진이 이 지역을 가로지르는 얕은 단층에서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질학자들은 그 동안 지진의 규모가 단층의 단거리 또는 원거리 파열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블랙 교수 팀은 지진의 연대를 더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퓨젓사운드 주변에서 발굴된 고대 나무의 나이테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산사태에 대한 근접성, 쓰나미의 증거, 화산재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암석의 침입 등에 근거해 두 가지 단층(시애틀 단층과 새들산(Saddle Mountain) 단층)의 지진으로 인해 나무가 쓰러졌다고 확인했다.
팀은 나무의 방사성 탄소 농도를 측정해 나무의 나이테를 특정 연도와 비교했다. 서기 774년에서 775년 사이에 발생한 태양 폭풍으로 인한 양성자 복사로 인해 뚜렷한 탄소 농도의 도약이 나타났다. 또 모든 나무가 서기 923~924년 사이 6개월 이내에 죽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두 단층이 동시에 터져 2016년 뉴질랜드를 뒤흔들었던 지진이나, 올해 초 튀르키예를 황폐화시킨 지진과 비슷한 대규모 다중단층 지진이 발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다중단층 지진은 흔치 않다. 시애틀 지진에 대한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다. 오리건 주립대학의 크리스 골드핑거 교수도 인구 밀도가 대단히 높은 지역에서 그러한 지진이 발생하면 파괴적이라고 지적했다. 골드핑거는 시애틀 근처의 얕은 단층에서 발생하는 큰 지진이 해안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더 큰 캐스캐디아(Cascadia) 거대 단층에서 발생하는 지진보다 도시에 더 큰 피해를 준다고 지적했다. 도시 인근 얕은 단층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더 강한 흔들림이 발생하고 쓰나미가 도달하기 전에 경고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진다.
연구원들에 따르면 연속적인 파열로 인한 지진은 규모 7.3~7.5 강도로 높아질 수 있다. 더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로 간주하는 다중단층 파열은 규모 7.8 이상의 지진을 일으킬 수 있다. 이는 해당 지역의 현재 지진 위험 모델링에 포함된 가장 큰 강도(규모 7.5)보다 38배 더 많은 에너지를 방출하게 된다. 미국 지질조사국의 리디아 스테이쉬는 “진도 차이 0.3은 작은 것 같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지진의 성격을 완전히 바꿔 놓난다”고 말한다.
시애틀 비상관리국의 케이트 허튼은 “세계 어느 도시도 진도 7.8의 지진이 바로 아래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런 사태에서는 도시가 할 수 있는 대책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결국은 재앙으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물론 이 연구 역시 가능성의 제기 수준이다. 백두산 화산 분출과 이에 따른 한반도 영향 연구와 같은 범주에 속할 수 있다. 그러나 시애틀의 경우에는 현실화 가능성 면에서는 다소 높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단층은 확인되고 있으며, 인근 레이니어 산에 오르면 휴화산에서 깨어나고 있는 모습이 확연히 보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