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공급사 폭스콘의 태양광 발전 시설. 그러나 재생에너지 비율은 여전히 낮다. 사진=폭스콘
애플 공급사 폭스콘의 태양광 발전 시설. 그러나 재생에너지 비율은 여전히 낮다. 사진=폭스콘

애플이 최근 발표한 아이폰15 시리즈 등 휴대 기기들이 최초의 ‘탄소 중립’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중국 환경연구기관이 새로운 보고서를 통해 “애플 제품의 대부분을 공급하는 중국 제조부문의 온실가스 배출 데이터를 추적한 결과 애플의 주장은 현실을 너무 과장했다”고 지적했다.

애플의 탄소 중립 주장이 틀렸으며 실질적으로는 ‘기후워싱(그린워싱과 같이 겉으로만 친 기후적인 것처럼 거짓 포장하는 사기행위)’에 다름 아니라고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비영리기관 ICN(인사이드클라이미트뉴스)가 전했다.
 
여배우 옥타비아 스펜서가 연기한 '대자연'이 등장하는 5분짜리 비디오 등 세간의 이목을 끄는 환경 캠페인의 일환으로, 애플은 지난 9월 자사의 새로운 애플워치 시리즈가 탄소 중립적이라고 발표했다. 애플워치의 생산이 기후 변화와 무관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베이징에 본사를 둔 유명 비영리단체 공공환경문제연구소(IPE)는 최신 보고서에서 애플이 기후워싱, 즉 기후 변화 해결을 위한 노력을 과장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애플은 과거 IPE에 대해 "정부 및 기업 환경 데이터를 수집, 대조, 분석하는 데 전념하는 선도적인 비영리 환경 연구 기관이라고 칭찬한 바 있다. IPE는 10년 넘게 중국 생산 시설의 환경성과를 분석해 왔다. 그런 IPE가 애플을 기후 위장이라고 몰아붙인 것이다.
 
다만 IPE의 최신 보고서에 대해 애플은 애플워치 생산라인의 탄소 중립성이 환경 표준 및 인증의 선두주자인 SCS글로벌서비스로부터 독립적으로 검증되었다고 응답했다.

애플은 서면 답변을 통해 “애플워치 공급업체가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가장 영향력 있는 조치는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IPE 분석에 따르면 애플은 탄소 중립을 입증할 만큼 애플 제품을 제조하는 공급업체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IPE는 독자적인 노력으로 애플 공급업체로부터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한 데이터를 받았다. 그 결과 애플 제품 공급업체들은 재생에너지를 직접 사용하기보다는 효율성이 의문시되는 재생에너지 인증서 구매에 더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플 제품이 탄소 중립이 되려면 100% 재생에너지가 필요하다. 애플이 공개한 것처럼 아이폰 탄소 배출량이 증가한다면 이는 아이폰 생산에 재생에너지를 덜 투입했다는 의미가 된다. 애플은 새로운 아이폰15 프로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5년에 비해 28% 낮다고 강조했다. 이는 공급업체가 사용하는 재생에너지가 그만큼 증가했기 때문이다.

2019년의 경우 애플은 중국에 제조 공급업체를 둔 400개 이상의 기업 중 최초로 가장 뛰어난 친환경 공급망 성과로 IPE의 '마스터' 타이틀을 받기도 했다. 애플의 탄소 중립 노력이 지극한 것은 사실이다. 경영 목표와 성과에서도 기후 중립을 위한 노려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그러나 애플이 판매하는 제품에 대해 탄소 중립을 선언하기 위해서는 더 높은 수준의 엄격한 기준과 정보의 공개가 필요하다. IPE의 마 준 이사는 보고서에서 지난 9월 발표한 애플 신제품에 대해 탄소 중립을 선언하기에는 정보 공개 수준이 많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마 이사는 나아가 애플이 정보 공개 수준으로 볼 때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애플 공급업체 중 2023년 IPE에 온실가스 배출 데이터를 공개한 곳은 30개 미만인데, 이는 전년의 100개 공급업체에 비해 대폭 감소한 수치라는 것이다. 

애플은 “지난 10년 동안 애플은 모든 온실가스 배출량을 모델링 및 측정하고 자발적으로 보고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공개할 것을 공개적으로 지지해 왔다. 공급업체 행동 강령에도 명확하게 명시됐으며, 공급업체에게 매년 애플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를 의무화하는 모든 법률 및 규정을 준수할 것을 요구한다”고 반박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지속 가능성 및 미디어 센터의 조셉 롬 연구원은 IPE 보고서 쪽 손을 들어 주었다. 새로운 아이폰15와 관련하여 보고된 탄소 배출량이 실제로 증가했다면 애플 주장은 어패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 제기다. 새끼손가락에는 암이 있지만 몸의 나머지 부분에는 암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것.

롬은 2023년 지속 가능성 보고서에서 배출량을 75% 줄이고 나머지 배출량과 탄소 상쇄 구매의 균형을 맞추는 것으로 설명된 애플의 탄소 중립 정의는 자의적이라고 주장한다. 돈 많은 기업이 생산 라인에서의 배출은 놔두고 그 만큼 배출권을 사는 것과 같은 의미라는 해석이다.  

한편 독일에 본사를 둔 환경 단체 뉴클라이미트연구소(New Climate Institute)도 최근 블로그 게시물에서 애플워치에 대한 애플의 탄소 중립 주장은 “대담한 과장”이라고 썼다. 참고로 애플 제품의 대부분은 중국에서 생산되며, 2022년 중국 전력망의 63%가 석탄으로 구동됐다.

물론 애플의 투자는 놀라웠다. 애플은 중국과 일본에서 약 500MW에 달하는 태양광 및 풍력 프로젝트를 포함, 재생에너지에 과감한 직접 투자를 단행했다. 그러나 여전히 애플 제품의 최대 공급업체인 폭스콘 및 페가트론 등 일부 공급업체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전체 전력의 8% 이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애플의 300개 이상의 공급업체들은 2030년까지 애플 제품 생산에 100% 청정에너지를 사용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애플 공급업체 중 상당수는 여전히 재생에너지 사용이 제한되어 있다. 현재 애플 공급망에 있는 재생에너지의 24%는 재생 가능 에너지 ‘인증서’다.

네이처에 발표된 2022년 연구에 따르면, 신재생 에너지 개발 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이 인증서는 "추가 재생 에너지 생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고" 기업 배출 감소 목표의 "무결성을 위협"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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