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거래 영풍제지에 미수금 4900억원 발생
'의심 계좌'서 미수 발생..타 증권사는 미수거래 불허
느슨한 리스크 관리 도마

키움증권이 '주가조작 판을 깔아줬다가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불공정거래 혐의가 있는 영풍제지 관련해서 5000억원 가까운 미수금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서다. 미수금 회수 여부가 불확실한 데다 키움증권의 리스크 관리 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20일 금요일 오후 7시2분 키움증권의 난데없는 미수금 발생 공시가 증시 하락 속에 우울한 주말을 앞둔 투자자들을 경악케 했다. 증권사가 미수금 발생을 공시한 것도 이례적인데 영풍제지 한 종목에서만 약 4943억원의 미수금이 발생했다는 거였다. 

영풍제지는 지난 18일 장 시작 뒤 얼마 안돼 하한가로 곤두박질쳤고, 폭증하는 하한가 매물 속에 오후 늦게 불공정거래설로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이어 하루 전인 지난 17일 주가조작 혐의를 받는 4명이 긴급체포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1년새 10배 넘게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상승한 종목이었던 탓에 터질 게 터졌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영풍제지를 갖고 벌인 불량 투자자들의 일탈로 치부하는 시각이 많았다. 

미수금 발생 공시로 키움증권으로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 

연합뉴스를 비롯한 지금까지의 보도를 종합하면 키움증권의 미수금 발생 계좌들은 영풍제지에만 대규모 미수를 사용해 매매를 벌인 비정상적인 계좌들이 대다수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긴급체포된 이후 구속된 일당들이 키움증권에 '영풍제지 작전 전용' 계좌를 여러 개 트고 주고받는 식으로 비정상적인 매매를 벌였을 것으로 해석되기에 충분하다.

이런 배경에는 키움증권의 느슨한 리스크 관리가 컸다는 지적이다.

키움증권은 그동안 영풍제지에 대해 증거금률 40%로 미수거래를 열어주고 있었다. 100만원 어치 주식을 산다면 40만원은 자기 자금으로, 60만원은 외상으로 살 수 있다. 1.5배의 레버리지를 사용할 수 있다. 

반면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초부터 지난 7월까지 영풍제지 증거금을 100%로 상향 설정해가며 미수거래를 막았다. 지난 4월 차액결제거래(CFD)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발생한 이후 수상한 급등을 보여온 영풍제지가 요주의 종목으로 분류된 영향이었다. 

키움증권은 영풍제지가 하한가로 추락하고 매매거래가 정지되자 부랴부랴 증거금률을 100%로 상향조정했다. 키움증권의 홈페이지상 증거금률 변동 공지들을 보면 키움증권의 미수거래 관리는 느슨한 편에 속했다. 부도나 횡령 혐의 연루로 매매거래가 정지된 종목들 외에 증거금률을 100% 바꾸는 경우를 찾기가 어렵다. 그만큼 위탁매매수수료를 주수입원으로 삼아온 회사의 영업정책을 잘 드러내고 있다. 

키움증권의 미수금 규모는 17일 매매대금 3600억원을 감안할 때 단지 미수거래에서만 발생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CFD(차액결제거래) 계좌의 정산 과정이 매매정지로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발생했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키움증권은 반대매매를 진행하고, 계좌주들의 재산을 추심해 미수금 회수에 나설 계획이다. 이미 지난 4월 CFD 무더기 하한가 사태에서 보듯, 손실을 불가피하고 그 규모는 당시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키움증권은 CFD 사태 초기 수천억원의 미수금이 발생했고, 700억원 가량의 충당금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계좌주들은 의사와 고수익 자영업자 등 부유층이 상당수여서 충당금 규모도 대폭 줄어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풍제지 경우 알려진대로 주가조작 일당이 미수가 발생한 계좌를 통제하고 있었다면 매매거래가 풀리더라도 언제 하한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미수금 4900억원은 영풍제지 시가총액의 3분의 1에 육박한다. 대주주와 우호지분을 제외한 대부분 외부 지분을 미수금 발생계좌에서 장악하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추심 대상 계좌주들도 상당히 좁은 인원일 수 밖에 없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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