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 변화로 인해 기상 재해가 빈번해지면서 농민과 목장주들에 대한 손해보험 보상비용이 지속 불가능한 수준으로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22년 미국 농민들에 대한 농작물 피해보상 보험금은 기록적으로 증가해 190억 달러로 집계됐다. 그 중 상당 부분은 날씨 관련 재해 때문이었다고 CNN 등 외신이 전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연방 농작물 손해보험 프로그램을 조사해 온 미국 비영리 환경 연구 단체 EWG(Environmental Working Group)이 최근 발표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농작물 손해보험 프로그램에 의한 보험금 지불이 2002년 30억 달러 미만에서 지난해 190억 달러 이상으로 치솟았다. EWG는 다양한 소비재 상품에 대한 안전성 평가와 함께 등급도 매겨 발표하고 있다.
농업 경제학자이자 EWG 이사인 앤 셰칭거는 "2002~2022년 사이에 농작물 손해보험 프로그램에 따라 농부들에게 1610억 달러 이상이 지급됐으며 2022년 한 해 동안의 연간 지급액이 2001년보다 546%나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농작물 손해보험 프로그램은 가격 하락 또는 기상 관련 재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법으로 지난 20년 동안 농민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해마다 가입자가 증가했다. 피해가 발생하면 보험사가 산정된 피해액의 약 60%를 보조하고 농부들은 40%를 자가 부담한다. 상품을 판매하던 초기에는 보험사들이 큰 이익을 보는 효자상품이었지만, 현재는 보험사의 부담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지속 불가능한 보험상품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셰칭거는 “보상금 증가의 상당 부분은 보험 상품에 가입하는 농민들이 대폭 늘어나고 자연 재해에 따라 농사에 타격을 받는 사례가 증가한 데서 비롯됐다”면서 "특히 기상 재해와 관련한 손실이 늘어난 것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보상금의 배분 측면에서는 보험금의 약 80%가 상위 20% 농장에 전달됐다. 부농이 대부분의 작물을 생산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소규모 농부들은 보험 상품에 가입하기 어렵거나 자격에 미달하기 때문이다.
우려되는 점은 대규모 농장일수록 화석연료를 대량으로 소비하고 결국 탄소 발생 집약적인 생산 방법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전체 보험금의 약 4분의 3인 약 1210억 달러가 옥수수, 대두, 밀, 면화 농장에 지급되었으며, 그 중에서도 옥수수 재배자에게만 거의 560억 달러가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험 프로그램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 프로그램이 더욱 탄소 집약적인 농업을 장려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현재 미국 농업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11%를 점유하고 있다. 최근 분석에 따르면 농장과 목장이 탄소 발생을 줄이지 않으면 점유율이 2050년까지 전체의 약 30%까지 증가할 수 있다. 이는 경제의 다른 어떤 부문보다 높은 수치다. 다른 부문의 탄소 배출은 대폭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많은 다른 연구에 따르면 기후 변화로 인해 향후 몇 년 동안 농작물 손해 보험료가 인상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납세자, 농민, 보험업계의 비용은 증가하지만 그 비용이 동등하게 공유되지는 않는다. 2000~2016년까지 농부들은 보험료로 지불한 것보다 보험금 청구로 650억 달러를 더 받았고, 농부는 지출한 보험료 1달러당 2달러 이상을 보상받았다.
의회는 농업 법안에 대해서는 매우 소극적이다. 양당 모두 보험 프로그램 변경을 꺼린다. 농업 법안에 대한 협상이 계속되는 동안 누구도 큰 조정을 제안하지 않는다. 5조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수반하는 이 법안에는 농작물 손해보험을 포함한 광범위한 프로그램이 포함되어 있다.
보험료 증가 추세를 볼 때 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이 손해보험 프로그램이 농부와 납세자 모두에게 얼마나 지속 가능한가 하는 것이다. 기후 변화로 인해 비용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