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이 기후 위기로 흔들리고 있다. 올해는 특히 조짐이 심상치 않다. 더욱 습해지고 더워지는 홍콩의 앞날이 우려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슈퍼 태풍 사올라의 강풍이 몰아닥친 홍콩에서는 건물이 흔들리고 바닷가에 몰아닥친 높은 파도로 심각한 재난에 직면했다. 24시간 만에 600mm의 비를 퍼부어 도로가 침수됐으며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해 도시가 폐쇄될 지경에 이르렀다. 일주일 만에 두 번이나 기상 이변에 따른 재해를 겪은 것이다.
기후 변화에 따른 대자연의 분노는 홍콩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기후 변화로 인해 홍콩은 대부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심한 폭풍이 더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어쩌면 다른 지역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홍콩대학교 지구과학과 부교수를 역임하고 현재는 캘거리 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제드 카플란은 “기후 변화는 강력한 열대 사이클론과 강렬한 폭풍우뿐만 아니라 극도로 더운 낮과 밤을 통해 홍콩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러한 모든 기상 현상은 관계자든 주민이든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며 “열사병 등 고열 관련 질병의 발생률 증가, 비와 홍수로 인한 인프라 손상, 허리케인급 강풍, 산사태 등은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유지보수 및 미래 위험 대비에 대한 값비싼 비용을 수반한다”고 지적했다.
홍콩 천문대는 영국 식민지 시대부터 수십 년 동안의 기상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식민지 시절의 홍콩 인구는 22만 명 미만이었다. 당시와 비교한 현재의 날씨는 얼마나 극적으로 변했는지를 적나라하게 알려준다.
먼저 홍콩의 강수량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홍콩이 마지막으로 연간 강수량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이다. 그 이후 강수량은 계속 늘기 시작해 최소 13번 이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난다.
시간당 강우 강도에 대한 기록은 1990년 이후 훨씬 더 빠른 속도로 경신되고 있다. 관계자들은 앞으로 더 많은 새로운 기록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홍콩 천문대 대변인은 “앞으로 폭우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더 빈번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24시간 동안 홍콩에 내린 600mm라는 강우량은 연평균 홍콩 총 강우량의 약 4분의 1에 달하는 것이다. 이는 데이터가 기록된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더위도 심각한 문제다. 홍콩 천문대 본부에서 기록된 평균 기온은 199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마다 평균 섭씨 0.28도씩 상승했다. 이는 1885년 이후 전체 평균 속도의 두 배에 달하는 속도다. 올해 초 홍콩은 금융 허브로 이름을 날린 이래 최초로 고용주와 종업원을 위한 열사병 예방 지침을 제정했다. 2022년의 경우 홍콩은 15일 이상 35도 이상의 고온을 기록했다.
그러다 보니 저온 기록도 계속 상향 돌파하고 있다. 홍콩은 최고 기온 33C 이상인 더운 날이 더 많아졌을 뿐만 아니라 최저 12C 이하의 추운 날은 반대로 적어졌다. 또한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낮 기온을 끌어올린다. 최근에는 바람과 비가 내려도 기온은 거의 낮아지지 않았으며, 전체적으로 25C 이상의 열대야 현상을 유지했다.
금융 허브로 이름을 날렸고, 현재도 싱가포르와 최고의 지위를 놓고 경쟁하는 홍콩이지만, 정치 사회 경제적인 여건과 자연조건까지 홍콩을 외면하는 모양새가 펼쳐지고 있다. 저가 상품과 자연자원의 세계 공장이자 생산지였던 중국이 기후 변화를 외면한 댓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