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아버·덜루스 등 종전 '기후 피난처' 6곳도 재난에 취약한 도시로 '전락'

 * 기후 피난처로 불리는 벌링턴 거리의 야경. 사진=픽사베이 
 * 기후 피난처로 불리는 벌링턴 거리의 야경. 사진=픽사베이 

미시간 남동부는 미국인들에게는 완벽한 ‘기후 안식처 또는 피난처’로 인정받던 곳이다. 이곳은 여름에 덥기는 해도 고온으로 신음하지는 않았다. 지난해 6월 폭풍우가 몰아칠 때까지 홍수도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 폭풍으로 인해 한꺼번에 150mm 이상의 비가 쏟아져 홍수가 일어났고 많은 주택이 침수됐다. 도시의 인프라는 무너졌다. 과거 경험하지 못했던 폭우를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국가 기후 관련 기관의 연구와 미디어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미국의 ‘기후 피난처’로 6곳이 꼽힌다. 이 곳은 오대호 일대를 비롯한 중서부 및 북부, 북동부에 위치해 있으며 역사도 오래다. ▲미시간주 앤아버 ▲미네소타주 덜루스 ▲미니애폴리스 ▲뉴욕주 버팔로 ▲버몬트주 벌링턴 ▲위스콘신주 매디슨이 바로 그곳이다.

기후 피난처는 연구원, 공무원 및 도시공학자들이 극한 기후 조건으로부터 안전한 자연 피난처로 인정했던 지역이다. 주민들은 날씨 변화로 인한 재난을 염두에 두지 않고 살아 왔다. 그러나 이제 사정은 바뀌었다. 기후 피난처라는 6곳 모두가 기후 위기에 노출됐다고 더컨버세이션이 전했다. 

날씨와 관련한 연방의 전국적인 재난 선언을 분석하면 많은 데이터가 두려움을 던진다. 2020년 이후의 연평균 재난 선언 건수는 이전 20년 동안의 두 배로 급증했다. 끓어오르는 지구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잘 살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 걱정에서 기후 피난처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기후 피난처로 인정받던 6개 도시 모두 앞으로 수 년 동안 미국에서 가장 큰 기온 상승을 겪어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오대호에서 뜨거워진 공기는 수증기를 품고 떠올라 폭풍우를 더 자주, 더 강렬하게, 더 오랫동안 지속시킨다.

이들 도시는 이미 기후 변화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2023년에만 위스콘신, 버몬트, 미시간주 각각의 피난처 지역이 강력한 폭풍과 홍수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지난겨울 역시 재앙이었다. 오대호 중 하나인 이리호의 습기가 만들어낸 호수 효과로 버팔로에는 순식간에 120cm가 넘는 눈이 쏟아지며 거의 50명이 사망하고 수천 가구가 정전됐다. 난방은 중단됐다. 덜루스의 경우 기록적인 강설량을 기록한 데 이어 올 4월에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기온으로 인해 쌓였던 눈이 빠르게 녹으면서 심각한 홍수에 직면했다. 

오대호 지역의 빗물 처리 시스템은 기후 변화로 인한 폭우와 급격한 눈 녹는 속도를 유지하지 못한다. 빗물 시스템은 기후 변화를 고려하지 않는 국립해양대기청의 강수량 분석에 따라 설계됐던 것이다. 인프라 문제가 복합되면 기후 피난처 도시 안팎에서 더 빈번하고 광범위한 도시 홍수가 발생하게 된다. 

미래 기후 예측을 강수량 모델링에 통합한 ‘퍼스트 스트리트 파운데이션(First Street Foundation)’의 분석에 따르면 이들 6개 피난처 도시 중 5개 도시는 심각한 홍수 위험에 직면해 있다. 재해 데이터에 따르면 이들 6개 도시가 위치한 카운티에서는 2000년 이후 평균 6번의 심각한 폭풍 및 홍수 비상사태 선언이 발생했다. 약 3.9년에 한 번 발생하며 증가 추세에 있다.

집중되는 강수는 빗물 처리 인프라를 넘어서서 지하실 홍수, 식수원 오염, 도로 및 고속도로 침수를 초래할 수 있다. 폭우와 극심한 겨울 폭풍은 전력망에 큰 피해를 입히고, 심각한 홍수를 일으킬 수 있으며, 수인성 질병 발생 위험을 높인다. 이러한 문제들은 에너지 및 수자원 인프라가 매우 노후화한 오대호 인근의 도시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기후 피난처 도시들이 그렇다는 얘기다. 

이들 도시는 극심한 기상 상황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오래고 낙후된 인프라를 보유하는 경향이 강하다. 지난해 물에 잠겼던 버몬트도 경험하지 못한 폭풍을 인프라가 견뎌내지 못한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인프라 개선에 투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단편화된 조치에 머물러 있다. 영구적인 해결책이 아니며 장기적으로는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 이는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부터 도시 전체를 보호할 정도에는 못 미치며 오히려 기존의 취약성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버몬트와 미시간은 정전 빈도와 유틸리티가 전력을 복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포함하는 전기 신뢰성 부문에서 50개 주 중 45위와 46위를 차지했다. 

이제 미국에 더 이상 기후 피난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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