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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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중에 떠다니는 생물의 DNA를 분석해 세계의 야생 동식물을 추적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이달 초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1)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팀이 대기 오염 감시 센서 필터로 얻은 DNA를 사용, 식물, 곰팡이, 곤충 및 동물을 포함한 180개 이상의 유기체를 식별했다”는 발표가 있었다고 네이처지가 온라인판에서 보도했다. 

보고서는 대기 관측소를 이용한 탐색이 지구상의 생물다양성 추적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으며, 희귀종을 탐지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 세계의 생물다양성은 크게 훼손되고 있다. 일부 추정에 따르면 1970년 이후 야생 동물 개체 수는 69% 감소했다. 

과학자들은 생물다양성을 측정할 인프라가 부족해 생태계의 변화와 종 감소를 추적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까지는 카메라 감시, 직접 관찰, 발자국과 배설물 등 흔적 조사와 같은 노동 집약적인 방법을 사용, 특정 지역에서 육상 종을 모니터링한다. 대규모에서는 산림 면적 평가와 같은 매우 일반적인 측정만 가능한 실정이다. 

이번 연구는 대기 오염 추적 네트워크를 사용, 생물이 흘리는 소량의 유전 물질인 환경 DNA(eDNA)를 자동으로 수집해 야생종을 추적한다. 연구팀원인 캐나다 토론토 요크대학의 분자 생태학자 엘리자베스 클레어는 이번 발견은 획기적이라고 자평했다. 

과학자들은 지난 20년 동안 영국의 띠무늬 도롱뇽(Triturus cristatus)이나 호주의 골디안 핀치(Erythrura gouldiae: 앵무새와 유사한 새 종)와 같은 희귀 또는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을 추적하기 위해 토양 및 물 샘플에서 eDNA를 수집하고 분석해 왔다.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 보호국은 오대호에서 은 잉어(Hypophthalmichthys molitrix)를 감시하기 위해 eDNA를 사용한다. 

연구팀은 공기 샘플에서 eDNA를 캡처해 육상 생물 다양성을 탐색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고 지난해 보고하고 이번에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공기 센서로 채취한 eDNA는 유기체가 흘린 세포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최근의 현장 실험에서 연구팀은 런던과 에든버러 근처에 소재한 기존 영국 공기 질 관측 센터에서 동식물의 공기 중 eDNA 포착 가능성을 확인하는 시범 연구를 실행했다. 팀은 일주일 동안 eDNA를 수집한 후 8개월 동안 보관한 에어 센서 필터를 분석했다. 필터에서는 다수의 생물종 eDNA가 추출됐다. 연구팀은 추출된 eDNA를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운영하는 DNA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필터에서 수 많은 유기체 그룹의 DNA가 발견됐다. 그 중에는 굴뚝새와 큰박새 등 34종의 새뿐만 아니라 물푸레나무, 쐐기풀 및 병원성 균류가 포함됐다고 한다. 

공기 관측소는 북미 및 중미, 유럽, 아시아 및 남반구를 포함하여 전 세계 여러 국가에 이미 설치되어 있다. 관측 인프라로서는 최고의 조건을 갖추었다. 보고서는 생태학자들이 이 필터를 야생 생물 연구에 사용할 수 있도록 장기 보존할 것을 촉구했다.

추가로 eDNA가 공기 중에서 이동하는 거리와 시간은 변수가 된다. 이 변수는 센서 관측이 할 수 있는 영역의 크기를 결정한다. 연구팀원인 런던 퀸 메리 대학의 분자 생태학자 조앤 리틀페어는 eDNA가 종을 식별하는 것 이상으로 어떤 생태학적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재도 새들의 이동과 야생동물이 기후 변화에 대응하여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는 충분히 관측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네이처지는 이 연구 결과를 두고 “야생 동물 추적의 혁명적인 전환이 될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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