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자전거는 자전거의 본고장 유럽을 넘어 미국 주요 도시에서도 대유행이다. 자전거 전용도로 인프라도 충실해졌다. 전기자전거와 스쿠터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은 크게 늘었다. 서울 역시 마찬가지다.
여기에 또다른 종류의 전기자전거가 서서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e트라이크(e-Trike), 전기 세발자전거다. 자전거 전용도로를 이용하는 동시에 안전성 면에서 탁월하다. 그래서 미국과 유럽의 노년층을 중심으로 사용이 확대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최근 전했다.
미국의 자전거 메이커들도 다양한 모델의 e트라이크를 내놓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에서는 e트라이크 마니아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여러 그룹이 활동하고 있다. 상당수 나이 든 사람들이 이용자다. 그룹 중 하나는 1만 5000명 이상의 회원을 자랑한다. e트라이크라는 문구를 구글에서 검색하면 은발의 라이더가 등장하는 광고, 브랜드 리뷰, 기사가 쏟아진다.
이는 현재 미국의 인구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는 해석이다. 이제 미국 역사상 가장 두터운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도래했다. 이는 ‘은빛 쓰나미’로 묘사되는 인구학적 물결이다. 2030년에는 모든 부머들이 65세 이상이 된다. 2040년에는 성인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 연령대에 속하게 될 것이다. 대부분의 부머들이 살고 있는 미국 교외 지역은 곧 노인 거주자들의 비율이 극적으로 급증하게 된다.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에 소재한 전기자전거 제조사 래드파워 바이크(Rad Power Bikes)는 미국 최대의 전기자전거 회사다. 이 회사의 세발 전기자전거 래드트라이크(RadTrike)는 현재 화물운반용 전기자전거 시장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래드트라이크는 3륜구동 부문의 첫 상용제품이었다. 회사 설립자 마이크 래든보우는 래드트라이크가 37kg의 중량으로 750와트 배터리 팩, 스텝 스루 디자인, 188kg의 적재 용량, 그리고 등받이가 있는 패딩 시트를 자랑한다고 설명했다.
래드트라이크는 세발이 주는 안전성 외에도 많은 수고가 들어간 제품이다. 하나는 튼튼한 뼈대였고 다른 하나는 뒷바퀴 위에 올리는 화물보관대였다. 무게가 나가는 만큼 뼈대가 이를 받쳐주고 화물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여야 했다. 나머지는 골프 카트처럼 탑승자를 보호하는 캐노피다. 부가 장치로는 애완동물용 트레일러와 화물칸 등이 제공된다. 래드트라이크의 소매가는 2499달러다. 전기자전거 가격은 대개 1000달러를 최소로 해 스펙에 따라 올라간다.
전기 전용모드에서는 최고시속 23km로 달린다. 일반 자전거와 비교하면 e트라이크는 마치 작은 보트를 조종하는 것처럼 회전하기보다는 미끄러지듯 달린다는 설명이다. 마케팅을 위한 별도의 설명도 필요 없다. 수요자들이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래드트라이크의 고객층의 85%가 45~84세의 연령대라고 한다.
전기자전거 회사인 식스쓰리제로(SixThreeZero)의 CEO인 더스틴 가이거는 전기자전거는 탄소 배출이 없는 이동성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나이든 사람들에게 또 다른 매력을 제공하는 사회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e트라이크가 주는 효용성이 앞으로 주목된다는 기대다.
식스쓰리제로 역시 이동이나 운동을 원하는 사람, 자전거 라이딩을 매개로 사교를 원하는 사람 등 다양한 필요를 염두에 두고 전기자전거와 트라이크를 디자인하고 판매한다.
e트라이크는 사람들이 참여 폭을 더욱 넓힐 수 있는, 아직은 초창기 시장이다. 자전거 전용 인프라가 구축된 역사가 오래지 않았고, 자전거가 대중교통의 영역에 흡수되거나 병행운영된 지도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전거가 속한 마이크로모빌리티라는 범주는 승용차를 대체하는 이동성으로 인식되고 있고, 암스테르담 등 유럽의 여러 도시들에서는 주력 이동성으로 완전하게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e트라이크 이용이 더욱 확대되기 위해서는 교외 인프라가 좀 더 개척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발이기 때문에 운행의 안전성은 높지만, 막다른 골목에서 방향을 되돌리거나 구불구불한 미로같은 거리에서의 운행은 불편하다. 노인에게 무거운 트라이크의 위치를 수동으로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미 정부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모든 자동차 여행의 절반 이상이 5km 미만 거리다. 이 범주에 들어가는 운전자는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높다. 전기자전거는 짧은 자동차 이동을 대체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e트라이크의 발전 가능성은 대단히 높다는 분석이다.
한가지 문제는 있다. e트라이크는 두 개의 뒷바퀴 간격이 넓어서 주정차에 상당한 공간이 요구된다. 이를 어떻게 해결하는지가 e트라이크의 가장 큰 난제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