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브론, 750억달러 자사주 매입 발표
미국 '불편한 심기'...EU, 횡재세 부과 방침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대부분의 우량 기업들이 손실을 보고하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 '빅오일' 회사들은 유가 상승에 힘입어 실적 개선, 주가 상승을 즐기고 있다. 

셰브론은 26일(현지시간) 오는 4월부터 자사주 750억달러 어치를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셰브론은 분기별 주주 배당금을 계속해서 인상하고 있는데 이번 발표 규모는 현재 연간 자사주 매입에 쓰는 돈의 5배에 달한다. 

한 기업이 수익을 내면 그것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많은 선택권은 당연히 그 기업에 있다. 사업에 재투자하거나 장비를 업그레이드하거나 인력을 추가로 고용할 수도 있다. 그리고 주주 배당금을 높일 수도 있고 자사주 매입을 할 수 있다. 배당금 인상이나 자사주 매입은 주주들에게 보상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그러나 이런 관행이 가짜 수요를 창출, 주식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더 부풀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셰브론의 자사주 매입 규모로는 4년 이상 시추 및 기타 프로그램에 자금을 댈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셰브론과 엑손 모빌을 포함한 다른 미국 석유 생산업체들은 올해 새로운 에너지 프로젝트에 약간의 돈을 투자하고 있을 뿐이다. 또 로이터에 따르면, 그러한 지출은 주주들에게 지급되는 금액이 늘면서 더 적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빅오일 수익 흐름과 지난해 추정치. 출처=블룸버그
전 세계 빅오일 수익 흐름과 지난해 추정치. 출처=블룸버그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엑손 모빌과 셰브론, 셸, 토탈에너지, BP 등 글로벌 빅오일들은 지난해 총 1987억달러의 이익을 기록했다. 10여년 전 세운 종전 연간 최고치보다도 50% 늘어난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유가가 고공행진을 했다가 하락했지만 그럼에도 5대 빅오일 주가는 최소 18% 상승했다. 지난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 중 상위 10위 안에 든 기업은 모두 에너지 기업. 엑손 모빌 주가는 80%나 상승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1년간 빅오일들이 창출한 '현금 쓰나미'가 이들 기업의 배당금 증가, 자사주 매입을 계속할 수 있게 한다"며 이들 업체가 주주들에게 기록적인 이익을 돌려주는데 집중하고 있어 정치권의 공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빅오일의 행태에 미국과 유럽연합(EU) 정치권에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표적.

압둘라 하산 백악관 대변인은 최근 "석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주장한 회사가 경영진과 부유한 주주들에게 750억달러를 나눠주는 것은 이상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EU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긴 에너지 업체들에 횡재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설비투자나 연구·개발(R&D) 등 경영 활동을 통한 벌이가 아니라 단순하게 대외 환경 변화로 얻은 횡재에는 추가로 세금을 물려야 한다는 논리다. 지난해 10월 EU 각료급 이사회인 교통·통신·에너지이사회는 에너지 가격 급등 대응 방안으로 횡재세를 부과하는 방침에 합의했다.

이런 논리는 GS칼텍스나 현대오일뱅크,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등 한국 정유사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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