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N 1등’ 메리츠증권이 삼성증권을 이긴 이유는? [구조화증권 디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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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증권사 '주식 파생팀'이 ETN 맡을 때…메리츠는 '채권팀'이 주도 올해 초 순위 역전…삼성 2위로 밀려나

|스마트투데이=이태윤 기자| 국내 ETN(상장지수증권) 시장의 양강 구도를 이어오던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의 순위가 뒤바뀌었다. 삼성증권이 브랜드 인지도를 앞세워 유지해온 1위 자리를 메리츠증권에게 내준 것이다. 업계에서는 메리츠증권의 상품 전문성과 조직 운영 전략이 삼성의 브랜드를 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ETN 시장 규모 자체는 정체 상태다. 22일 기준 ETN 시장 순자산총액은 약 18조 원으로, 전년 동월(17조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시장 내부 경쟁 구도 역시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이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한 대형 증권사의 관계자는 "사실상 두 회사가 시장 점유율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삼성증권은 '삼성'이라는 브랜드 자체로 소비자들이 많이 선택하고, 메리츠증권은 ETN 조직 구성이 다른 증권사보다 더 공격적으로 돼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이 브랜드 신뢰도를 기반으로 시장에 접근했다면, 메리츠증권은 조직 구성을 차별화했다는 의미다.

메리츠가 뒤집은 핵심, 주식 ETN vs. 채권 ETN

또 다른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이 최근 ETN 시장에서 강세를 보인 배경을 ‘채권형 상품의 폭발적 성장’에서 찾았다.

그는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ELS(주가연계증권)나 ELW(주식워런트증권)를 운용하던 주식 파생운용 조직이 ETN 사업을 겸업하는 식으로 출발했다”며 “이 때문에 이들은 ETN을 개발할 때도 자연스럽게 주식형 상품 위주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메리츠증권의 ETN 사업은 ‘채권운용팀’이 맡았다는 점이 결정적 차이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채권에 특화된 인력 구성과 상품 이해도가 바탕에 깔려 있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금리인하 기대감과 맞물려 채권 수요가 폭증했던 시기에 이 차이는 극대화됐다. 다수의 증권사는 채권시장 확대를 인지하면서도 보수적으로 대응한 반면, 메리츠증권은 애초에 ‘채권형’이 주력 분야였기 때문에 채권형 ETN을 공격적으로 출시할 수 있었다는 것.

올해 4월 지표가치총액 1위 ‘메리츠’로 역전

국내 ETN 발행 증권사는 총 10곳이다. 이 중 10월 22일 기준 지표가치총액은 메리츠증권이 2조 7535억 원(15.4%)으로 1위를 차지했고, 삼성증권은 2조 5650억 원(14.3%)으로 2위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말 삼성증권(2조 2791억 원·16.5%)이 1위, 메리츠증권(2조 1554억 원·15.6%)이 2위였던 것과 비교하면 순위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결국 ‘삼성’이라는 인지도 우위를 등에 업은 삼성증권의 ETN 전략보다, 채권팀을 기반으로 한 메리츠증권의 기술·조직 전략이 시장 변화기에 ‘결정타’를 날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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