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여의도 증권가. 2024.1.24/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여의도 증권가. 2024.1.24/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스마트투데이=이은형 기자 | 개인들의 ETF 투자자금이 국내 증시의 장기 우상향을 이끌지 관심사다. 미국에서도 증시에 꾸준히 유입되는 개인들의 퇴직연금 투자가 단단한 증시 기반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1일 뉴스1에 따르면 10월 들어 코스피가 사상 첫 '사천피'(4000포인트)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증권가에선 개인의 상장지수펀드(ETF) 매수가 금융투자 부문 순매수로 반영되며 최근 상승장을 견인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단타' 중심의 투자 문화를 장기 투자 구조로 바꿀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달 들어(30일 기준) 코스피는 3424.60에서 4086.89까지 662.29포인트(p)(19.34%) 올랐다. 코스닥도 841.99에서 890.86까지 48.87p(5.80%) 상승했다.

이 기간 증시 상승을 주도한 주체는 외국인과 기관이었다. 개인이 국내 주식 6조 2559억 원어치를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조 4619억 원, 2조 1761억 원을 순매수했다.

기관(금융투자·보험·투자신탁·사모·은행·연기금 등) 가운데에서는 금융투자 부문만이 유일하게 순매수세를 보였다. 이 기간 금융투자 순매수액은 5조 4556억 원으로, 외국인 순매수 금액을 웃돌았다.

1월 1조 5420억 원 순매도로 출발했던 금융투자 부문 수급은 △2월 3175억 원 △3월 1조 6655억 원 △4월 1조 7352억 원 △5월 2조 6672억 원 △6월 9942억 원 △7월 1조 6557억 원 △8월 1조 3209억 원 △9월 3조 8511억 원 순매수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금융투자 수급에는 차익 거래나 프로그램 매매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지만, 최근에는 지수·테마형 ETF 거래 확대가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투자 순매수 확대는 단순히 기관 매수세가 강해졌다는 의미가 아니다. ETF 거래 구조상 개인의 자금이 기관 수급으로 잡히는 경우가 많아서다. 개인이 ETF를 대량으로 매수하면, 이를 발행한 증권사는 기초자산을 실제로 보유하기 위해 주식을 사들인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의 현물 매수가 통계상 금융투자 부문 순매수로 집계되면서 금융투자 수급이 늘어난다. 겉보기엔 증권사가 직접 주식을 매수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개인의 ETF 매수 자금이 반영된 결과란 설명이다.

이경수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 정책 등을 기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ETF 설정액 폭증 추세가 기관의 주식 순매수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ETF가 시장의 지배적 트렌드가 되면서 기관 자금의 시장 내 영향력이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개별 종목 매매가 제한된 연금저축·퇴직연금계좌 자금까지 ETF로 대거 유입되며, 금융투자 부문의 순매수 확대를 뒷받침한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가는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단기 매매 중심이던 국내 증시에 장기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며 시장 안정성을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예전처럼 하루 이틀 단위로 움직이는 단타성 수급이 아니라, ETF 중심의 장기 자금이 꾸준히 들어오면 시장의 체질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자금이 향후 코스피 5000 시대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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