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으로 스며든 은행들, KB국민이 선두로 나서
B2B 집중하는 신한, B2C 경쟁력 제고 필요

출처=국민은행 홈페이지
출처=국민은행 홈페이지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비금융회사의 플랫폼에 금융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탑재하는 '임베디드 금융(Embedded Finance)' 경쟁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개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B2C 임베디드 금융 분야에서는 KB국민은행의 독주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이 상대적으로 뒤처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 전환으로 은행들의 고객 접점이 주는 가운데 네이버·쿠팡 등 빅테크 기업들은 자체 금융상품(네이버페이, 쿠팡페이)과 서비스 확대로 금융 영역까지 침투하고 있다. 또, 이자이익 중심의 경영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높아지면서 금융당국도 은행에 비이자이익 증대를 주문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임베디드 금융은 플랫폼을 통한 신규 고객 유입, 낮은 비용의 자금 조달, 결제·투자·보험 등 다양한 부가수익 창출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여겨진다. 때문에 은행들은 임베디드 금융을 단순 협업을 넘는 생존 및 성장 전략의 핵심축으로 인식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완판 행진'으로 임베디드 금융 강자 굳히기

KB국민은행은 B2C 임베디드 금융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기록하며 선두를 공고히 하고 있다. 2023년 말 임베디드영업본부를 신설한 이후, 2025년에는 이를 2개 부서로 확대 편성하며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는 스타벅스와의 제휴다. 지난 4월 출시한 'KB별별통장'은 20만 좌 한정으로 판매됐지만 불과 3개월여 만인 7월에 완판을 기록했다. 이 통장은 매달 50만 원 이상 입금 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쿠폰을 제공하는 실질적인 생활 혜택으로 고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고객층 변화다. KB별별통장 가입 고객 중 40%를 넘는 고객이 기존 KB국민은행을 사용하지 않았던 신규 고객이다. 또 기존 고객 기반 중 가장 취약한 20·30대의 여성 고객층의 유입도 많았다. 기존 30·40대 남성 중심 고객층에서 벗어나 MZ세대 여성 고객을 확보한 것이다.

KB국민은행이 삼성금융네트웍스와 협업해 4윌에 출시한 'KB모니모매일이자통장'도 큰 성공을 거뒀다. 최대 연 4% 금리를 제공하는 이 상품은 출시 40일만에 22만 5000좌가 완판됐다.

하나은행, 다양한 플랫폼 위에서 안정적 성장

하나은행은 지역생활 플랫폼부터 전국적 서비스까지 폭넓은 B2C 제휴를 통해 강력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하이퍼로컬 금융 생태계 구축에 중점을 두는 전략이 주효했다.

2022년 11월 출시된 '네이버페이머니 하나통장'은 5개월만에 50만 좌를 완판됐다. 이후 2023년 7월 금융위원회의 신규 계좌 발급 한도 100만좌 추가 승인 후 다시 판매 재개되었다.

올해 3월 출시한 '당근머니 하나통장'도 주목받고 있다. 당근마켓의 선불 충전금인 '당근머니'를 예금자 보호법에 따라 안전하게 보관하면서 당근페이 실적에 따라 최대 연 3% 금리를 제공한다. 57만 좌 한정으로 발행된 이 상품은 중고거래라는 일상적 활동과 금융을 자연스럽게 연결한 혁신적 모델로 평가받는다.

하나은행의 차별점은 중고거래부터 온라인 결제, 여가·관광 산업까지 일상생활의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는 포괄적 접근이다. 하나은행은 놀유니버스와의 협약을 통해 여가 산업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우리은행, 후발주자지만 차별화된 고금리 전략

우리은행은 다른 은행들에 비해 B2C 임베디드 금융 진출이 다소 늦었지만, 공격적인 금리 정책으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2024년 말 신사업제휴플랫폼부를 출범시키며 본격적인 추격에 나섰다.

우리은행의 'CJ PAY 우리통장'은 최대 연 3.0% 금리를 10만 5000좌 한정으로 제공한다. CJ 계열사인 올리브영, CGV, 뚜레쥬르, 빕스 등에서 포인트 적립 혜택도 함께 제공해 생활밀착형 혜택을 강화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네이버페이머니 우리통장'이다. 200만 원까지 최대 연 4.0% 금리를 제공하여 시장에서 가장 높은 금리 혜택을 자랑한다. 늦은 출발에도 불구하고 차별화된 금리 정책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5월 OpenAPI 플랫폼 '이음(E:UM)'을 오픈하며 BaaS 기반 포용적 플랫폼 금융을 본격화했다. 시중은행 최초로 한국신용데이터의 대출비교 서비스 '캐시노트'에 소상공인 사업자대출상품을 입점시키는 등 다각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신한은행, B2B 집중으로 B2C 부문 상대적 약세

신한은행은 B2B 중심의 임베디드 금융 전략을 구사하면서 B2C 부문에서는 다른 은행들에 비해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공급망금융(SCF)을 통한 기업 대상 서비스에 역량을 집중하다 보니 개인 고객 대상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신한은행의 대표적인 B2C 시도는 다이소와의 제휴다. '월간 daiso' 프로젝트를 통해 신한은행 금융상품 가입 시 다이소 상품권 2000원~5000원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상품권 제공 수준에 그쳐 KB국민은행이나 하나은행의 통장 상품과 비교했을 때 임팩트가 제한적이다.

신한은행은 현대제철 HCORE STORE, 현대모비스 하임즈 등 B2B 공급망금융에 더 많은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BaaS 거래 업체를 2023년 3곳에서 2024년 말 97곳으로 확대하는 등 B2B 부문에서는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개인 고객들이 체감할 수 있는 B2C 서비스는 부족한 실정이다.

NH농협은행, 2025년 들어서 담당 팀 세팅

NH농협은행은 B2C 임베디드 금융에서 5대 은행 중 가장 뒤처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른 은행들이 2023·2024년부터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한 반면, 농협은행은 2025년에야 기업디지털플랫폼부 내 임베디드금융국과 임베디드금융팀을 만들었다.

올해 7월에야 출시한 'NH퍼플통장'이 농협은행의 첫 번째 본격적인 B2C 임베디드 금융 상품이다. 컬리페이와의 제휴를 통해 최대 300만 원까지 연 2.5% 금리를 제공하고, 월 3회 이상 컬리에서 결제하면 매월 컬리쿠폰팩 1만원을 제공한다.

농협은행이 뒤처진 이유는 명확하다. 조직 신설이 1-2년 늦었고, 제휴 규모도 한정적이며, 시장 진입 타이밍도 이미 경쟁이 치열해진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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