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표 분배율 높을수록 총 수익률은 하락, 타미당·코미당에서도 뚜렷
- 200배 폭증한 고배당 커버드콜 ETF, 적정 목표 분배율은 6~8%

|스마트투데이=김나연 기자| 은퇴 이후 꾸준한 현금 흐름을 목표로 하는 은퇴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유형의 ETF가 있다. 바로 타겟 커버드콜 ETF다. 이 상품은 매월 정해진 분배율에 따른 분배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콜옵션을 매도해 분배금 재원을 마련한다.

최근 이들 타겟 커버드콜 ETF의 높은 분배율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부 자산운용사는 너무 높은 분배율의 타겟 커버드콜 ETF는 결국 원금 훼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또 한편에서는 타겟 커버드콜 ETF는 문제 없이 잘 작동하고 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로니 이스라엘로브 시타델 시니어 퀀트 리서처가 2023년 발표한 논문
로니 이스라엘로브 시타델 시니어 퀀트 리서처가 2023년 발표한 논문

◇시타텔 시니어 펀드매니저 "커버드콜ETF, 악마와 거래..투자자에 필연적 손실"

그렇다면 실제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결괏값은 어떨까? 

 리먼 브라더스, AQR 캐피털을 거쳐 글로벌 헤지펀드 시타델에서 근무하고 있는 20년 경력의 베테랑 퀀트, 로니 이스라엘로브는 지난 2023년 <커버드콜 ETF는 악마와의 거래(Devil’s Bargain)>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커버드콜 ETF의 분배금이 총 수익률을 희생시키는 주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당장 통장에 찍히는 분배금에 현혹된 투자자들이 부지불식 간에 총 수익률을 낮추는 ETF를 매수하는 위험한 거래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스라엘로브의 연구 결과, 커버드콜 전략은 장기적으로 손실을 내는 것으로 드러났다. 논문에서 특히 주목한 방식은 타겟 프리미엄 전략이다. 타겟 프리미엄 전략은 옵션을 매도한 대가로 받을 목표 금액(타겟 프리미엄)을 정해두고, 그 금액 만큼만 옵션을 매도한다. 지난해부터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앞다퉈 출시하고 있는 타겟 커버드콜 ETF들이 모두 이 전략을 활용한다.

◆ 숫자로 증명된 '고배당의 역설'.."ETF실투자자에 손실 vs.판매사 일방적 수익"

이스라엘로브는 연 6% 수준의 프리미엄 수취를 목표로 1999년부터 2023년까지 S&P500 지수 콜옵션을 매도하는 전략을 시뮬레이션했다. 월 기준으로 환산하면 0.5% 프리미엄을 목표로 한 셈이다. 시뮬레이션 결과 옵션을 매도해 얻은 월간 평균 수익은 목표치에 미달하는 0.49%에 그쳤다. 목표한 것보다 더 적은 대가를 받았다는 이야기다.

반면 비용은 받은 대가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가 올라 옵션 매수자에게 지불해야 했던 주식 가치(정산가치)는 0.54%에 달했기 때문이다. 옵션을 매도한 대가로0.49%를 미리 받았으나 주식으로 0.54%를 지불했으니, 최종적으로는 매월 0.05%, 연간 0.6%의 손실을 본 것이다.

커버드콜 ETF를 실제 투자하는 은퇴자 등 개인투자자들은 기대와 달리 장기적 손실을 떠안게 되는 반면, 옵션 거래 등 다양한 파생거래 증가를 이유로 운용사에게 일방적인 수익만 키우는 구조라는 주장이다.  

특히, 커버드콜 실제 투자자의 손실폭은 프리미엄을 더 높게 설정할수록 비례적으로 더 커지는 구조이다. 목표 프리미엄을 연 12%(월 1%)로 늘릴 경우, 월간 손실폭이 0.09%, 연 1.08%로 확대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타겟 커버드콜(타겟 프리미엄) 전략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폭은 주가가 꾸준히 우상향하는 강세장 국면에서 더욱 확대됐다. 이 기간 연 6% 타겟 프리미엄 전략은 연평균3.1%, 연 12% 타겟 프리미엄 전략은 연평균 4.7%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S&P 500 지수는 연평균 12.98% 수익을 봤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회비용을 포함한 손실폭은 16%를 넘는 셈이다.

◆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커버드콜의 딜레마

이스라엘로브는 사실 커버드콜 전략이 장기적으로 손실을 낳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태생적으로 미래의 주가 상승분을 현재의 현금흐름으로 바꾸는 구조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콜옵션을 파는 행위는 ‘주가가 오르면 돈을 물어줘야 할 의무’를 파는 것이다. 이는 주가가 행사가격 이상으로 오르지 않을 것에 베팅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콜옵션 매도는 주가 하락을 기대하는, 소위 ‘인버스 ETF를 사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낳게 된다. 이로 인해 커버드콜 전략은 ‘주가는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는 주식 시장의 대전제와 정면으로 충돌하며 필연적으로 손실을 유발한다.

이 구조적 딜레마는 높은 분배금을 내세워 투자자를 유치하려는 운용사들의 경쟁 속에서 더욱 심화된다. 투자자에게 높은 분배금을 지급하려면 운용사는 콜옵션을 더 비싼 값을 받고 매도해야 한다. 콜옵션을 비싼 가격에 파는 데는 대가가 수반된다. 매수자가 비싼 값을 감수하도록 더 매력적인 조건, 즉 더 낮은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행사가를 더 낮춰야 한다는 이야기다.

콜옵션의 행사가가 낮을수록 받을 수 있는 대가(프리미엄)는 높아지지만, 옵션 매수자에게 기초자산을 넘겨야 할 가능성이 함께 커지게 된다. 높은 프리미엄을 받으면 옵션 매도자가 감내해야 하는 리스크도 더 커진다는 이야기다. 결국 높은 목표 분배율을 가진 커버드콜 ETF는 옵션이 더 자주 행사돼 목표 분배율이 낮은 상품보다 장기적으로 손실이 누적되는 구조를 띤다는 것이다.

◆ 목표분배율 높을수록 총수익률은 '뚝'

타겟 커버드콜 ETF의 목표 분배율이 높을수록 장기 수익률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 논문의 결과를 뒷받침하는 국내 사례가 있다. 바로 미국배당다우존스 타겟커버드콜 3종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타겟커버드콜 1호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타겟커버드콜 2호 △KODEX 미국배당다우존스타겟커버드콜이다. 이들은 미국 증시 대표 배당성장주 Schwab US Dividend Equity(SCHD)에 타겟커버드콜 전략을 더한 상품으로, 구조는 동일하되 목표 분배율만 다르게 설정되어 있다. 목표 분배율은 각각 3, 7, 10%로 설정되어 있다.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와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타겟커버드콜 2종, KODEX 미국배당다우존스타겟커버드콜 총 수익률(2024.05.28~2025.09.18)

동일한 지수, 동일한 구조로 구성된 ETF끼리 비교하자 결과는 명확했다. 목표 분배율이 높을수록 장기 총 수익률(재투자를 가정한 NAV 수익률)이 낮게 나타났다. 보다 늦게 상장된 KODEX 미국배당다우존스타겟커버드콜의 상장일(2024년 5월 28일) 기준으로 현재까지 기초지수인 미국배당다우존스와 타겟커버드콜 3종의 수익률은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 12.58%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타겟커버드콜 1호 10.02%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타겟커버드콜 2호 8.08% △KODEX 미국배당다우존스타겟커버드콜 6.18%로 나타났다. 타겟 커버드콜 전략을 활용하지 않은 기초지수가 제일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목표 분배율이 높을수록 저조한 총 수익률을 보인 것이다.

◆ 투자금의 81%는 10%+ 목표 분배율 커버드콜 ETF에 편중

세계적으로 배당 ETF 열풍이 불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분배율을 보이는 커버드콜 ETF 시장이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펀드평가회사 모닝스타(Morningtar)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 상장된 파생형 배당 ETF(커버드콜 ETF)의 순자산가치(NAV)는 2020년부터 2025년까지 14배 이상 급등했다.

국내 증시도 마찬가지다. 19일 한국거래소 데이터에 따르면, 커버드콜 ETF의 합계 순자산가치는11조 8493억 원으로 집계됐다. 커버드콜 ETF가 유행하기 직전, 2022년 1월 합계 순자산가치는 586억 원이었다. 3년 8개월 만에 커버드콜 ETF 시장이 200배나 성장한 것이다.

이와 같은 폭발적인 성장률을 견인한 것은 고배당 커버드콜 ETF였다. 현재 증시에 상장돼 있는 연 분배율이 10%가 넘는 고배당 커버드콜 ETF 25개(19일 기준)의 합계 순자산가치는 9조 5827억 원이다. 고배당 커버드콜 상품이 전체 커버드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81%에 육박한다. 그만큼 많은 투자자들이 ‘고배당’이라는 키워드에 매혹돼 총 수익률 손실을 감내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타겟 커버드콜 ETF에 투자하고 싶은 이들은 어떤 상품을 골라야 할까? 스완 글로벌 인베스트먼트는 목표 분배율이 6~8%인 타겟 커버드콜 ETF를 고르라고 조언했다. 분배율과 3년 연 환산 총수익을 비교한 결과, 목표 분배율이 6~8%인 상품이 가장 균형있는 결과를 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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